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박람회 서포터스 ‘다시인(人)’ 강소영 심리상담사
실패박람회 서포터스인 ‘다시인(人)’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다시 일어나도록 돕는 사람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 실패박람회 선포식 및 국민 서포터즈 다시인 발대식’을 공동 개최하며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를 마련하겠다고 5월 25일 밝혔다.
2021년은 창업·취업·재무·심리·기업 운영 등 각 분야 전문 상담인 10명과 기자단·제작단·응원단으로 활동할 40명 등 모두 50명을 선발했다. 다시인 서포터스는 실패박람회 홍보대사로 국민이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상담과 다양한 재도전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전할 예정이다.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다시인으로 활동하는 강소영 심리상담사를 인터뷰했다.
사회적 연대 통해 회복과 재도전 응원
치유공간 사회적협동조합 상담사로 활동 중인 강 씨는 이제껏 자살위기자 마음 치유 상담과 알코올중독자 회복적 삶 상담, 다시 찾은 인생 상담 등을 해왔다. 다시인으로 처음 지원한 2020년에는 상담실이 아닌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19로 잡혀 있던 상담 일정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니 무엇을 해야 할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세종시청 누리집에서 봉사 영역을 찾았다. 실패박람회 상담사 모집 글 가운데 ‘사회적 연대를 통해 회복과 재도전을 응원하는 일!’이라는 문장이 상담사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같아서 신청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다시인으로 활동한다면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강 상담사 또한 실패박람회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낯선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실패를 박람회 형식으로 어떻게 진행한다는 것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다시인으로 활동하기 전 상담사로 일할 때 만난 많은 사람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상황과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마음의 어려움, 육체의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강 씨는 “상담사로서 늘 마음이 아팠지만 한 개인이 도울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이젠 정부가 상담에 나서야 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많은 사람이 위기에서 일어나도록 정부가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람회의 취지를 응원했다.

▶행정안전부 및 참여기관 관계자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행정안전부
실패 경험 나누며 다음 세대 성장 도와
실패박람회는 2018년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최초로 실패를 주제로 공동으로 개최했다. 실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행사를 하며 재도전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강 씨는 “실패를 절망과 좌절이 아닌 자산이자 성장 과정이라는 점을 개념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어른의 실패 경험을 나누며 다음 세대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다시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연을 접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로 ‘남편의 사업 실패 후 우리 가족’이라는 사연을 전했다. 상담자는 빚 폭탄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됐고 갚지 못한 카드 빚만 4000만 원에 달했다. 빚을 갚기 위해 집과 차를 팔고 적금과 펀드를 모두 해지했다. 가족들은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남편과 아내는 몇 번의 이혼 위기를 겪었지만 자녀들을 보며 참고 또 참았다. 빚을 갚기 위해 6년을 보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응원의 메시지를 바란다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다. 강 상담사는 따뜻한 답장을 썼다.
“선생님께서는 남편 탓 남의 탓 하지 않고 굳게 마음먹고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단하셨습니다. 그것이 가장 잘하신 일입니다. 또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책을 통해 정보를 구하셨습니다. 그 정보를 활용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도 훌륭합니다. 선생님께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내셨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6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자 가장 알차고 뜻깊은 시간이셨을 겁니다. 깨닫고 경험하면서 선생님의 삶이 많이 성장했을 것입니다. 반드시 안정된 삶을 이루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실패 경험한 모든 사람을 응원
상담 요청자처럼 많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나눌 때 현재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강 상담사는 “잘하고 있다는 칭찬과 격려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타인과 관계는 물론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강 씨는 설명했다. “관계의 실패는 많은 것을 잃게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나를 잃어버린다. 온전한 나는 없고 실패했다는 절망에 빠져 분노로 가득 찬 나밖에 없다 보니 살아가는 게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실패했을 때 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분노와 절망만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강 상담사는 “분노는 남의 탓을 하게 만든다. 억울한 감정으로 다시 도전해도 반복적으로 실패한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인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 상담사는 “나의 실패를 인정하고 타인 때문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나를 봐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해야 한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자신의 자산으로 여기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별한 사람만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강 씨는 말했다. “실패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경험하는 일이다. 유아기에는 울어도 엄마가 젖을 안 줄 때 첫 번째 실패를 경험하고 노인이 돼서는 ‘나는 잘할 수 있어. 아직도 청춘이야’라고 믿지만 몸과 마음이 느려지고 둔해지며 많은 실패를 겪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실패를 경험했고 나도 경험한 것이라면 두려움에 빠져 있을 이유가 없다. 실패를 경험한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박유리 기자
2020년 실패박람회에서 35건 정책 반영
2021년 3월부터 충남 홍성군에서는 농촌형 청년 주거 상상 실험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적은 비용으로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모델을 구축하자는 정책이 제안됐기 때문이다. 거주할 집은 여섯 평으로 청년들이 모여 설계한다. 친환경적인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태양열, 빗물을 활용한 난방과 온수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민이 이러한 공법을 제안했다.
실패 후 회복과 재도전을 지원하는 실패박람회의 일환으로 이뤄진 시민 참여 숙의 토론에서 2020년 75건의 정책 과제가 발굴됐고 이 가운데 농촌형 청년 주거 상상 실험 등 35건이 반영됐다. 실패박람회는 실패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삼고 재도전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행사로 201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21년 5~11월에 열리는 실패박람회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사이의 연계를 강화하고 온라인 채널을 확대해 국민 참여 폭을 넓혔다. 부산·대구·제주 등 지방자치단체 3곳과 청년·여성·취업 및 창업·소상공인 관련 공공·민간기관 14곳이 참여해 실패를 자산화하고 재도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과 숙의 토론을 진행한다.
2021년부터 온라인으로 의견 수렴과 의제 제안을 받으며 7~11월에는 재도전 사례 공모전과 국내외 사례 공유를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실패박람회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박람회 누리집(www.failexpo.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국민 누구나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을 만드는 가장 값진 자산”이라며 “이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중기부가 재도약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 위해 실패를 용인하고 포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 재도전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재도전 문화를 확산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