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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일색에서 벗어나 핑크빛 통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국정책방송 KTV <통일로, 미래로>의 진행자 임수경(37) 씨의 말이다. 임씨는 1989년 당시 학생운동 최대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대표로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물이다. 그는 방북 47일 만에 문규현 신부와 손을 잡고 남한 사람으로는 최초로 판문점을 걸어 넘어오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임씨는 그 길로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적용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3년4개월을 복역했다.
임씨가 <통일로, 미래로> 진행자로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처음 진행을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박사 논문을 쓰는 학기여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통일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한다. 제작을 맡은 정혁찬 PD도 “남북한 어느 곳에서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통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차에 임씨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고 거든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반공 교육을 받았잖아요? 지금은 통일교육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마음속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통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선중앙방송의 화면을 받아 써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프로그램 제작이 쉽지 않다는 임씨. 그는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가능하면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가려고 해요. 아직 남북 관계는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신뢰가 쌓인 후 비판해도 늦지 않잖아요?”
임씨는 “북한의 비합리적 모습도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열린 사고와 민족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진정한 남북 통합시대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늘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잖아요? 남북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으레 <우리의 소원>을 노래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 단일팀을 꾸려야 한다고 외치고요. 그럼에도 국민 절반 이상이 통일을 부담스러워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거부감이 이념과 체제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한마디로 남쪽이 손해라는 거예요. 독일 통일의 예처럼 남측의 통일 부담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생각을 바꿔 남측이 손해 보지 않는 통일, 더 나아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통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것 같아요.”
한 예로 그는 북한에 대한 호칭을 언급했다.
“우리도 남조선이라는 말을 들으면 싫잖아요? 마찬가지로 북측에서도 북한이라는 말을 싫어해요. 남북회담에서도 공식적으로 북한을 ‘북측’, 남한을 ‘남측’이라고 하죠. 그래서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북한이라는 표현 대신 북측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B]“북측 사람들 마음속 버팀목 되고 싶다”[/B]
북한 사람들이 봐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통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직 북한 사람한테 칭찬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일본 조총련계로부터는 칭찬을 받았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 방송 외에 모교인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후배들에게 강의도 하는 임씨.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임수경을 모른다”고 한다.
“제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는 1987년생도 있어요. 당연히 1989년의 임수경을 모르죠.”
그는 그런 학생들을 탓할 마음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16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을 ‘통일의 꽃’으로 기억하는 것이 부담스럽단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통일운동과 연결지어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의 당위성을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놓은 책 <참 좋다! 통일 세상> (2003)을 출판하는 등 늘 통일운동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북측 사람 편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즘이야 개성공단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도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들은 북측에 있는 것은 아니죠. 아마 북측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은 남측 사람으로는 제가 유일할 거예요.”
그런 만큼 책임감도 더 많이 느낀다는 임씨. 그는 “통일이 된 후에도 남북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으면서 “그럴 때 북측 사람의 편에 서서 그들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엄마를 존경한다고 말해요. 그럼 성공한 것 아닌가요?”
이럴 때는 영락없는 한국의 평범한 엄마, 바로 그 모습이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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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