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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하루
일과는 언제나 복지 현장을 방문하는 일로 빼곡하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참여복지’
‘따뜻한 복지’ 실현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것이다. 김 장관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여정부 복지정책에 대해 국민과 느낌을 공유하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사회적 약자들을 자꾸 만나야 정책의 손길이 맨 끝까지
전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김 장관은 강조한다.
지난 4월26일 <코리아플러스>와의 인터뷰도 서울 노원구 사회복지관에서
이뤄졌다. 너무 일정이 바빠 장관실에서 만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 장관의
복지관 방문 일정은 원래 오후 5시부터 6시까지였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복지와 관련한
각종 건의를 듣다 보니 7시를 훌쩍 넘겼다.
마침 이날은 김 장관과 부인 인재근 여사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그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넌지시 “오늘 결혼기념일인데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하고 묻자 김 장관은 오히려 “오늘이 며칠인가”라고 되묻고는 깜빡했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국민복지’만 고민하다 보니 정작 ‘집안복지’는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일까?
김 장관은 지난 2004년 6월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계절이 바뀐 것도 모른 채 10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오는 6월이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데, 그동안 중점적으로 하신 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호소도 하고 ‘협박’도 했습니다.
신호등으로 본다면 우리는 아직 빨간불은 아니지만 황색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이대로
가면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했죠.
국민연금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죠. 우리도 이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는데
핵가족화하면서 노인의 가난과 소외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국민연금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돈을 조금 더 내고, 조금 덜 받는 쪽으로
개정하려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믿을 만하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해
연금법 개정안을 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죠. 우리나라 보건의료 서비스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이를 기초로 생명공학(BT)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디딤돌을 놓고자 합니다.”
[B]“수요자 중심의 ‘참여복지’가 중요”[/B]
-전임 장관들에 비해 유독 ‘현장 복지’ ‘찾아가는 복지’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찾아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도 우리 사회의 살아 숨쉬는 주체이자 주인입니다. 장관실에만 있으면
이들을 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각이 고정되면 안 될 것 같아
끊임없이 현장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나가서 이들과 느낌을 공유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국민 분열과 차이를 극복할 수 있고, 함께 손을
맞잡고 통합의 시대,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들을 동정과 시혜의 차원에
머무르게 해서는 진정한 참여복지가 될 수 없죠.”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금방 참여복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참여정부의 전반적인 복지정책 방향과 계획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참여정부의 복지 이념은 참여복지입니다. 이를 위해 누구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성을 확대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실질적 복지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테면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보강해
기초생활 보장을 튼튼히 하고,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 전달 체계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중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노인·장애인·보호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정책의 일방적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참여와 권리를 넓히는 데 모두 나서야 합니다.”
-참여복지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의 ‘쌍방향 통화’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것이 장관께서 평소 강조했던 ‘따뜻한 복지’를 이루는 길이
아닐까요?
“경제와 복지가 선순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근로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나의 생각입니다. ‘근로와 함께하는
복지(Welfare in Work)’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재정적으로 도와주면 당시는
고맙지만 자꾸 의존하게 되고 소비를 부추길 우려가 있죠. 그러나 불행히 우리 주변에는
일하는 빈곤층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을 도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참여정부가 따스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순환 복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죠. 우리는 그동안 큰 경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만 아직 중진국 수준입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작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는데, 복지와
성장을 연결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보건복지, 여성 영역에
사회복지적 투자를 해서 국민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복지적
투자가 확대된다면 그것이 곧 따뜻한 경제가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올해 보건복지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사회 양극화 극복이다.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 점차 활력을 찾고 있지만 양극화의 골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나 민간
연구소의 대체적 평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물론 범정부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근태 장관은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지면 국민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참여정부는 사회적 약자나 노인, 장애인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IMF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최근에도
실업률은 안정되고 있으나 빈곤율 및 빈부격차 수준은 외환위기 이전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극화가 구조화함에 따라 ‘빈곤의 대물림’ ‘노동의 경직성’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단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안전망의
개혁과 근로 연계 복지투자를 확대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소비 확대 및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B]"복지정책이 온정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돼"[/B]
김 장관은 삶을 온통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재야에 있을 때나 제도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일관된 그의 철학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후에는 정책적 대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역대 어느 때보다 보건복지부에
이들의 민원이나 건의가 많아진 것도 ‘김근태 장관이니까…’라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는 탓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상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와 장관께서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유독 관심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참여정부의 복지 비전은 성장과 분배가 조화된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야 복지와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죠.
아마 국민도 참여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다만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과거처럼 관성과 온정적 차원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복지와 경제, 분배와 성장의 상생 관계가 중요합니다.”
-‘따뜻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간 정부의 복지정책은 저소득층과 질병 치료 위주로 추진됐습니다. 이것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이런 지원이 다소 소극적 복지는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전 예방을 강화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려고 합니다. 복지정책이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재정 지출에 비해 국민의 복지 체감도가 높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저출산 및 고령화 대비라는 커다란 숙제를 앞에 두고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국민의 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위주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복지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합니다. 소득
보장 위주에서 의료·보육·주거·환경·문화 등 의식주
전반의 생활권 보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비해 올해 안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 시행할 계획이다. 또 관계부처를 포함한 ‘정책추진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령친화산업지원법」 「노인요양보장법」 등도 준비 중이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노인 문제와 관련해 참여정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소득 보장과 일자리 마련이다. 건강과 요양 보장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및 경로연금 등을 확대 개편해 현재 노인 인구의
38%인 공적연금 수혜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또 노인 일자리를 늘려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도록 해서 의존적·소비적 노인상에서 탈피해 사회적 존경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농어촌에는 주거·의료·여가·재가
등 복지 기능과 소득 창출을 위한 생산 기능을 갖춘 복합 노인복지타운을 조성해
도시 노인들이 농어촌으로 이주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1960~70년대 근대화의 주역이자 민주화를 위해 함께 애쓴 세대입니다.
이들은 아들 딸을 공부시키기 위해 노후 준비를 못 했습니다. 과거에는 노인들을
가정에서 돌봤습니다만 이제는 공적 책임이 필요할 때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도 몸과 마음은 ‘청년’인 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금전적
지원보다 일자리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하고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생산
활동에 참여해 보람도 느끼고 소득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B]“저출산 문제 해결 종합대책 마련 중” [/B]
-장관께서 취임 후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앞서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심각성이 어느 정도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출산 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기준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아요. 저출산 문제를 ‘인구지진(Agequake)’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정치·경제 시스템 및 사회·문화 풍속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준비하지 않을 경우 국가 안위를 걱정할 정도의 재앙적 사태가
예고됩니다. 그러나 저출산의 위험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속으로는 실감하지
못해 모두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위험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조만간 이에 대해 심층분석하고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 같은데 정부 대책을 듣고 싶습니다.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노후 소득보장 제도인
공적연금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해 연금재정을 안정화할 것입니다. 이미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다층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이 연금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홍보할 생각입니다. 참여복지는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은 인터뷰 말미에 보건복지부 장관답게 5월이 ‘가정의 달’임을 새삼
상기하면서 “국민 모두 가정의 행복(家和萬事成)에 노력해 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RIGHT]윤길주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