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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텍비전은 벤처의 성공신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업 중의 하나다. 엔지니어 출신의 이성민 사장은 설립 7년
만에 이 회사를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일으켜 세웠다. 200명 남짓한
직원이 만든 이 회사의 부품은 전 세계에서 팔리는 카메라폰 전체의 16%에 달하는
휴대전화에 장착되고 있다. 이성민 사장을 만나 이 회사의 성공 요인과 벤처기업의
미래를 듣는다.
엠텍비전의 이성민(43) 사장은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한다. 부부란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라고 했던가? 1999년
회사를 설립할 즈음에는 아내와 의견이 부딪힐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아내는
자신과 회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료가 됐다. 물론 지금도 그는 아침 8시 이전에
회사에 도착해 밤 11시까지 일하는 ‘인기없는 아빠이자 남편’이기는 하다. 그는
스스로도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 하는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감옥생활’을 해온 지난 7년 동안 엠텍비전은 매출액이 수직상승하며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1999년 2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681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그는 이 같은 성공이 “앞으로 닥칠 기술이 무엇인가를 보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현재 눈 앞에 펼쳐진 시장 상황에 급급하기보다
미래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회사에는 헬스클럽과 사우나, 간단히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홈바까지 갖춰져
있다. 회사라기보다 분위기 좋은 카페라는 인상을 풍긴다.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같이 살자’는 경영철학을
가진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나눠
준다. 직원들은 이 포인트로 가족들과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기도 하고, 병원과 학원에도
다닌다.
이성민 사장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반도체에서 카메라 집적회로(IC) 설계 담당
연구원으로 11년 동안 일했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벤처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그를 만났다.
-엠텍비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으리라 봅니다.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주신다면….
“우리 회사는 카메라폰에 내장되는 카메라 핵심 부품인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냈습니다. 디지털 이미징 기술에 특화된 기술을 가진 최첨단
반도체업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모든 디지털 기술은 영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 같은 영상기술을 디지털 솔루션으로 구현해 내는 일을
하고 있지요.”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디지털 기술의 가장 선도적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모든 산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멀티미디어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은 그중 영상에 집중돼 있죠. 영상정보는 여러 정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영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머신 비전(machine vision)’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제까지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면 이제는 기계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죠. 그러니 기계의 눈도 인간에게 맞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엠텍비전은 바로 그런 멀티미디어 기술, 인식기술 등에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MP4플레이어·동영상폰·3G게임·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등 첨단 제품시장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인데, 우리 회사의 부품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1999년 회사를 설립해 올해 7년째인데, 그동안 급속도로 성장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립 첫해에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다음해 20억 원으로 상승했고, 2003년에는
564억 원, 지난해에는 1,681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습니다. 매출액이 매년 2배씩 커지다
최근에 급상승했지요. 이 같은 성공 비결은 적절한 시기에 제품을 시장에 내놨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시장에 제품을 출시해 안착하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저희는 이 같은 타이밍을 기막히게 맞춘 셈이죠. 여기에는 한국이 세계적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한국의 휴대전화가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부품업체도 함께 부상한 것이죠.”
-엠텍비전은 정보기술(IT) 관련 핵심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는데요.
“우리 회사가 무찌른(?) 해외 기업들이 많습니다.(웃음) 초기에 카메라 핵심
부품을 개발할 때 에빌런트·산요·선플러스·윈본드 등 10개
이상의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었습니다. 이들 해외업체는 우리와의
경쟁에서 모두 패배하고 몇 개 업체는 나중에 인수합병(M&A)까지 당해야 했지요.
본의 아니게 싸움닭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대기업과의 관계가 좋았던 점을 꼽을 수 있지요. 한국이 IT 강국으로 떠올랐는데,
우리가 관계를 맺었던 대기업들이 거의 한국기업들이었지요. 또 하나는 일종의 ‘길목
지키기’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기술력을 미리 확보했습니다. 현재의 시장에 눈을 돌리기보다 기술의 미래를 본
셈입니다. 그것이 결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카메라폰 부품에서는
세계 2위 지만 올해에는 세계 1위 업체가 될 것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떠오르는 기술만
봐서는 이미 늦습니다. 그 다음에 올 기술이 뭔지를 알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벤처기업이라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벤처기업 경영자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제 경험으로 기업은 두 가지 형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일종의 ‘선진기업’으로
현금 보유액도 많고 기업활동도 느슨하게 이뤄지는 선진국의 전통 있는 거대기업이죠.
이런 기업들의 생명력은 길지만 급성장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하나의 기업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유형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그렇고, 우리 회사도
두번째 유형이죠. 마치 전쟁을 치르듯 안 되면 죽는다는 각오로 싸울 수밖에 없는
기업들입니다. 우리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조금 더 전투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은 모든 것을 쟁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죠.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직원들의 삶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점과 함께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기업도
영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모토로
일하고 있습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엠텍비전의 사무실은 헬스클럽과 사우나·수면실까지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인상입니다.
“선진국 기업처럼 여유를 갖고 일한다면 한국기업은 경쟁력을 얻기 힘듭니다.
한국의 기업에서는 일과 생활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자면
회사에서 일할 때도 집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의 편안함이 있어야 하죠. 회사에서
편하게 잘 수도 있고, 아침을 못 먹으면 회사에서 먹을 수 있고, 과일도 쌓아 놓고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2003년부터 ‘카페테리아’ 제도를 시행하는데, 사원들에게
직급과 근무연한을 기준으로 일정 포인트를 부여해 이를 자기계발, 문화생활, 의료비,
경조사비 등에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아침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회사가 무료로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한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어요. 직무교육과
자기계발에는 예산을 초과해도 무조건 지원합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과거보다 활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중소 벤처기업들은 국가에 무조건 많은 지원과 혜택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그들
기업이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죠.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말처럼,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정부 지원금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야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기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두고 ‘눈 먼 돈
받았어’라고 말하는 기업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자면 정부도 아주 냉정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죠.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는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간섭이나 규제보다 자율화의 방향이 옳다고 봅니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모델’을
강조하시는데, 이는 참여정부가 제시한 ‘동반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라고 봅니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실제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단기간의
사업에 집중한다면, 대기업은 거시적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있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시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인식도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그런 행태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스스로 시장을 확대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기업은 시장을 이끌어 가고, 중소기업은 그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죠. 또 우리는
한국 내의 경쟁에서 벗어나 전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우리가 망하면
안 되니 도와줘야 한다’는 식으로 해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먼저 ‘내가 왜 사업을 하는가’ 하는 자문에 확실한 대답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사업에 대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 자신의 사업에 대한 사명감을 누구에게라도 열정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죠. 동시에
기업활동은 사회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인식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어려운 상황에 빠져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지금 벤처를 창업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10년을
준비한다면 그 사이에 한 번은 기회가 옵니다.”
이어 이 사장은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인생 자체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고 반문했다. 벤처 기업인의 자세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한마디로 들렸다. 그리고
이 사장은 이런 말로 마지막 기염을 토해냈다.
“2006년까지 시장점유율 세계 1위로 끌어올리겠습니다.”[RIGHT]김재환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