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하는 요리방송(쿡방)이 텔레비전을 점령하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먹음직스러운 각종 요리에 눈길을 빼앗기며 출연자들은 엄지를 척 든다. 그러니 남자 셰프의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을 훌쩍 뛰어넘는다. 요리가 더는 주부나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 된 것이다.
‘맨스키친’이라는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저자는 일본의 요리연구가다. ‘맨스키친’ 수강생의 자격요건은 무조건 남자여야 한다. 20대부터 은퇴 후 노후를 즐기는 정년퇴직자까지 이 교실을 찾아오는 남성 수강생들의 열정은 남다르다. 이유는 한 가지. 요리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요리의 세계에 얼마나 커다란 즐거움이 숨어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인생을 살면서 요리 한번 해보지 않고 죽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요리를 하지 않는 남자들은 요리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있다. 특히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남자가 무슨 요리를 한다고’ 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많다. 평소 부엌에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 요리와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이다.
시대도 요리하는 남자를 부른다.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가사 공동 분담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요즘 일본 회사에서는 은퇴하는 직원들에게 앞치마와 칼을 선물한다고 한다. 퇴직하고 삼시 세끼 꼬박 아내에게 얻어먹는 ‘삼식이’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제2의 인생에 요리는 결코 빠질 수 없다.
요리를 배우기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일까. 저자는 이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요리는 장난감 조립과 같이 쉽게 보면 된다’고 말한다. 재료가 있고 설명서가 있으니, 설명서를 보면서 순서대로 조립해나가다 보면 샘플과 똑같이 만들 수 있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요리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의 첫걸음인 셈이다.
남자가 요리를 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가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여기에 요리할 줄 아는 남자는 순서 파악도 빠르다. 또한 전체적인 능력에 균형이 생긴다. 일정한 시간 안에 서너 가지 메뉴를 만들다 보면 멀티태스킹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순간적인 사고와 판단은 바쁜 업무 처리와 매우 닮았다.
10년째 3000명의 남자들에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는 저자는 요리하는 순서나 방식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과 직업을 알아맞힌다. 예를 들어 무조건 센 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나 경영자들이다. 음식이 타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내달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렵생활을 했던 원시시대 DNA가 리더들에게 아직도 본능적으로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책에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와 꼭 갖춰두어야 할 조리 도구, 채소와 육류 손질법 등도 담겨 있다. 아버지가 하는 간단한 요리라도 평생 남을 추억의 일품요리가 될 수 있다. 요리를 망설이는 당신, 이제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향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요리하는 남자는 무적이다
후쿠모토 요코 지음 | 김윤희 옮김 | 오브제 | 256쪽 | 1만3000원
글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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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