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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먹는 것이 지나쳐 고지방·고단백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없이 살던 시절 오징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삶거나 졸이거나 데치거나 말리거나 그도 아니면 생으로, 밑반찬에서부터 오징어순대 같은 별식까지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천 가지 요리가 나오는 훌륭한 식재료였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서양 사람들은 그 냄새가 고약하다고 코를 쥐고 돌아앉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그 고리탑탑하면서도 비릿들큼한 냄새가 입맛을 당기게 했다. 게다가 EPA니 DHA니 하는 몸에 좋은 요소들까지 갖춰 현대병 혹은 성인병이라고 일컫는 심장병·당뇨병에 혈관질환에까지 두루 좋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먹을거리가 어디 있나 싶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의 진정한 미덕은 육체적 영양 공급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징어는 오히려 없는 사람들의 무너지는 마음을 위로하는 귀중한 역할을 했다. 상사에게 한소리 듣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또는 뜻하지 않게 괴로운 일이 닥쳤을 때,
그리하여 억장이 무너지고 복장이 터져 나갈 때 술 한 잔 앞에 놓고 그 분노와 억울함과 아픔을 찍어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설 힘이 솟았다. 한 시절 그렇게 가라며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 : 지키지 못할 약속.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종이가 먼저 상하거나 색이 바래 사라지는 데서 생긴 말)’임을 예감하면서도 ‘두고 보래이’ 하는 두둑한 배포도 생겼다. 어쨌거나 이제 더 이상 부족한 단백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지만 오징어는 여전히 간식거리로, 화장품 원료로 자신의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어민들에게는 또 그만큼 한 해 살림살이의 구실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동해안뿐 아니라 모든 바다에서 오징어잡이 배가 밤새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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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의 꿈을 안고 어두운 밤바다를 헤쳐 나가거나 묵직한 포만감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귀항하는 오징어잡이 배처럼 오징어는 오늘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명찰을 바꿔 달고 피곤에 전 술자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삶을 속이는 야속한 세상을 함께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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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사진·권태균/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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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