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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월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어느 기업도 해내지 못한 꿈의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월 1조 원 영업이익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순수 제조업체 가운데 월 1조 원 영업이익 회사를 꼽으라면 미국의 GE와 일본의 도요타 정도다.
삼성전자가 이렇듯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데는 최고경영자인 윤종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밑바탕이 됐다. 윤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진두에서 이끌기 시작한 것은 1997년. 1996년 말 회사는 연 매출 1조9,000억 원에 순익은 1,600억 원으로 전년도(2조5,000억 원) 대비 순익이 15배 이상 감소한 상황이었다. 또한 윤 부회장은 취임 후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았다. 바로 IMF 외환위기다. 윤 부회장은 외환위기를 맞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변화·혁신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결과 회사는 순익이 3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말, 단일 기업으로 국내 최고액인 3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출고를 달성해 대한민국 2,500억 달러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코리아플러스>는 대한민국 경제를 최일선에서 견인하는 삼성전자 윤 부회장을 직접 만나 글로벌 경쟁시대의 파고를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성공비결과 비전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2월24일 오후 3시부터 삼성전자 본사 부회장실에서 이루어졌다.
-최근 한국경영인협회가 선정한 ‘2004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영광스러운 상을 받아 감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해 35년 만에 세계 일류 기업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움 속에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지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오셨습니까?
“1990년대 중반까지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이어져 내부적으로 위기를 감지하지 못해 변화를 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던 1996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 1997년 회사가 커다란 위기에 빠졌습니다. 위기가 현실로 닥치자 부랴부랴 변화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습니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B]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 극복[/B]
-당시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을 되짚어 주시겠습니까?
“전체 인력의 30%를 줄였습니다. 또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불요불급한 비용(경영외 비용)을 삭감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만에 전체 재고와 채권의 40%인 3조5,000억 원을 감축했습니다. 그밖에 무수익자산 1조2,000억 원어치를 처분하고 120여 개에 달하는 사업의 철수와 분사를 통해 한계사업 및 비주력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를 경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어떤 것입니까?
“<포춘(Fortune)>지가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면 2003년 엑손모빌·시티그룹·GE·도요타·BOA·BP 등이 100억 달러 순이익을 냈습니다. 여기서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 엑손모빌과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을 제외한 순수 제조회사는 GE와 도요타뿐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들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실적을 낸 것이 가장 기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까지 경영이익 10조4,800억 원, 순이익 8조9,6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4분기 결과를 합산하면 100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실적을 낸 국내외 9만여 임직원의 노력에 감사합니다.”
-8년 만에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안 윤 부회장께서 각별히 중시하신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임직원들에게 사서오경 중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문구를 자주 강조합니다. 격물치지란 무엇이든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고 연구하는, 다시 말해 실제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경험해보고, 토론해보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 비로소 어떤 것을 알게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요즘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늘 위기감을 갖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지구상에 살아남은 것은 가장 강한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이었습니다. 잘나갈 때 항상 위기에 대비해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합니다. 미래는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2003년 11월 회사 창립 35주년 기념사에서 “삼성전자는 지금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위기론을 강조하기도 하셨는데요.
“삼성전자가 지금 가장 잘나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내수 불황이 지속되고 원자재난과 우려했던 달러당 1,000원 시대에 직면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 요소가 많습니다. 잘나갈 때 방심해 주도권을 빼앗기고 몰락한 사례들이 국가든 기업이든 많이 있잖습니까? 삼성전자도 지금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삼성전자는 현재 가장 잘나가는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최근 월 1조 원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지난 11월 말 35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것이 그 증거인데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들을 어떻게 이끌어오셨습니까?
“삼성전자는 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생활가전의 4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세계 유일의 회사로, 부문별 자체 경쟁을 통해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또 1993년부터 변화와 혁신을 기조로 추진해온 ‘신경영’에 임직원들이 적극 동참한 덕분입니다. 아날로그 시대는 우리가 10~20년 늦게 시작했지만, 디지털 시대는 동일하게 출발했고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석·박사급 연구원 1만 명 이상 확보[/B]
-삼성전자는 그 어느 기업보다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의사결정과 공격적 투자가 있었기에 삼성전자가 세계적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1999년부터 5년 동안 거두어들인 25조 원의 순익보다 훨씬 많은 36조 원을 투자(시설투자 24조 원, 연구개발비 12조 원)함으로써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표준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2004년에도 9조 원 내외의 시설투자와 4조 원대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습니다.”
-연구개발의 바탕이 되는 인재 선발 및 교육에서 삼성전자는 여타 기업과 비교해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들 합니다만….
“삼성전자는 현재 박사 2,400여 명과 석사 8,500여 명의 연구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수인재 확보 및 양성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세계 각지의 인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국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내 리더십개발센터·글로벌마케팅연구소·첨단기술연구소 등과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사내 대학’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반도체공과대학 등을 통해 고급 인력을 직접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날로그 시대의 인재는 성실하고 말 잘 듣고 부지런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인재는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창의력과 스피드를 갖춰야 합니다. 아울러 영어를 비롯해 한두 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화된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 기업이나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도 있습니다만….
“삼성전자로서는 특별한 방어책은 없습니다. 지분을 살 방법도 없는 처지고요. 그룹 내 타사가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늘리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경영을 잘해 외국인들에게 믿음을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지지와 협조를 받음으로써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외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브릭스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삼성전자는 현재 브릭스 지역에 판매법인 10개, 생산법인 12개, 생산판매법인 3개, 지점 5개, 연구소 6개 등 36개의 거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매출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7%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무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이들 지역의 중요성과 성장성을 예견해 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에 각각 중국전자총괄(1998년)·중남미총괄(1990년)·서남아총괄(2004년)·CIIS총괄(1994년) 등을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는 인도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남아총괄을 신설했고, 브라질에서는 5년 만에 컬러TV 생산을 재개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휴대전화시장에서 1위에 등극하는 쾌거도 달성했습니다.”
[B]브릭스에 36개 거점 운영중[/B]
-현재 중국시장에서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공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삼성전자는 1990년대 초 중국투자를 시작해 13개 생산법인, 8개 판매법인, 3개 연구소를 포함해 모두 27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약 16억 달러를 투자했고 4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우수 인력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의 현지화를 확대하고 투자와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지 업체들과의 저가제품 경쟁이 아니라 20~30% 이상 비싼 고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중국시장 매출목표를 250억 달러로 잡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8%에서 30%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고가 프리미엄 마케팅의 대표적 상품이 바로 휴대전화 아닙니까? 삼성의 휴대전화가 경쟁사들의 제품보다 고가임에도 성공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World First, World Best’ 전략 하에 우수한 품질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 500만 화소 카메라폰, 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폰 등 기술선도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함과 동시에 폴더`플립업·슬라이드업·스위블·가로화면보기 등 혁신적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고가 이미지 부각에 성공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 이미지나 위상까지 다르게 볼 정도입니다.”
-새해는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해가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고,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계 각국과 FTA가 체결되면 본격적이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부문에 따라 유리한 측면도 있고 불리한 면도 있겠지만 결국 어떤 기업이 변화한 상황에 잘 적응하느냐, 혁신을 잘 이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보고 대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10년 뒤 성장을 선도할 핵심 산업의 성장동력 발굴·육성에 치중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청년실업자 중 매년 1만 명 가량의 기능인력을 선발해 1~2년 과정으로 소프트웨어와 영어 등 과학기술 실무교육을 시킨다면 10년 후에는 10만 명의 인재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또 과학고나 특수학교 등을 집중 지원하고 정부 예산으로 유학을 보내는 등 우수 인력 확보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체감경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최고 기업의 경영자로서 국민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도약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내수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많은 때이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나눔과 상생의 실천을 통한 기업시민정신을 적극 발휘할 때인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늘어날 때 국부가 커지고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적극적인 지지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일본인들이 소니나 도요타에 자부심을 느끼듯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과 기업인을 보는 사고의 틀을 바꿔 기업가가 존경받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그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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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