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7백 달러 수준에 불과한 동남아의 가난한 국가 캄보디아에 한국인에 의해 야구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캄퐁스포 지역의 스랑 마을에서는 ‘허구연 베이스볼 필드’ 개장식이 열렸다.
유명 야구해설가인 허구연(59) 씨가 1억원의 기금을 내놓아 3년 만에 완공된 ‘허구연 필드’는 국내 야구장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92미터, 중앙 펜스까지는 1백13미터로 국제 규격을 겨우 충족시키긴 했지만 국내 구장들보다는 작다. 게다가 내·외야에는 모래와 잔돌도 많다. ‘맨땅’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번듯한 전광판도 없지만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주변 마을 수준을 감안하면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도 선수 숙소와 실내 연습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향후 한국 초중고교팀의 전지훈련 장소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허 씨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남을 돕는 나라가 된 세계 최초의 국가인 한국이 이제 야구 실력도 세계 정상급에 오른 만큼 야구를 통한 제3세계 지원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우리가 1백 년 전 한국에 야구를 전한 질레트를 기억하듯 캄보디아 사람들도 장차 한국을 기억해 줄 것으로 믿는다”는 것.
허 씨가 광고 모델료로 받은 5천만원까지 더해 그 기금으로 야구장이 지어지기는 했지만 캄보디아에 먼저 야구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김길현(55) 전 이화여대 약학대 교수다. 김 교수는 2006년 캄보디아 최고의 명문 대학 프놈펜 왕립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대학에 캄보디아 최초의 야구팀을 창단해 화제가 됐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야구 선수로 활동했던 김 교수는 야구를 통해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다. 김 교수는 “캄보디아는 1970년대 중반 폴 포트 정권의 학살로 많은 지식인들이 목숨을 잃어 문맹률이 50~60퍼센트에 달할 만큼 교육 수준이 낮다”며 “야구를 통해 규칙을 지키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야구는 2006년 연맹이 설립됐을 정도로 걸음마 수준이다. 성인 팀은 단 2개뿐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20여 개 리틀 야구팀이 생겨나는 등 야구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캄보디아 야구연맹 티어리 채 사무총장은 “한국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한 것도 알고 있다”며 “이번에 ‘허구연 필드’를 만든 소식을 듣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야구장 이용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국가대표팀 에이스인 무앙짱토언(22) 씨는 “우리도 번듯한 야구장을 갖게 됐으니 동남아(SEA) 대회에서 첫 승은 물론 메달 획득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글·고석태(조선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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