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 3대 호수는 소양호, 충주호 그리고 대청호다. 크기는 대청호가 가장 작지만 도보여행가들은 대청호를 더 많이 찾는다. 3대 호수 중 유일하게 둘레를 완전하게 완주할 수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청호는 봄과 가을이 제철이다. 봄이면 호숫가를 따라서 여기저기 벚꽃길이 펼쳐지고 가을이면 핑크뮬리와 억새가 핀다. 햇빛도 한결 약해 그늘이 많이 없는 둘레길의 단점도 보완된다.
하지만 순전한 걸음의 참맛은 손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 더 깊어진다. 먼저 대청호 주변의 숲은 대부분 참나무 군락이다. 그래서 나뭇잎을 떨군 겨울이어야만 대청호의 풍광과 걸음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겨울바람에 물결치며 만든 잔주름 사이로 몽환적인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주렁주렁 상고대가 열린 모습도 이때만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지는 겨울 걸음은 대청호 역사와 궤가 맞다. 대청이란 이름부터 그렇다. 대덕군과 청원군의 이름을 땄는데 두 행정구역 모두 대전과 청주로 편입돼 지금은 사라졌다. 또 수몰민의 역사도 얽혀 있다. 1975년 착공해 1980년 완공된 대청댐으로 인해 생긴 대청호는 2만 6000명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수몰민들은 대청호의 수위가 낮아질 때면 수면 아래 어렴풋이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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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범신도 머물렀던 길
길은 대청댐에서 시작된다. 1구간은 총 21개 구간 200㎞에 다다르는 대청호오백리길의 첫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수 너머로 산등성이가 소박하게 이어진다. 길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능선을 따라 적당한 오르내림으로 출렁이면서 고개가 이어진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해가 떠오르고 지며 시시각각 대청호의 매력도 변한다.
호수 건너편은 청남대다. 대청댐이 준공되던 당시 대통령이 대청호 풍광에 반해서 만들었다는 별장이다. 1구간 길은 당시 강 건너편에서 대통령을 경호하려는 공수부대원들의 순찰로 역할도 했다는 후문이다. 더 과거로 시계를 돌리면 삼국시대에는 백제군이 건너편 신라군을 정찰한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길은 순수한 호수와 자연만 눈에 담게 만든다. 흔히 호숫가에 들어서 있는 희미한 불빛의 허름한 모텔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건너편에 청남대가 있고, 상수원보호구역인 덕이다. 지락정, 대청정과 같은 큼지막한 정자들도 있어 언제든 걸음을 쉬어갈 수 있다. 특히 대청정은 소설가 박범신도 머물다 간 곳으로 유명하다. 폐부가 정화되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호수 수위가 높아지면 섬이 되는 이색적인 명소다.

아시아도시경관상 수상한 둘레길
길은 호수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잉꼬처럼 꼭 붙어 있다. 무념무상으로 속을 비우고 마음을 비워 그 안을 자연으로만 꾹꾹 채워 넣는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조형물과 포토존이 곳곳에서 반긴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이런 자연과 개발의 조화를 인정받아 유엔해비타트(UN-HABITAT) 아시아도시경관상을 받았다.
한갓진 마을도 지난다. 세 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당이라는 이름의 삼정동마을과, 깊은 골짜기 배 모양을 닮은 지형이라는 이현동마을이다. 마을마다 대청호와 맞닿은 곳엔 작고 아기자기한 습지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겉은 물억새밭이 드넓게 펼쳐져 고요해 보이지만 땅속을 들여다보면 꽤 분주하다. 침강지, 깊은습지, 지표흐름습지, 생태여과지 등이 층을 이루고 있어 빗물을 타고 대청호로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들을 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이현동에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생겼다. 호박이다. 주민들이 이색 호박을 가꿔 심고 이를 토대로 축제를 연다. 마을 전체를 벽화와 조형물로 하나의 미술관처럼 꾸며놓았다.
서현우 기자
교통편
시종점인 대청댐과 이현동에 72~73번 버스와 71번 버스가 각각 운행한다. 배차 간격이 2시간 정도로 매우 길어 때를 못 맞추면 택시를 타는 것이 낫다. 신탄진역 경부선까지 20분, 대전복합터미널까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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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