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빛의 연대기展
2025년 1월 5일, 서울 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무산 및 재집행’을 촉구하는 시위대는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은색 방열 담요를 둘러쓴 시민들의 모습이 마치 미국의 유명 초콜릿 ‘키세스’를 닮아 ‘키세스 시위대’, ‘키세스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4년 12월 3일 기습적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국회에 탄핵소추안 가결을 요구하며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시민들까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헌신과 연대는 ‘빛의 혁명’을 완성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는 광복 80주년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광복부터 빛의 혁명까지 ‘K-민주주의’의 가치를 ‘빛(光)’으로 풀어낸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 신관(M1) 1층 로비에서 2026년 1월 16일까지 열리는 ‘빛의 연대기전’이다. 민주화운동기념관은 과거 국가 폭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조성된 공간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빛의 연대기전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담은 약 60점의 회화·판화·영상·설치작품을 ‘빛’이라는 코드로 풀어냈다. 전시에는 원로 민중미술 작가부터 동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세대 작가까지 총 26명이 참여했다.



동학농민혁명부터 12·3 빛의 혁명까지
전시는 크게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되찾은 빛-동학농민혁명과 해방의 여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 ‘개벽’의 움직임이었다. 그 정신은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3·1운동과 수많은 독립투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45년 광복이라는 빛으로 되돌아왔다. 이동환 작가의 칼로 새긴 독립전쟁은 경술국치와 강제징용, 핵폭발 등의 순간을 담은 판화 작품이다. 홍범도 장군의 활약과 귀환을 수묵화로 그려낸 유준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강한 붓질 위에 홍범도 장군이 눈발을 헤치며 말 달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두 번째는 ‘상처와 화해의 빛-분단과 전쟁 그리고 평화를 향한 걸음’이다. 광복 직후 이어진 분단과 전쟁으로 사람도 국토도 폐허가 됐다. 상처 속에서도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치유와 재건을 위한 ‘화해의 빛’을 밝혔다. ‘여수·순천 10·19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와 동백꽃이 피지 않아 먹을 것이 없는 동박새를 세밀하게 그린 박금만 작가의 소묘 작품과 판문점에서 휴전선을 긋는 장면을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한 송창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째는 ‘저항의 빛-민중의 분노, 독재에 맞서다’로 4·19혁명에서 5·18민주화운동까지 1970~1980년대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에 맞선 뜨거운 저항의 빛을 따라간다. 김건희·손기환·오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살펴본다.
네 번째 ‘기억의 빛-시대를 깨운 목소리, 민주주의의 불꽃’에서는 6·10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각성의 물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하려 했던 기억의 빛을 조명한다. 김종례·김태헌·박불똥·박은태·이억배·이인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마지막은 ‘다시 만난 빛-광장의 민심, 시민이 역사를 쓰다’로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이어진 시민의 참여와 행동이 주권자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조용상 작가의 수묵화는 계엄 당일 움직이는 장갑차를 막은 시민을, 이오연 작가의 아크릴화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밤새 버틴 일명 ‘키세스 시위대’를 그렸다. 박경훈 작가의 목판화 ‘동학, 일백삼십년 만에 남태령을 넘다’는 과거와 현재의 민주화운동을 잇는다는 전시의 주제의식을 담았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남태령에서 가로막힌 전봉준투쟁단 행렬에 과거 의병단과 현재 응원봉 시위대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담았다.
이재오 사업회 이사장은 “빛의 연대기전은 수많은 어둠 속에서 길어올린 빛의 연대 기록을 예술적 시선으로 펼쳐보이며 오늘의 시민에게 민주주의의 미래를 함께 묻는 전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이 함께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예술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전시가 과거의 기억을 넘어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빛의 연대기展
전시기간 ~2026년 1월 16일까지
장소 민주화운동기념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무료
문의 (02)6440-8980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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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