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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리’ 연재를 시작하고 1년쯤 됐을 때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이하 ‘장애인먼저’)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행사 포스터를 그려 달라는 부탁이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장애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좋은 일인 것 같아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홍보대사까지 맡게 됐어요.”
모 스포츠신문에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린 인기 만화 <용하다 용해>를 연재하는 만화가 강주배(44) 씨.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재되는 일일 시트콤 만화 작가인 탓에 그는 일주일에 6일을 매일 ‘마감’과 씨름하며 살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틈을 내 하는 활동이 바로 ‘장애인먼저’ 홍보대사 활동이다. 강씨는 2000년 제1기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래 지금까지 6년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장애인먼저’는 1996년 만들어진 단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장애인을 먼저 배려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꾸어 가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현재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상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장애인과 인연 맺기,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 캠페인 등이 주된 활동이다.
“홍보대사직을 제의받았을 때 솔직히 기뻤어요. 흔히 홍보대사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맡잖아요? 나도 벌써 이렇게 유명해졌나 싶었죠.”(웃음)
홍보대사로 그가 하는 일은 대부분 ‘장애인먼저’가 배포하는 홍보책자와 포스터·스티커 등에 들어갈 만화와 일러스트 등을 그리는 일이다. ‘장애인먼저’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강씨는 처음에는 홍보대사라는 의무감에 참석했지만 어느새 장애인을 누구보다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한다.
“홍보대사를 맡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일들이 의미를 갖기시작한 것이죠. 예를 들어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보면 가서 한마디라도 꼭 하게 됐죠.”
그는 홍보대사직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점자 명함을 사용한다. 흔히 볼 수 없는 신기한 명함이어서인지 받는 사람들에게 의외로 인기가 좋은 편이라면서 강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7년째 연재 중인 만화 <용하다 용해>에 장애인을 등장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지만, 홍보대사직을 맡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조심스럽단다. 장애인을 등장시키자면 필연적으로 그들의 장애 모습을 그려야만 하는데, 그 같은 표현 자체가 장애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만화가를 꿈꾸는 장애인을 작업실로 초대해 만화 그리기를 가르친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업시간에 쫓기다 보니 대강 가르치고 빨리 보내야지 싶었어요. 그런데 손이 불편한 학생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만화를 그리려고 애쓰는 모습에 제가 더 감동받았죠. 나중에는 제가 신이 나서 오히려 아이들을 붙잡았습니다.”
그들에게 좁고 더운 자신의 작업실이 미안하게만 여겨졌다는 강씨. 그 때문에 그는 조만간 이사할 작업실은 현재보다 조금 넓은 곳으로 구했다. 만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장애아들에게 더 쾌적한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사하면 지금보다 더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만화수업에 시간을 많이 쓸 계획이라고 했다.
강씨는 만화 <독고탁>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상무 선생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후 독립한 그는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에 <주먹> <소년협객 용> 등을 연재하며 만화가로서의 명성을 키웠다. 그러던 그가 일약 인가 만화가 대열에 들어서게 된 것은 1999년 한 스포츠신문에 <용하다 용해>를 연재하면서부터다.
그는 신문사의 청탁을 받고 단 3일 만에 ‘무대리’라는 ‘한심한,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독창적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10년여 전부터 일본에서 공전의 인기를 끌었던 만화 작품인 <시마 과장>과는 정반대 캐릭터였다. 그런데 그 ‘무대리’라는 캐릭터가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는 드디어 스타 만화가 대열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샐러리맨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한 가장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샐러리맨의 애환을 묘사한 부분에 독자들이 열광하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장으로서의 애환보다 샐러리맨의 애환으로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됐죠,”
[B]‘장애인먼저’ 홍보대사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할 것”[/B]
어느새 ‘무대리’가 국민 캐릭터로 성장한 탓에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게 됐다는 강씨. 그는 지난해 5월 <용하다 용해> 연재 만 5년을 기념해 연재를 끝마치려고 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펜을 들어야 했다.
“이제는 ‘무대리’가 제게는 자식 같고 친구 같아요.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죠. ‘무대리’도 저와 같이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장애인먼저’ 협회 포스터에도 등장시키고, 일러스트에도 등장시키는 겁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장애인먼저’의 경우 홍보대사직을 맡으면 보통 임기 2년을 채우고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인 생리다. 그런데도 강씨는 6년째 홍보대사직 ‘장기집권’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고도 욕심과 애정이 남아서인지 그는 “협회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활동할수록 더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그는 또 언젠가 시간이 나면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을 위한’ 만화를 그릴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은 신문 연재 때문에 손을 못 대고 있지만,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그렇게라도 장애인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거든요. 웬만한 영화보다 감동적으로 그릴 자신이 있습니다.”
강씨는 그 말을 하고는 ‘하하’ 하고 큰 웃음을 터뜨렸다. 강씨가 장애아를 위한 활동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아니, 이제는 그 일을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문득 이 세상은 강씨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더욱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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