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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챗GPT 시대는 끝났다? 메일 보내고 예약 척척 AI 에이전트 세상 열린다

AI 챗봇과 AI 비서의 차이

AI 비서란?
AI 에이전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비서 역할의 AI 서비스를 말한다.
스케줄 관리와 단순 문서 작업은 물론 사용자의 각종 잡무를 대신 해내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줄 안다.

최근 IT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공지능 에이전트(AI 비서)’ 생성 프로그램 ‘오픈클로(OpenClaw)’입니다. 기존의 AI 챗봇이 사람이 질문하고 명령하는 것에 수동적으로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오픈클로는 훨씬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스스로 컴퓨터 코드를 수정할 줄도 알고요, 이메일이나 메신저 프로그램에 접속해 내용을 쓰고 주인 대신 직접 전송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누리소통망(SNS)도 합니다. 2월 초 오픈클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생겨난 AI 비서들만 가입할 수 있는 SNS ‘몰트북’까지 등장했습니다. 이곳에서 AI 비서들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처럼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토론하고 댓글 다는 모습을 보여줘 세상을 놀라게 했죠.
일각에선 AI 비서의 등장을 두고 “챗GPT 시대가 끝나고 AI 비서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챗GPT 같은 AI 도구에 적응한 지도 얼마 안됐는데 AI 시장의 판도가 또다시 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AI 비서’는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접해온 AI 도구인 ‘챗GPT’, ‘제미나이’ 등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 앞으로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AI 비서, 너는 누구냐
먼저 AI 비서, AI 에이전트(Agent)의 정체부터 살펴볼까요. ‘챗GPT’, ‘제미나이’, ‘딥시크’ 같은 일반 AI 챗봇과 AI 비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직접 손을 쓸 줄 안다’는 데 있습니다. 도구 사용 능력의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급하게 이동하면서 영어로 업무용 이메일을 쓸 일이 생겼다고 해볼까요. 기존 AI 챗봇은 사용자가 원하는 이메일 내용을 써서 화면에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 답변 내용을 복사해서 이메일 창에 붙이고 전송해야 합니다. 운전 중이라면 이 때문에 잠깐 멈춰서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AI 챗봇은 ‘대답하는 AI’입니다. 명령에 맞는 대답을 잘 내놓게 만들어진 거죠.
반면 AI 비서에게 “이메일 써달라”고 부탁하면 AI 비서는 메일 앱을 직접 열고 이메일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전송까지 합니다. 사용자가 운전 중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람 대신 직접 심부름을 해낼 수 있어요. ‘손을 쓸 줄 아는 AI’인 거죠.
AI 비서를 잘 활용하면 편리함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사용자가 스마트폰 메신저에 접속해 “내일 비행기 체크인 해줘”라고 말하면, AI 비서는 알아서 항공사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창가 좌석을 골라 체크인을 완료한 뒤 탑승권을 저장해줍니다. 사용자가 잠들어 있을 때도 이 일을 척척 해내죠. 업무의 번거로움이 상상할 수 없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AI 비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는지 검토도 스스로 해냅니다. 실행하다가 에러가 나면 직접 에러 메시지를 읽고 스스로 코드를 고칠 줄도 알고요. IT 개발자라면 AI 비서만 있어도 일일이 코드를 고칠 필요 없이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는 거죠.

‘오픈클로’는 뭐지?
이런 AI 비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사실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오토GPT(AutoGPT)’, ‘베이비AGI(BabyAGI)’ 같은 프로그램이 2023년 무렵부터 등장했거든요. 사용자가 가령 “돈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 다섯 개 찾아줘”라고 말하면 스스로 내용을 찾고 파일에 작성하고 저장해서 다음 할 일도 계획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토젠(AutoGen)’도 AI 비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여러 개의 AI 비서로 된 ‘팀’을 만들고 대화하면서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썼다네요.
그러나 AI 비서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은 뭐니뭐니해도 ‘오픈클로’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시 100여 일 만에 실리콘밸리의 표준 AI 비서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들으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으니까요. 전 세계 개발자의 성지이자 누리소통망인 ‘깃허브(GitHub)’는 AI 프로그램의 인기를 가늠하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오픈클로는 출시 2개월 만에 ‘좋아요’ 격인 ‘스타(Star)’ 10만 개를 얻었습니다. 기존의 거물급 AI를 순식간에 제치고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 된 것이죠.
오픈클로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생활 연결성’에 있습니다. 다른 도구들이 주로 ‘연구용’이나 ‘개발자용’ 느낌이 강했다면, 오픈클로는 평소 일할 때 쓰기 쉽다는 거죠. 많은 직장인이 일할 때 사용하는 메신저인 왓츠앱이나 슬랙, 디스코드 등을 통해서 직접 AI 비서에게 명령을 내리고 일을 시킬 수 있거든요.
적용 범위도 넓습니다. 어떤 사용자가 오픈클로로 자동차 딜러십에 연락해 가격을 협상하도록 시켰더니 이 AI 비서는 며칠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받고 견적서를 비교한 끝에 최저가를 받아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 일정을 요약해주고, 중요한 문자메시지에 답을 대신 보내고, 조명·온도조절기·공기청정기 같은 스마트홈 기기를 메신저로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비서’ 역할을 척척 해내는 프로그램이 나온 겁니다.

‘오픈클로’ 이름에 숨은 뒷 얘기
그렇다면 ‘오픈클로’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이 오픈클로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아이폰의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쓰다가 답답한 마음에 오픈클로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시리는 “네” 하고 대답은 잘하지만 직접 이메일을 보내주지도, 일정을 입력하고 수정하지도, 항공권을 대신 예약해주지도 못했으니까요.
2025년 11월 슈타인버거는 AI 비서 프로그램의 첫 번째 버전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오픈 소스로 공개, 전 세계 누구나 이 프로그램을 복사해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죠. 이때 이름은 ‘클로드봇(Clawdbot)’이었어요. 여기에서 ‘클로(Claw)’는 우리말로 ‘집게발’, 즉 가재의 손을 뜻합니다. ‘손을 쓸 줄 아는 AI 비서’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거죠. 대답만 하는 기존 AI와 달리 집게발로 직접 컴퓨터를 조작해서 업무를 끝낼 줄 아는 AI 비서를 강조한 이름이었습니다.
‘클로드봇’은 그러나 곧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미국의 유명 AI 기업 ‘앤트로픽’이 “우리 회사 AI 도구 ‘클로드(Claude)’와 이름이 비슷하다”면서 이름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슈타인버거는 이에 바닷가재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몰트(Molt)’를 붙여 ‘몰트봇’이라고 바꿨고 이후에 다시 ‘오픈클로’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 오픈클로가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를 뒤흔들기까지는 고작 2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요.
슈타인버거는 2월 초 또 하나의 뉴스로 세상을 흔들었습니다. 미국 AI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슈타인버거를 자신의 회사에 전격 영입하기로 했다고 밝혔거든요. 샘 올트먼은 “슈타인버거가 차세대 개인 에이전트를 주도하기 위해 오픈AI에 합류했다”면서 “그는 똑똑한 AI 에이전트의 미래에 대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모로 ‘오픈클로’와 AI 비서가 지금 실리콘밸리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AI 비서 예시

나도 ‘오픈클로’ 써볼 수 있을까
똑똑하다는 오픈클로, 일반인도 당장 써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당장은 공부가 좀 필요하다. 대신 그 문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픈클로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내려받는 일반 앱과는 조금 다릅니다. 현재는 개발자들의 놀이터인 ‘깃허브’에서 소스 코드를 가져와 본인의 컴퓨터나 서버에 설치해야 하는 ‘오픈 소스’ 형태가 주류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슬랙’이나 ‘디스코드’ 같은 업무용 메신저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내가 쓰는 메신저의 ‘개발자 설정’ 페이지에서 ‘API토큰’이라는 일종의 마스터키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이것을 오픈클로 설정창에 입력하면 그때부터 AI 비서가 메신저 대화창에 상주하며 내 명령을 기다리게 된다네요.
그러나 일반인에겐 이것도 어려운 방법이죠. 최근에는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용자들을 위해 클릭 몇 번으로 설치를 도와주는 설치 파일이 공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웹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바로 내 비서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형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보안… “아직까진 위험하다”
물론 아직까지 AI 비서를 무턱대고 다 믿긴 어렵습니다. AI 비서가 앞으로 사용자 대신 컴퓨터에 마음껏 접속할 수 있다면 이메일뿐 아니라 은행앱, 카드앱에도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 카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유출할 수도 있죠.
만약 해커가 침입해 나의 AI 비서를 조종이라도 한다면? 내 사적 대화를 유출할 수도 있고 자산을 빼갈 수도 있겠죠. AI 비서가 나의 권한을 잘못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비행기표 예약해줘’라고 시켰는데 AI 비서가 실수로 일등석 티켓을 결제할 수도 있으니까요. AI 비서가 아직까진 “보안에 너무 취약하고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IT 대기업은 최근 사내에서 오픈클로를 포함한 ‘외부 AI 비서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기업의 핵심 기밀이나 소스 코드가 AI 비서를 통해 외부 서버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보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도구인 만큼 아직까지는 위험성이 더 커보입니다.

‘전환점’ 맞은 AI 시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AI 시장이 지금과 같은 AI 챗봇 위주에서 AI 비서로 조만간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픈클로의 등장으로 이미 AI 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는 겁니다.
이미 오픈클로를 개발한 슈타인버거는 오픈AI와 손잡고 “엄마도 쓸 수 있는 쉬운 AI 비서”를 만들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기술을 잘 몰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개인용 AI 비서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건데요. 관건은 보안과 비용이지만 이 부분을 조만간 해결해 시장을 또 한번 바꾸겠다는 포부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AI 비서 시장이 매년 연평균 50%씩 성장해 2033년엔 1829억 7000만 달러(약 26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챗봇에서 AI 비서 시대로, ‘대답하는 AI’에서 ‘손 쓰는 AI’로 인공지능 세상은 또 한번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중입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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