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흥모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위원
5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치킨 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인 A사와 B사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A사와 B사가 물어야 할 금액은 각각 15억 3200만 원과 5억 원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점주)를 상대로 부당하게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해 정부 제재를 받은 것이다. 피해자인 점주들은 대부분 가맹사업자협의회 등 전국적인 가맹점 사업자 단체를 설립해 활동을 주도하고 가맹 본사에 불리한 내용을 폭로하거나 ‘유통 마진 공개’와 ‘필수 매입 품목 최소화’ 등을 요구했다.
양흥모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위원도 A사 가맹 본사에서 2020년 2월 초 일방적으로 불공정하게 계약 갱신 거부를 당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10년 이상 A사 가맹점포를 운영했는데 2019년 초부터 전국적인 가맹 점주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것을 빌미 삼아 일방적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양 조정위원은 “공정위가 두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에 물린 이번 제재는 문재인정부에서 공정거래 시장 질서와 공정경제 가치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 성과다. 정부가 가맹거래사업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 정착을 위해 정책·제도적으로 노력했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으로서 점주들 이익 대변
양 조정위원은 2020년 11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의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맹거래분쟁조정협의회는 가맹사업 당사자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조정위원(총 9명)은 가맹사업본부 추천 3명, 가맹사업 점주 측 추천 3명, 공익 조정위원 3명(변호사·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2008년에 설립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맹사업거래·하도급거래·대규모유통업·약관·대리점 등)로 발생한 분쟁을 당사자 간 자율 조정으로 신속히 해결할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양 조정위원은 가맹사업 점주들이 “가맹사업 분쟁 사건에서 가맹 본사에 대응해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달라”며 적극 추천해 선임된 위원이다. 분쟁 사건 조사관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와 자료 검토, 법리적 판단을 한 다음 조정 조서를 제출하면 조정위원들은 이 조서를 기초로 각자 의견을 내고 ‘조정 권고안’을 제시한다.
“경제적으로 힘의 우위를 가진 가맹본부의 부당한 갑질 거래에서 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A사 프랜차이즈 장사를 해보고 가맹본부와 오랜시간 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라서 실제 경험을 살려 조정위원으로서 점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조정위원 추천을 수락했습니다.”
분쟁조정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분쟁 사건이 100건이라면 대부분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되고 두세 건 정도 조정위원 회의·심의가 필요한 조정 대상 안건으로 올라온다.
“기준이 모호하고 다툼의 소지가 큰 사안은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정황 논리를 제기합니다. 해석상 차이에 대한 의견도 제출해 점주들의 이익을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조정 조서 내용을 바꾸는 역할을 한 적도 있어요.” 조정 효력은 법률상 화해 제도와 동일하다.

▶양흥모 조정위원이 201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주 피해 사례 발표 및 간담회에 참석했다.│양흥모
정부의 공정경제 가치 확산 노력
공정위는 2020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 업체 자격을 정해 이른바 ‘1+1 기준’(1년 이상 혹은 1곳 이상 직영 점포 정상 운영)을 갖춘 자본만 가맹점 모집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또한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0월 가맹사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허위·과장광고, 부당 거래 거절, 갑질 보복 행위에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때부터 줄곧 추구한 공정경제 가치를 확산하려는 노력은 가맹사업에 ‘등록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1년 11월 19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등록된 가맹 점주의 단체 결성과 협의를 권리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점주 단체를 인정하고 교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하고 불이행 시 제재를 가한다.
개정안에는 판촉 광고비를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양 조정위원은 “그동안 판촉 광고비를 가맹본부가 가맹 점주한테 떠넘겼는데 가맹점이 수익을 얻으면 본부가 그 일부를 챙겨가는 구조이므로 둘이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맞다. 정부가 공정거래 질서를 위해 전향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등록제는 가맹사업자들의 단결과 교섭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를 시작한 것이고 가맹 점주들과 정부가 함께 노력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가맹사업법은 2002년 새로 제정됐다. 그 후 2007년 개정에서 ‘10년 계약 갱신 요구권’이 도입됐다. 가맹계약 이후 10년까지 점주들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조항을 악용해 맘에 들지 않은 점주에게 10년이 지나면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A사도 이 조항을 들어 양 조정위원에게 갱신 요구권이 없기 때문에 계약 해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이번 본사 제재 조처는 양 조정위원이 점주 단체를 주도적으로 결성해 활동한 것에 대한 부당한 계약해지 보복 행위(부당 거래유형에 해당하는 ‘불이익 제공’)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맹거래사 자격증도 취득
양 조정위원은 조정위원을 맡게 될 즈음 가맹거래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민법·경영학원론·공정거래법을 공부하느라 애먹었다고 한다. 그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가맹거래 관련 법률 조항을 한데 모아둔 두툼한 수험용 책자가 들어 있었다.
“몇 년간 본사의 불공정 갑질 행위에 맞서 싸우면서 가맹사업법을 들여다보고 동료 점주들이 요청하면 법률적인 도움도 줬어요. 이왕 내가 관심 있게 본 것이니 체계적으로 더 해보자 싶어서 1년간 공부해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 자격증으로 직업을 가질 뜻은 전혀 없어요.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생업 때문에 가맹사업 법률을 들여다볼 틈도 없고 가맹 본사의 우월적인 지위 남용으로 상품을 강매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대항할 수 없어요. 법률 지식도 부족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점주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1980~1990년대 의류업 대리점 형태로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토종 치킨을 필두로 피자 등 식품 업계로 확산됐고 현재는 피시방·빨래방·떡볶이점 업태로 가맹점 모집이 크게 늘었다. 프랜차이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서 마땅한 생계 방편이나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퇴역 군인을 위한 사회 정착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다른 사회적 직업 경험이나 기능,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전문 사업가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대가로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게를 내 장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 조정위원은 “애초 프랜차이즈는 매출이나 판매이익의 일부를 정률제나 정액제로 받는 방식이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규모 구매에 따른 바잉 파워(구매자 우위)로 물품을 싸게 받아서 적정 도매 가격 이하로 가맹점에 공급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본사가 시중 가격보다 더 비싸게 가맹점에 물품을 팔아먹는 구조”라고 말했다. 본부에서 가맹점을 상대로 물품 공급의 차액, 즉 물류 마진 장사를 위주로 하고 필수 품목 거래를 강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형·왜곡됐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 점주들의 소자본 투입에 의존하고 영업 활동에 따른 위험도 가맹점이 더 크게 부담한다. 양 조정위원은 말했다.
“프랜차이즈는 명백한 공동 사업입니다. 가맹사업법에도 본부와 가맹 점주는 협의로 상호 발전을 도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가맹 본사는 가맹 점주의 계약 갱신 협의 요청을 묵살하고 상품을 강매하며 비용을 떠넘겼습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점주 단체 결성과 활동, 협의권을 명확히 규정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종 프랜차이즈 점포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퇴직한 사람이고 장사를 해본 경험 없이 제2의 인생을 찾아 도전한 사람입니다. 조정위원, 가맹거래사로서 이런 사람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가맹본부 새로 차리려면 ‘직영점’ 1년은 운영해야
앞으로 가맹본부를 새로 차리려면 직영점 하나를 최소 1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11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된 가맹사업법에는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 소규모가맹본부에 대한 법 적용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새롭게 가맹사업을 시작하려는 가맹본부가 직영점을 1개 이상,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없으면 정보공개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가맹점을 모집할 수 없도록 했다.
그간 가맹본부가 직영점 운영을 통한 사업 방식의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부실한 가맹사업 운영으로 투자금 손실 등 가맹점 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편, 사실상 사업 방식이 검증돼 직영점 운영 의무를 적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시행령에서 보다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직영점 운영의 취지는 보호하면서 새로운 가맹사업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예외 사유를 마련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가맹본부로 하여금 직영점 운영 기간 및 매출액 등에 관한 사항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가맹점 모집 단계에서 관련 정보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한 소규모가맹본부에게도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이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한편, 가맹금을 가맹본부가 직접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 은행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하도록 했다.
이는 소규모 가맹본부 일수록 시장에 정보가 부족하고 가맹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소규모 가맹본부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가맹본부가 직영점 운영을 통해 사업 방식을 검증한 경우에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실 가맹사업 운영으로 인한 가맹점주 피해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울러 소규모 가맹본부와 거래하는 가맹희망자가 정보공개서를 제공받음으로써 합리적 창업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가맹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함으로써 가맹금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