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발한 출판 기획이 떠올랐다. 어린이에게 국어사전 찾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따라 책장을 넘기며 단어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나만 느끼기에는 아까웠다. 검색해보니 그런 책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좋았어, 이건 대박이야! 하지만 출판사 대표는 이 기획에 회의적이었다. “요즘 누가 실물 국어사전을 찾아보겠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그만인데. 그리고 세상에 그런 책이 없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안 팔려!” 사전 찾는 재미를 모르다니. 하여튼 이상한 아저씨라니까. 하지만 번역가 홍한별의 ‘아무튼, 사전’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가 아닌 내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가 사전을 주제로 한 책을 쓰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자 모두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전을 재미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녀와 나,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이렇게 네 사람뿐인 모양이다.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그녀의 아버지는 온갖 사전을 수집했고 고향 말이 잊히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녀의 어머니는 수첩에 전라도 사투리를 적어 자신만의 사전을 만드셨단다. 이런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아 번역가가 된 그녀는 온종일 사전 속을 헤매며 단어를 찾는다. 어떠한 단어를 가지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기에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단어를 게걸스레 줍는단다.
어머, 웬일이야! 나도 그런데! “무시로, 무시로, 그리울 때 그때 울어요” 하는 나훈아의 노래를 듣다가 ‘무시로’를 주웠고 “어머니도 허락하셨는데 중뿔나게 고모가 웬 참견이야!” 하고 성을 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다가 ‘중뿔나다’를 주웠다. 그렇게 주운 단어를 단어장에 적어두고 이따금 훑어보면 어쩐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려는 욕구는 재화를 축적하려는 부르주아적 욕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동전을 모으듯 단어를 모은다. 힘을 갖기 위해서. 동전과 단어의 차이점은, 단어는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지식, 축적, 부르주아, 욕구, 동전, 힘. 그녀 덕에 출판사 대표를 설득할 단어를 많이 주웠다. 책을 이어 읽다가 단어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그만일 거라는 대표의 말에 반박할 만한 내용도 주웠다. 사전을 비스듬히 기울여 옆면을 쓰다듬으면 고양이 이마를 만질 때처럼 만족스러운 느낌이 든다지 뭔가! 하지만 감성 따위 눈곱만큼도 없는 대표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고민하던 나는 사전에서 해답을 찾았다. ‘KNU 한국어 일상 표현 사전’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를 검색해보니 ‘어떤 다툼이 생겼을 때 더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뜻풀이가 나와 있었다. 대표와 회의하다 불리하면 소리치련다. “아무튼, 사전!”

공감에 관하여
이금희(다산책방)
36년간 대중과 교감해온 이금희 아나운서의 소통 철학을 담은 에세이다.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서 만난 3만여 명이 들려준 인생, 라디오 DJ가 돼 전했던 15만여 명의 사연, 모교 겸임교수로 접한 2200여 명 학생들의 이야기, 매주 12만여 명 구독자와 함께하는 유튜브, 그리고 매년 전국을 돌며 만나는 강연장의 청중까지. 저자가 다양한 사연 속에서 발견한 소통의 본질은 단절된 시대에 잊고 있었던 ‘공감’과 ‘연민’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의 틀을 깨는
40개의 지도 이야기
앨러스테어 보네트(M31)
지도는 지형지물을 그대로 나타낸 단순한 길 안내 수단을 넘어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품은 정보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다양한 제작 방식과 형태를 통해 수많은 정보와 비밀,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다. 9000년 전의 마을 지도, 오래전 세계 각국이 바라본 세계 지도, 자연과 과학이 만든 생동감 넘치는 지도, 우주를 상세하게 담아낸 최첨단 지도 등 40개의 지도를 통해 그 속에 담긴 과거와 현대, 인간과 자연, 과학과 우주에 이르는 광범위한 정보와 비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어른의 품위
최서영(북로망스)
저자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라는 오래된 질문을 붙들고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성별과 연령, 직업이 모두 다른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나이만 많은 사람’과 ‘진짜 어른’의 차이가 바로 ‘품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품위는 일차원적인 겉모습이나 거창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가짐, 말투, 태도, 자세, 신념, 눈빛 등 생각에서 배어나온다는 사실도. 너그럽고 현명한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유성호(위즈덤하우스)
숨이 멎은 심장, 검게 변한 폐, 돌연 멈춘 뇌, 조용히 파열된 혈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인 저자가 매주 부검대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다. 1999년 이후 수천 건이 넘는 부검을 통해 분석한 한국인의 실제 사망 원인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죽음을 늦추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단순한 의학지식을 넘어 일상에서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이 어떻게 우리 몸을 파괴하며 무엇을 경계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짚어준다. 한마디로 ‘법의학자의 시선에서 쓴 생존 교양서’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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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