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과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가능한지, 또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생되는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세계적인 대세인 것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만, 대한민국이 가지는 지리적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여러 차례의 발표와 투고를 통해 우리와 비슷한 기후를 가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고, 현재 수준의 가격 기준으로도 300GW 이상의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급속한 기술개발로 인해 설치 면적과 설치 단가는 점차 하락할 것임을 전망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쩌면 계속 20세기 에너지를 가지고 21세기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는 보다 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돼 있다. 2016년 기준 발전량의 7%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 2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신규 설비의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해 자연스럽게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를 위하여 주택, 건물 등의 자가용, 협동조합 등의 소규모 사업, 농가 태양광, 대규모 프로젝트의 형태로 보급이 추진된다. 특히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주민 수용성 증대, 난개발 억제 등을 위해 국민과 지차제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자체 중심의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급량 맞추기에 급급한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계획이 아니라 국민과 지자체의 주도적 참여를 우선적으로 시도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급 환경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분산에너지의 확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돌이켜보면, 석탄과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문명도 빠르게 발전했고 이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술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진 온실 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높여 ‘기후 변화’라는 문제를 만들었다. 좁은 면적에서 아주 많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자력발전 역시 고도 성장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는 많은 공헌을 했지만, 안전성과 폐기물 관리 등의 해결 과제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효율성이 강조된 대규모 발전은 송전탑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들에서 볼 수 있듯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해서는 어떤 에너지가 필요할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초연결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에너지가 공급돼야 할까? 여러 가지 에너지 기술이 존재하지만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은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태양열, 바이오 등 자연의 에너지를 전기와 열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안전하며, 소규모의 분산에너지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결합됐을 때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태양이 비치는 모든 곳, 바람이 부는 모든 곳에서 전기를 만들고, 만들어진 전기는 저장, 이송, 공유되면서 미래 지속 가능한 초연결사회의 동력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서 제기된 우려들을 극복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향상시켰으며 그로 인해 보급 역시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 결과 지리적 조건이 좋은 지역에서부터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효율은 더 높아져야 하고 제조단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설치 공간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이 개발돼야 한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 ICT 등과의 결합을 통해 최적화된 에너지 수요·공급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형 재생에너지원, 에너지저장장치, ICT 등의 적용을 통한 친환경 도시 분산 에너지 시스템이다. 도시에서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게 되면, 그 자체로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지 확보의 문제, 주민 수용성의 문제도 대폭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안정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경제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응용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 지리적 환경, 선진국의 경험 등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제시한 2030년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20% 보급은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단순한 보급 목표 달성보다는 기술 혁신, 다수 에너지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한 분산 에너지 공급 확대,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 창출이 서로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것이 공급에너지원의 변화만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과 소비 방식까지도 변화하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일 것이다.
윤재호│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