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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단말기 1등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전쟁터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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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던 우리나라가 최근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하드웨어 중심의 반쪽짜리 성공에 도취해 있는 동안 모바일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했다.

모바일산업 변화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산업에 3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하드웨어 컨버전스(Convergence·기술이나 성능의 융합)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던 기존의 휴대전화 경쟁이 운영체제(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는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높은 하드웨어 스펙(Specification ·기능)을 가졌음에도 더 느리게 작동하는 등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둘째, 모바일산업의 패러다임이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사용자들은 국내 통신사업자의 유통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앱스토어 시장(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유통 장터)에서 상위 5위 안에 든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는 등 글로벌 유통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셋째,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중심이 변화되면서 제조사, 통신사업자들이 결정한 제품 용도와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 환경이 도래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앞서 언급한 3가지 관점의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산업 상위 3위(물량 기준) 안에 국내 기업이 2개나 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의 중심인 스마트폰 시장에는 상위 5위 기업 안에 최근 겨우 한 개 업체가 진입했으며, 이마저 상위 3위권 업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진한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매출 기준으로 보면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이 이미 휴대전화 시장 상위 3위권에 진입해 있다. 애플의 제품은 하드웨어적 스펙만 본다면 국내 제품에 비해 떨어지지만 OS와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적 성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 카메라폰 등 하드웨어 컨버전스로 시장을 이끈 국내 업체는 최신 하드웨어 부품을 빨리 외국에서 들여와 제품화하고, 이 부품을 신속히 국산화하고 대량 생산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선진 제품을 가져오더라도 빨리 국산화하기가 어렵다. 소프트웨어는 만든 사람이 아니면 쉽게 그 구조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업체들은 그간 하드웨어적 역량은 많이 축적했지만 OS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들여와 국산화해도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손을 대기 어렵다.

이런 소프트웨어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지원해 관련 산업과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기업들은 매일 밤새워 일하는 등 총 노동시간으로 경쟁했던 지금까지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창의력 중심으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선진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그들의 역량을 빠르게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국시장에만 주력함으로써 세계시장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현상을 육지로부터 고립돼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 ‘갈라파고스화’라고 한다.

한때 전화를 걸면 음악이 나오는 ‘컬러링’ 서비스를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며 국내 통신서비스가 모바일산업을 선도했던 적이 있다. 거기에는 콘텐츠와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위피(WIPI)라는 모바일용 플랫폼이 있었다. WIPI를 통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콘텐츠 유통사업을 할 수 있었고, 휴대전화 제조사는 글로벌 업체의 한국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앞선 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세계화했던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그러한 패턴을 유지하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는 과오를 저질렀다.

향후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앞서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다시 글로벌 혁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도 소비자 관점에서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하드웨어적 접근이 통하고 갈라파고스적 사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 보호가 오히려 기업 퇴보를 가져왔다.
 

이렇게 볼 때 정책 방향은 단기보다는 장기, 현상보다는 근본에 대한 고민에서 설정돼야 한다. 이제 정책도 기업보다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기업이 경쟁력 확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정책의 방향성이 소비자 관점이었다면 정부가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선도해 통신서비스 업체와 휴대전화 제조사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모바일산업이 지금의 입지를 확보한 데는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반쪽짜리이기는 하지만 하드웨어적 성공도 체험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에 대한 집착과 자만은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라는 장점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적 패러다임에 빠르게 적응하고, 갈라파고스적 사고를 탈피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전화위복이 돼 대한민국은 모바일산업 분야에서도 다시 한 번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신동형(LG경제연구원 전자전략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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