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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면 그곳에는 태고적 신비가 펼쳐진다.
짙은 안개에 휩싸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숲 속으로 사라지는 숲길이 미로의 유혹처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첫 발자국이란 늘 그렇듯 그 길은 경외롭고 두려워 아침 이슬에 바짓가랑이만 축축하게 적신 채 돌아서게 마련이다.
해질녘이면 또 어떠하던가? 높게 걸린 솔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저녁 햇살은 방금 깎아낸 황금 부스러기가 검붉은 솔잎 융단 위에 쏟아져 내리듯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솔숲의 정취를 만끽하려면 여름 한낮이 제격이다. 타오르는 불볕을 피해 솔그늘에 기대앉아 솔향기에 취해 솔바람에 일렁거리다 깜빡 눈을 뜨면 한 줄기 눈부신 햇볕은 한들거리는 이름 모를 풀잎을 비추고, 그때 문득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한 줄기 식은땀처럼 소름으로 돋아나는 뜻 모를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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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양지의 경계는 영겁을 나누는 시간처럼 처연하게 건너편 산비탈을 거슬러 오르고, 그 선이 하늘과 만나는 곳에는 금방 튼 한 줌 솜 같은 흰구름이 산마루에 걸려 있다.
안면도 소나무숲은 대부분 해발 60m 이하의 구릉에 집단적으로 울창하게 조성돼 있다. 나이테를 따라 그 연륜을 따라가 보면 안면도 솔숲의 역사는 무려 1,000여 년에 이른다. 고려시대부터 궁궐 건축용이나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 위해 바다를 통해 쉽게 목재를 운반할 수 있는 이곳에 재질이 우수한 토종 소나무를 심어 지금껏 관리했다.
이것이 조선시대로 넘어와 73곳의 봉산(封山) 중 하나로 지정돼 왕실 전용의 국가적 목재 공급처 구실을 했다. 그러나 안면도 솔숲마저 가만두지 않고 제멋대로 베어내는 일제의 만행을 피하지 못한다. 해방 후에도 정부의 개발논리에 또 한번 훼손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충남도로 관리권이 넘어오면서 이내 상처를 회복하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솔숲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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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소나무는 줄기가 곧고 껍질이 얇으며 전체 모양은 우산형인 것이, 좋은 소나무로 널리 알려진 춘양목과 유사하다. 해송과 육송의 중간 형질을 띠며 생장이 빠르고 윗부분의 껍질이 붉은색을 띠어 그냥 평범한 눈으로 보아도 한 그루 한 그루 잘생긴 소나무이며, 숲을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면도 솔숲의 최고 수령은 120년에 달하며, 그 면적이 현재 안면도 전체의 27%인 3,220ha 정도다.
이제 안면도 솔숲은 환경 의식이 월등해진 국민의 지극한 관심과 보호를 받아가며 울창한 숲을 이뤄 심신이 지쳐 허덕이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이 여름, 소나무 향기에 취해 힘든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어 보는 것은 어떨지….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아니면 돌아오는 길에 살짝 길을 비켜들어 잠깐 들러 보더라도 안면도 솔숲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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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