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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를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고요? 그러한 선입견을 깨려고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남 함평에 자리하고 있는 식품 유통업체 (주)감나루(대표 백성준·46)는 지난 5월 냉동 홍시 ‘감동’을 출시한 뒤 국내외에서 주문이 폭주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존 냉동 홍시는 녹으면 흐물흐물 곤죽이 되어버려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이 회사가 내놓은 냉동 홍시는 녹은 뒤에도 연시처럼 달콤하면서 물컹하지 않고 단단한 생감의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기존 냉동 홍시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일등공신’은 백 대표가 개발한 ‘탈삽기법’. 일반적으로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감으로 나뉘는데, 떫은감에서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을 없애주는 것이 탈삽기법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가공 과정은 그렇게 쉽지 않다.
“자연상태에서 홍시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선 감을 그늘에서 20일 정도 건조해야 하는데, 성공률이 50%가 채 안되거든요. 그마저 윗부분만 홍시로 변하고 아랫부분은 그대로인 것이 많아 판매용으로 적합하지 않아요. 더구나 기존 홍시 제품들은 ‘카바이트’라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해 타닌 성분을 제거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저희 홍시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카바이트 대신 친환경 공법인 ‘CHP 탈삽법’을 사용해 건강식품으로도 그만입니다.”
CHP 탈삽법의 핵심은 밀폐된 건조로에 감을 넣은 뒤 저온·저압 상태에서 탄산가스를 주입, 약 하루 동안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키는 것. 이 과정을 거치면 감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의 입자가 커져 사람들이 떫은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 기존 홍시는 과육이 쉽게 물러 보관과 유통이 어려웠지만, 탈삽 과정을 거친 홍시는 과육이 단단해 상온에서도 10일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이 탈삽기법을 응용한 홍시인 ‘황시’(皇枾)와 ‘진시’(眞枾)를 지난해 11월 시장에 내놓은 감나루는 지난 6월 말까지 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 대표는 “올해 말까지 계약된 물량을 포함하면 50억 원어치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CHP 탈삽법으로 지난해 기술혁신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1차 농산물 신기술 벤처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시와 진시 개발에 성공한 백 대표는 곧 홍시를 1년 내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농산품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연중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냉동 홍시 ‘감동’이다.
[B]중국정부 ·기업들이 큰 관심[/B]
원자력발전소 공정 설계사였던 백 대표가 감 농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1992년. 광주에 파견근무 왔다 우연히 감 과수원을 구입한 것이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집사람 혼자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 제가 퇴사하고 광주 시내에 설계 사무실을 냈는데, 그것이 그만 IMF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게 됐죠. 그때부터 감 농사에 전업으로 매달리게 됐습니다.”
감 농사를 짓게 되면서 백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떫은감에서 떫은맛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 뒤 기술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찾았다.
“저희가 재배하는 감의 품종이 대봉이었는데, 처음에는 대봉 품종 연구기관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죠. 경상도에 단감시험장이 하나 있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매일 오가며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감동’ 성공 이후 감나루에 투자를 타진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은 중국. 베이징(北京)시 공무원들이 감나루의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연달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감나루는 연내 칭다오(靑島)와 베이징에 공장을 세워 내년부터 중국에서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의 떫은감 시장은 2,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 중 30%를 우리 회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백 대표는 “중국의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우리 농산물을 거꾸로 중국에 수출하게 돼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기술만 있으면 결코 어렵지 않다”며 “떫은맛을 뺀 녹차, 매운맛을 뺀 마늘 등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는 틈새시장이 무진장 많은 분야가 바로 농업이며 식품 가공 시장”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 대표가 고향도 아닌 함평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첫번째 가공 시설을 전남 영광에 짓고 제2 가공시설과 제3 가공시설은 함평에 지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청의 지원을 받아 함평군에 감나무 100ha를 식재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함평군의 전폭적 지원도 있었지만, 그보다 공업뿐만 아니라 농업도 투자환경에 따라 이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기술에 대한 투자에 너무 인색합니다. 최소한 상업적으로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이 전무해요. 제발 기술 좀 사 달라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귀를 안 기울이다 시장에 진입한 뒤에야 손을 내밉니다. ”
농업관련 기업을 경영하며 농업정책 전문가가 돼버렸다는 백 대표. 그는 지금 3년 안에 (주)감나루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다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그의 품안에서는 ‘델몬트’와 같은 세계적 식품 가공 기업을 키우겠다는 커다란 꿈이 서서히 여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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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