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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봉시하, ‘나만의 놀이동산’

캄캄한 밤, 침대 위에서 실타래처럼 생각이 피어오릅니다. 생각의 타래는 우주를 무대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026 ISF서울국제조각페스타’ 기간에 열린 ‘청소년미술조형공모전’에서 크리에이티브 상을 수상한 봉시하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공모전의 주제는 ‘나만의 놀이동산’. 봉시하의 놀이동산은 꿈이 머무는 작은 우주 같습니다.
침대 옆 거울에서 상상의 말풍선이 흘러나옵니다. “내가 제일 잘나가”, “나는 게임을 잘해.”
스스로를 믿는 주문 같습니다. “이 미술학원에 온 지 얼마나 오렌지”라는 글 옆에는 실제 오렌지를 그려 넣었네요.
침대 위를 어슬렁거리는 녹색 뱀과 탁자 위 붉은 장미는 아이의 비밀스러운 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이의 그림에서 우리는 종종 잊고 있던 자신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아이 때는 세상을 새롭게 ‘발명’하는 감각을 품고 있지만 나이 들수록 그 감각을 너무 쉽게 내려놓곤 합니다. 봉시하의 놀이동산이 묻는 듯합니다.
언제부터 꿈을 침대 곁에 두고도 스스로 허락하지 않게 됐는지.
그림 속 놀이동산에는 입장권도,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이 닿는 만큼 머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른의 할 일은 아이들에게 어른의 세계를 가르치려 들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계를 다시 바라볼 용기를 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글 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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