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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을 대표하는 바위 명산으로 꼽히는 설악산에서도 공룡능선은 암릉미를 집약한 ‘신(神)의 조각품’으로 손꼽힌다. 신선대에서 1275봉으로 이어진 길, 현란한 바위 능선을 따라 걷는다. 사진 C영상미디어

속초 설악동에서 출발 ‘악전고투의 낭만’ 22㎞
설악산 공룡능선은 등산객들에게 ‘꿈의 코스’이자 ‘통과의례’ 같은 곳이다. 등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이라면 누구나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이 거친 암릉 위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국립공원공단이 선정한 ‘국립공원 경관 100선’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할 만큼 이곳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비경은 압도적이며 경이롭다.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설악의 중심축이자 백두대간 주능선이다. 나한봉, 1275봉, 신선대 등 거대한 암봉들이 마치 공룡의 등 가시처럼 솟았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1200m 전후의 고지대에서 5㎞에 걸쳐 이어진다. 특히 운해가 암봉 사이를 휘감아 돌 때면 신선이 머무는 천상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설악산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설악산은 매년 200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찾는 한국의 대표 명산 중 하나다. 탐방객 수는 서울의 북한산이 매년 1위를 차지하지만 강원도 속초·양양·인제의 경계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산다운 산’을 타고자 하는 이들에게 설악산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그중에서도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정수로 꼽힌다.
공룡능선은 수만 개의 바위 조각이 빚어낸 정교한 예술품이다. ‘설악(雪嶽)’이라는 이름처럼 겨울이면 흰 눈을 머금은 바위들이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아우라를 드러낸다. 조선시대의 바위 명산이 금강산이었다면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위 명산은 설악산이며 공룡능선은 그 화려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본 밤하늘. 별천지라는 말이 어울린다. 사진 C영상미디어

고통 뒤에 오는 달콤한 보상
공룡능선 산행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설악산의 꽃’이라 불리지만 그 꽃을 보기 위해서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비선대, 희운각대피소를 거쳐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으로 넘어와 다시 비선대로 하산하는 코스다. 총 거리가 20㎞에 육박하며 산행 시간만 10~13시간 소요되는 고난도 코스다.
공룡능선이 무서운 이유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에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 위에서 수직에 가까운 암릉 오르내리기를 대여섯 번 반복하다 보면 웬만한 베테랑 등산객도 다리가 풀리기 일쑤다. 특히 1275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은 공룡능선 최대의 고비로 꼽힌다.
하지만 고통 뒤에 오는 보상은 달콤하다. 신선대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범봉과 천불동계곡이, 왼쪽으로는 용아장성과 대청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등산객들은 기꺼이 ‘공룡의 등에 올라타는’ 수고를 자처한다.
주의할 점은 체력 안배와 안전이다. 공룡능선은 중간에 탈출로가 없다. 능선에 진입하면 마등령이나 희운각까지 가야 한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도 변수다. 고지대 특성상 바람이 강하고 기온 차가 심하므로 여분의 보온 의류와 바람막이 재킷, 충분한 행동식, 식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특히 식수는 희운각대피소에서 보충하지 않으면 구할 곳이 없으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등산 초보자는 신선대에 오르는 것만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신선대는 공룡능선의 대표적인 뷰 명소다. 희운각대피소 방면으로 오를 경우 첫 번째 봉우리이자 관문이다. 신선대 꼭대기만 올라 공룡의 감동을 맛보고 다시 희운각으로 하산하면 속성으로 공룡능선을 체험할 수 있다.
등산 마니아들은 공룡능선을 두고 “갈 때는 죽을 것 같지만, 내려오면 다시 생각나는 곳”이라 말한다. 인생에 한 번쯤, 신이 조각한 저 거친 바위 능선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설악산 공룡능선은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겨울 공룡능선은 아름답고 혹독하다. 등산객 뒤편 뾰족하게 솟은 암봉이 천화대로 ‘하늘의 꽃’이라는 뜻이다. 왼쪽 멀리 보이는 바위 능선이 울산바위다.

공룡능선의 중간 지점이자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1275봉을 넘는 길. 높이 1275m의 이름 없는 봉우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1275봉’으로 굳어졌다. 사진 C영상미디어

신준범 월간<산> 기자

공룡능선 등산 코스

공룡능선 도전을 위한 팁
추천 코스
설악동 탐방지원센터~비선대~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비선대~설악동 (22㎞, 10~13시간 소요)
초보 코스 설악동 탐방지원센터~비선대~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 신선대~희운각대피소~설악동 (19㎞, 7~8시간 소요)
실전 체크리스트 희운각대피소부터 마등령까지 5㎞ 구간에 샘터가 없다. 최소 1.5~2리터의 식수를 확보하고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조금씩 입을 축이는 정도로 마셔야 탈진을 막을 수 있다.
대피소 1박 가능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공룡능선을 주파하면 더 효율적이다. 설악동에서 신선대로 이어진 구간에 양폭대피소와 희운각대피소가 있다.
하산 주의점 공룡능선이 끝나는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3.5㎞)은 급경사 돌계단이다. ‘무릎 킬러’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가파르다. 빠른 하산에만 집중하면 무릎을 비롯한 관절·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스틱과 무릎보호대를 준비해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스틱은 하중의 30%를 분산해주고 보호대는 인대 부상을 방지한다. 아이젠과 헤드랜턴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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