문화/생활


지난 겨울. 서울발(發) 사진 한 장이 한동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정전식 터치스크린 화면을 사용하는 아이폰은 손가락으로 터치해야 하는데, 겨울철 시린 손가락 대신 간식용 소시지를 사용해 아이폰을 터치하는 사진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부른 것이다.
어느 종류의 소시지는 된다 안 된다, 외국에서는 손가락 끝에 아이폰 스크린터치가 가능한 장갑이 출현했다는 소식까지, ‘아이폰’과 ‘소시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제를 낳았다. 급기야 미국의 한 아이폰 아이템 판매 사이트가 화제가 된 소시지를 한국서 수입해 ‘가장 저렴하고, 쓰다가 먹을 수도 있는’ 아이폰 아이템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아이폰이 가져온 기괴한 문화현상의 한 단면이었다.
정보기술(IT)의 아이콘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은 기존의 IT업계 강자들을 제대로 한 방 먹였다. 아니, IT업계 강자들뿐만이 아니다. 기술적 진보에 의존하는 기존의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모든 유저(User)들에게도 한 방 먹였다. 아이폰은 즉각 전 세계의 유행 코드가 됐고, 새 유행과 ‘코드’가 맞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감당 못할 이 첨단 휴대전화 앞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오죽하면 휴대전화 사용법 교육까지 받아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KT가 출시한 아이폰은 출시 1백일 만인 지난 3월 5일 가입자 40만명을 넘어섰다. 4월 말이나 5월 초면 50만명에 도달한 전망이다.
아이폰은 제한 없는 인터넷 사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감각적인 터치스크린 등 첨단 IT 기술을 집약해 음성통신과 문자로 사용이 제한되던 기존 휴대전화의 개념을 바꿨다.
아이폰의 최대 강점은 애플의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길 찾기, 독서, 음식점 검색, 음악과 게임 즐기기 등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는 ‘정보의 바다’와 다를 게 없다. 2008년 7월 개장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13만 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등록됐고, 5천8백만명의 사용자와 30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것이야말로 휴대전화라는 하드웨어에 대항해 소프트웨어가 일으킨 일대 혁명이다. 기존의 휴대전화가 하드웨어의 기능에 주목하고, 판매자가 설정한 프로그램만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가 설계된 반면 아이폰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앱스토어 역시 개방된 시장이란 점에서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블루오션의 탄생을 가져왔다.
한국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는 앱스토어란 블루오션에서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3월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KT가 주최한 IT CEO포럼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된 컴투스는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매출 46억원 중 65퍼센트인 30억원을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였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손안의 컴퓨터’란 개념의 스마트폰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넘어 증권과 쇼핑 등 모바일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정부 서비스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선 랜(와이파이) 접속 기능이 탑재돼 공짜 무선 랜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사용의 자유로움, 사용자 선택에 의한 애플리케이션 탑재가 가능한 플랫폼, 진입이 자유로운 애플리케이션 시장 등 스마트폰의 매력은 곧 다른 스마트폰들의 등장을 불렀다.
미국 모토로라사가 만든 모토로이, 삼성전자가 만든 옴니아 시리즈와 안드로이드폰 등이 속속 국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업체들의 스마트폰은 인기몰이에 미흡하다. 탁월한 제품 성능과 달리 아이폰처럼 쓸 만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은 탓이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바일 시장 개편은 결국 휴대전화 업계의 세계 2, 3위 생산국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지난 2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스마트폰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드웨어의 싸움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즉, 스마트폰은 기계적 측면에서만 비교해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개발자들이 자진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수평적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설명이다.
폐쇄적인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도 스마트폰에 힘입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과부하, 음성매출 감소 등의 이유로 변화에 소극적이던 이동통신사들은 이제 앞다퉈 무선 인터넷 확장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내세우며 무선 인터넷 시장의 최강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아이폰을 서비스하는 KT는 경쟁업체인 SK텔레콤을 이기기 위해 아이폰 가입자에게 전국 1만3천여 곳의 ‘네스팟’ 무선 랜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바람은 최근의 아이패드 출시로 더욱 강력한 모바일 열풍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이폰은 워밍업에 불과하다”며 지난 1월 12일 잡스가 세계에 처음 선보인 아이패드는 노트만한 크기에 노트북보다 친숙하며, 모바일 기기로서 스마트폰보다 기능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꿈의 모바일 생활’의 실현이 한 걸음 더 다가온 것이다.
지식경제부 조석 성장동력실장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란 강점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모바일 최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민간 부문에서 과감한 투자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와 경영방식의 도입을 통해 모바일 주도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중점 지원, 저전력·고성능의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과감한 규제개선 등을 통해 국내 모바일 시장의 테스트베드 기능을 복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미련할 정도로 자기 길을 가라.”
잡스의 말은 모바일 열풍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응전을 준비해야 할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히 와닿는 조언인 듯하다.
글·박경아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