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몸의 관절 중 가장 억울한 부위를 꼽자면 단연 ‘발목’일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번 체중을 지탱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목을 그저 ‘재수 없으면 접질리기 쉬운 부위’ 정도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생체역학적 관점에서 발목은 우리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첫 번째 추진 엔진’이자 지면에 닿은 충격을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흡수해주는 ‘최전방 충격 흡수 장치’입니다.
이 엔진과 서스펜션의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종아리 뒤쪽의 비복근과 가자미근입니다. 이 두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 단순히 걸음이 느려지는 수준을 넘어 보행의 효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무릎·고관절·척추로 이어지는 충격의 연쇄를 막아내지 못합니다.
걸을 때 왜 ‘쿵쿵’ 소리가 날까?
걷거나 뛸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힘을 사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보행 시 몸을 앞으로 보내는 추진 에너지의 약 40~50% 이상이 고관절이나 무릎이 아닌 발목과 종아리 근육에서 생성됩니다.
종아리 근육이 건강한 사람은 발뒤꿈치가 닿고 발가락으로 지면을 밀어내는 ‘롤링’ 과정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반면 비복근과 가자미근이 약하면 ‘밀어내는 힘’이 부족합니다. 그 결과 발을 들어올렸다가 힘없이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걷게 되고 이때 발이 지면에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는 단순한 보행 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격이 고스란히 무릎 연골과 허리 디스크로 전달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래 걸으면 발목보다 무릎이나 허리가 더 아프다고 느끼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원인이 종아리 근육의 기능 저하에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은 추진력뿐 아니라 몸의 미세한 균형을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이기도 합니다. 생체역학과 스포츠의학 연구에 따르면 종아리 근육의 피로도는 균형 능력(Balance)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비복근과 가자미근이 지치거나 약해질수록 신체의 좌우 흔들림(Sway)은 증가하고 돌발 상황에서 자세를 바로잡는 반응 속도도 현저히 느려집니다.
즉 발목이 약해지면 러닝 중 부상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빗길에 미끄러지거나 계단에서 중심을 잃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낙상 사고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아리 근력은 노년기 삶의 질을 지키는 핵심 보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아리가 지치면 넘어지기 쉽다
종아리는 순환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발끝까지 내려갔다가 중력을 거슬러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강력한 펌프가 필요합니다. 이 펌프가 바로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 작용입니다. 종아리 근력이 약하면 하지정맥류가 생기기 쉽고 저녁만 되면 다리가 붓거나 자주 쥐가 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발목과 종아리 강화 운동은 관절 건강뿐 아니라 혈관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발목 근육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고 복근이나 가슴 근육처럼 즉각적인 미적 효과가 적어 쉽게 소홀해집니다. 그러나 건물의 기초가 튼튼해야 고층 빌딩이 서듯, 우리 몸의 기초인 발목이 부실하면 무릎·고관절·척추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약해진 발목과 종아리를 강화하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카프 레이즈(calf raise·까치발 들기)’입니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당장 까치발을 들어보세요. 하루 30회의 꾸준한 카프 레이즈는 보행 효율을 높이고 10년 뒤 관절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정용인
물리치료사로 유튜브 채널 ‘안아파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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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