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담양 죽녹원 & 관방제림
11월 말 계절이 겨울로 달려가는 데도 전남 담양은 푸르름이 여전했다. 그 푸른 기운을 따라가다보면 담양의 상징 같은 숲 ‘죽녹원’을 만난다. 입구에 설치된 한국의 전통 대문(大門) 홍살문이 먼저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발걸음이 많지 않아 숲의 고요함이 더 깊게 느껴졌다. 표를 끊고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시원하게 시야를 가른다. 초입을 지나 걸음을 옮길수록 푸르름도 짙어진다. 그 사이로 대나무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바람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죽녹원은 원래 개인 소유로 공예용 대나무만 베어내고 거의 방치되던 숲을 담양군이 정비해 34만㎡(약 10만 평)에 달하는 대나무 숲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2003년 개장 이후 담양의 대표 관광지가 됐고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댓잎 스치는 소리에 눈을 감고
죽녹원에는 ‘추억의 옛길’, ‘철학자의 길’ 등 총 8가지 이름의 길이 있다. 각 길을 걸으며 그 이름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길 곳곳에는 대나무로 만든 벤치와 정자는 물론 편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안락의자 역시 대나무로 만들어졌지만 누워도 등이 배기지 않는다. 오히려 벌어진 나무 이음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대나무 해먹도 있다. 의자나 해먹에 몸을 누이고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풍경에 서정을 더하고 댓잎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의 먼지까지 씻어내는 듯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대숲을 거닐다보면 발걸음도 절로 느려진다. 잔뜩 여유로워진 시선에 숲과 숲을 잇는 문, 숲과 산책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울타리, 심지어는 쓰레기통까지 모두 대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보인다. 마치 자연과 인간 이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소도(蘇塗)’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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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 임금님에 소원을 빌어봐
고요와 휴식을 즐겼다면 이젠 재미를 느낄 차례. 죽림폭포 부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주전부리를 파는 서원주막이 있다. 귀여운 판다 모형이 곳곳에 설치된 죽림폭포는 세차게 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물멍’을 즐기기에 좋다. 폭포 맞은편 쉼터에 설치된 네모난 창틀에 걸터앉으면 뒤로 펼쳐진 대나무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테마존도 꼭 들러보자. 설화 속 주인공이 대숲에서 임금님의 비밀을 외친 것처럼 당나귀 귀를 한 임금님 모형에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총길이 50m,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둘레길이라는 ‘성인봉 둘레길’을 걸은 후 ‘성인산 오름길’을 따라 정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사색의 길’과 만난다. 사색의 길에선 1회 15분, 3000원으로 족욕 체험이 가능하다. 지친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

죽녹차 한 잔에 마음까지 사르르
죽녹원은 워낙 넓고 다양한 즐길거리·볼거리가 많아 짧게 둘러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몇 시간은 있어야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 한옥 체험장을 예약하고 방문하면 하루 묵어갈 수도 있다. 바비큐를 비롯한 취사·흡연은 금지, 그 덕에 쾌적하게 대숲에서의 하룻밤을 즐길 수 있다. 내·외부를 전통 방식으로 꾸몄지만 화장실만큼은 현대식이다. 숙소 예약은 죽녹원 누리집(juknokwon.go.kr)에서 할 수 있다.
죽녹원이라는 이름에는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정원’이라는 뜻과 더불어 ‘댓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라는 죽녹차와의 만남’이라는 의미도 있다. 죽녹차는 대나무 숲에서 기른 차나무의 찻잎을 우려내어 만든 차로 녹차와 비슷하다. 정문 쪽 전망대·카페를 겸해 운영하는 봉황루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댓잎 아이스크림, 대나무 식혜 등 대나무를 활용한 디저트도 판매한다.
봉황루를 찾는다면 지하 전시관과 전망대에 꼭 올라가보길 추천한다. 전시관에선 대나무가 가로 방향으로 길게 뿌리를 뻗는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전망대에선 수백 년 된 나무들이 둑길을 따라 늘어선 ‘관방제림’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찾으면 더욱 다채로운 담양을 눈에 담을 수 있다.
300년 된 나무들 호위 받으며
죽녹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관방제림이 있다. 차로 이동하는 경우 뒤편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관방제림과 죽녹원을 둘러봐도 좋다. 관방제림은 영산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세운 둑(관방제)을 보호하려 조성한 숲이다. 관방제를 따라 1.2㎞ 이어진 숲에는 300년 넘은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은단풍 등 여러 종류의 낙엽성 활엽수가 장관을 이룬다. 나무 둘레가 5m가 넘는 것도 있다. 관방제림은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관방제림은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어 아이나 부모님과 함께 산책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관방제림을 찾았다면 좁은 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도 건너보자. 넓적한 돌이 촘촘히 깔려 있지만 방심은 금물! 모서리 부분을 잘못 밟았다가는 물에 빠질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건널 땐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한다. 관방제림은 별도의 운영시간이나 입장료가 없다.
고유선 기자
함께 들르면 좋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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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아름다움 ‘소쇄원’
담양 시내에서 차로 30분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소쇄원은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국 민간원림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국가지정 명승이다. 소쇄원은 아래쪽으로는 무등산이 내려다보이고 뒤쪽으로는 장원봉의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소쇄원의 중심 건물 ‘광풍각’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곳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시조 한 수가 절로 떠오를 것 같다. 그만큼 방문객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 곳이다. 소쇄원 초입에 키 큰 대나무 숲이 있어 대숲을 감상하기에 좋다. 작은 규모의 죽녹원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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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길’ 맨발로 걸어볼까
메타세쿼이아길은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길 양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양옆 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1972년 담양군이 군청부터 금성면까지 5㎞ 구간에 5년생, 1300본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으며 조성이 시작됐다. 산책로 한쪽 면으로는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이 있다. 입구 근처에 수도 시설이 있으니 발 씻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인근의 메타세쿼이아랜드 어린이 프로방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집라인과 놀이터는 물론 공룡과 풍차로 장식된 놀이공간이 아이들을 맞는다.
‘담양국수거리’에서 국수 한 그릇
담양 ‘죽통밥(대나무를 잘라 만든 통에 지은 밥)’과 함께 죽녹원과 관방제림 인근 국수거리도 담양의 명물이다. 현재 주차장으로 바뀐 자리에 있던 죽물시장의 상인들이 국수로 끼니를 때우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늘어나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잔치국수 5000원, 비빔국수 6000원 등 가격도 비싸지 않아 주말이면 줄을 선다. 여기에 한약 물에 삶은 약계란 하나를 보태면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식당에 따라 파전, 도토리묵, 돼지고기 육전을 팔기도 해 막걸리 한 잔 곁들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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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