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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드와 고무줄 등 파마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곧바로 컬을 만들 수 있는 ‘깜짝 파마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장태선, 이동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나노 기술을 이용해 개발했다는 이 모발 조형촉진제는 현재의 파마 공정과 시간을 절반 아래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벌써부터 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마 공정은 모발에 약품을 바른 뒤 원하는 굵기의 롯드에 감아 고무줄로 동여맨 채 대략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기존 파마약은 대부분 화학약품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자극적인 냄새뿐만 아니라 파마 후 모발 손상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을 일거에 해결한 ‘슈퍼 발명품’이기에 이·미용업계가 주목하는 것이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B]파마 시간 절반 이상 단축시킬 ‘혁명적’발명품[/B]
그러나 이 깜짝 파마약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발명의 산파역을 담당한 주인공이 한 평범한 미용인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시 은행동에서 ‘또슈미용실’을 경영하는 우완제(44·헤어 싸이언스 대표) 씨. 그는 새로운 파마약 개발을 한국화학연구원에 의뢰했고, 그동안 연구 용역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넘게 개인 미용실을 운영해온 우씨가 새 파마약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략 5년 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미용기구가 시중에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쓰는 데 재미를 느끼던 그는 어느 날 복잡한 파마를 단순화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가능성을 모색했다. 연구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는 쓰디쓴 절망만 느낄 뿐이었다.
“2년 동안 주로 사설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보려고 했지만 세 번이나 허탕을 쳤어요. 연구비만 날리고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사설 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주었다가 잇따라 쓰디쓴 패배감을 맛본 그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정부 출연 연구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 연구소가 개인의 연구 의뢰를 받아줄지, 괜히 이번에도 연구비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최소한 사람을 속이지는 않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국화학연구원의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다행히 제 제안을 장태선 박사가 흔쾌히 수락했고, 다시 힘을 냈습니다.”
그는 몇 차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 연구 과정에는 연구비 지원 외에도 아예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기술연구부의 장태선, 이동구 박사와 우 씨가 3인1조가 돼 연구에 매달린 뒤 오늘과 같은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우 씨가 이 연구 프로젝트에 쏟아 부은 비용만 5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 원장이 개발에 성공한 조형촉진제는 특히 인체에 자극을 주지 않는 천연 소재에서 추출한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더구나 여기에 첨가된 촉매는 10nm 내외의 크기로 이른바 첨단 나노 기술이 사용됐다. 때문에 이 제품은 모발 흡수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피부 장애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새 파마약을 사용해 파마를 하면 불과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파마하는 데 따로 보조원을 두지 않아도 되니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죠.”
시술자와 사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묘약’을 개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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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부부 미용실로 돈 벌어 미용 기기 개발에 투자[/B]
지금도 고객을 위해 가위를 드는 우씨가 가욋일에 가까운 신제품 개발에 열정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우 원장이 처음으로 가위를 든 것은 23년 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서다. 당시만 해도 남자가 미용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그리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누나의 권유도 있었지만, 왠지 이 일을 내가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위와 빗을 들었죠.”
그는 미용 기술을 갈고 닦으면서 지금의 아내(장윤순)를 만나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또 오세요’라는 의미의 충청도 방언인 ‘또슈’라는 이름을 붙인 그의 미용실은 그동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을 계속해 왔다. 적잖은 돈을 만지게 된 그에게는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겨났다. 평소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온 우 씨는 이번 파마약 개발에 앞서서도 이미 여러 신제품을 쏟아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자동샴푸기와 미용복합기다. 3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이다.
파마약에 앞서 올해 초 머리 세척과 건조, 마사지 기능을 갖춘 자동샴푸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기 개발을 위해서도 그는 대전의 한 중소기업과 손잡고 지난 5년간 5억여 원의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가위, 빗, 타월 등 머리 손질 기구를 한 공간에 보관하면서 살균, 소독할 수 있는 복합 미용기는 발명품의 범주를 넘어 상품화에 성공한 사례. 사용자의 동선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활동량이 많은 미용사의 움직임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미용실의 위생 수준을 현저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 씨는 최근 잇따른 신제품 개발로 제품을 생산, 유통할 회사(헤어싸이언스)를 별도로 설립했다. 그는 회사를 통해 향후 제품들의 해외 수출도 꿈꾸고 있다. 새로운 회사의 경영을 위해 그는 지난해 전문대학에서 세무회계학을 배우면서 만학의 열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꾸준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이색적인 미용 상품을 개발해 헤어싸이언스의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싶습니다. 더 이상 우리 이미용 업계가 수입 제품들로 채워지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10월부터 새 파마약에 대한 제품 개발이 시작되면 수출 마케팅도 본격화할 생각입니다.”
우 씨는 일단 유통, 마케팅 부문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당분간 연구 개발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적극적인 연구 개발 노력 없이는 어느 사업도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독창적인 기술이 있으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한 벤처 미용인의 다부진 사업 구상이 차근차근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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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