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엄마는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다. 자신의 꽃 같은 청춘을 바쳐 딸에게 꽃길을 걷게 해주고 싶었지만 딸이 바란 건 다름 아닌 엄마의 품과 사랑이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란 새로울 게 없지만 또 보기만 해도 눈물버튼이 된다. 특히 엄마 전화를 귀찮아 했던 딸들, 엄마 반찬을 소홀히 대하던 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배우 김해숙·신민아 주연의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가 딸을 만나러 온다는 이야기다. 이 단순한 설정만으로도 관객은 ‘울 준비’가 되어 버린다.
“따님은 어머님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요. 좋은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김해숙 분)는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내려온다. 미국 명문대 교수인 자랑스러운 딸을 볼 생각에 설레던 마음도 잠시, 자신이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진주(신민아 분)의 모습에 당황한다. 딸은 왜 굳이 엄마의 백반집에 머물며 밥을 차리고 있을까? 영화관에 갈 때 티슈를 꼭 준비하자.
개봉 12월 6일
전시 위대한 개츠비
1925년 출간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 연극, 뮤지컬,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만들어졌지만 현대미술에서 이를 다룬 일은 없다. 경제적 번영과 향락이 넘친다는 점에서 소설 속 1920년대와 21세기 현대는 유사하다는 생각으로 국내외 미디어 설치 작가들이 의기투합했다. 관람객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볼 기회다.
기간 12월 2~31일 장소 K현대미술관
뮤지컬 산타와 빈양말
2018년 초연 이후 크리스마스 대표 뮤지컬로 자리잡은 ‘산타와 빈양말’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만든 리차드 커티스의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쌍둥이지만 성격도 하는 행동도 서로 다른 자매 샘과 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나눠준다는 데 자매는 모두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기간 11월 25일~12월 31일 장소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도서 엄살원
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들에게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글을 쓰는 안담과 한유리, 사진과 영상을 찍는 곽예인. 세 작가가 ‘엄살원’이라고 간판 붙인 공간을 열었다. ‘한 번에 한 분의 손님을 초대해 비건 만찬을 차려드려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이들의 초대장이다.
저자 안담 외(위고)
국립극장 50주년 기념 ‘세종의 노래’
박인건 극장장
“모두 화합하길 바라는
세종의 마음 담았다”
국립극장이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종의 노래’를 선보인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대가 박범훈 작곡가, 손진책 연출가, 국수호 안무가가 참여해 세종대왕이 남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국립극장은 1950년 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건물인 부민관에서 개관했다. 6·25전쟁 이후 현 명동예술극장에 자리 잡았다가 1973년 남산의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올해는 국립극장이 남산 시대를 연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11월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5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달빛이 모든 이에게 비추이길 바라는 세종의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국립극장 개관 50주년 기념 작품으로 ‘세종의 노래’를 올리는 이유는?
600여 년 전 세종은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한글은 세종의 마음이 담긴 노래나 다름없다.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3개 예술단체와 더불어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3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칸타타를 만들었다.
‘세종의 노래’를 국립극장의 역량을 총동원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
국립극장이 이곳 남산 장충동에 뿌리 내린 것이 1973년이다. 50년간 국립극장은 자체 예술단체를 갖추고 무대를 직접 제작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공연 프로덕션 시스템을 갖춘 몇 안 되는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만든 박범훈 작곡가, 손진책 연출가, 국수호 안무가 세 분 역시 국립극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동안 쌓아온 창작 역량을 모두 보여드릴 만한 공연이다.
‘월인천강지곡’을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백성에게 전파하기 위해 직접 쓴 노래다. 여기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소현왕후를 향한 지아비의 애틋한 마음도 담겨 있다. 군주로서 외로움과 남편으로서 지고지순함, 그럼에도 백성을 위하는 마음 등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모을 수 있는 작품이 ‘월인천강지곡’이다.
이 시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다른 학자들은 모두 반대했다. 세종은 임금임에도 이들을 설득해 백성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사회 분열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세종대왕이 강조했던 민심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 등불이 돼주는 것 같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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