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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 기술이 개발되면 전기가 공짜가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황당하게 들리는 이야기를 현실로 실현하겠다는 꿈을 가진 이준엽(19·한국과학기술원 1학년) 군. 그래놓고 그는 “멋지지 않나요?”라며 그야말로 ‘멋지게’ 웃어 보인다.
그는 “중학교 3학년 과학시간에 수소 핵융합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듣고, 평생의 진로를 이에 대한 연구로 정해 버렸다”면서 다소 멋쩍어 했다. 사실 중학교 3학년 때 ‘평생의 진로’를 정했다면 좀 성급하지 않으냐는 얘기를 들을 만도 하다. 그런데 그는 이후 한 번도 이 꿈을 버리거나 바꾼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한 학습과 연구 여건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했으니 그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수소 핵융합 발전은 물(H2O) 속에 들어 있는 중수소 원자 4개를 서로 충돌시켜 1개의 헬륨 원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손실된 원소의 질량 만큼의 열이 나오는 것을 이용한 방법이다.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한 현행 원자력 발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사성 폐기물과 대기오염이 전혀 없어 ‘인공태양 에너지원’, ‘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이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청정 에너지를 거의 무궁무진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온도를 섭씨 1억 도까지 높여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는 이만큼 온도를 높이는 것도 어렵지만 이 온도를 현재로선 지구상에서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보통의 보일러는 1억 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보일러 자체가 녹아버리니까요. 현재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한국핵융합연구개발사업)에서 실험적인 핵융합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B]‘인공태양’을 꿈꾸는 젊은 과학도 [/B]
경북 북부 지방에 위치해 오지 중 오지로 불리는 청송군 진보면 출신인 이군. 그런 까닭에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조기 교육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4남매의 막내인 탓에 그는 어려서부터 형과 누나가 보던 책을 물려받아 남보다 먼저 읽었던 것이 유일한 조기교육이라면 조기교육인 셈이다. 어렸을 적부터 유독 과학과 관련된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자신이 과학에 적성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과학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도 포항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들한테 포항에 과학고등학교란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실을 알고 알아봤더니, 어차피 제 성적으로는 입학할 수 없었겠더라고요.”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이군은 스스로 “천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고는 못 산다’고 할 만큼 승부욕과 집념만은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초·중·고 때 1등은 못했지만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꾸준히 성적이 올라가는 학생이었다. 이 ‘촌놈’이 도시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앞서 말한 승부욕을 선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해 벌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것이 감춰진 제 승부욕을 자극했죠. 다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습니다. ”
이군은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원이나 과외 대신 목숨을 걸고 수업에 매달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입시 교육에서 그가 과학과 소통할 수 있었던 통로는 매달 구독하던 과학 전문잡지가 유일했다. 과학에 대한 이군의 소질과 적성을 알아본 사람은 1학년 때 지구과학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의 추천으로 그는 1학년 때 ‘과학창의력경시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받았다. 이후 3학년 때까지 3년간 최우수상·동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열린 제4회 대회에서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까지 받았다.
[B]“천재는 아니지만, 지고는 못 산다” 강한 집념[/B]
지난 3월 KAIST에 입학한 이군은 “초등학교 때 <카이스트>라는 TV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바로 그 대학에 입학한 것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시골 출신은 ‘감히 입학할 수 없는 대학’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KAIST에 입학해 좋은 점으로 그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가 주변에 많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는 전공 선택을 하는 2학년이 되는 내년에 우선 원자력·양자공학과에 지원할 생각이다.
“왜 핵융합에 관심을 갖느냐고요? 사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적다는 것도 큰 이유예요. 요즘은 공대에서도 대세가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이거든요. 다들 이런 분야에만 관심을 쏟을 때 제가 이 분야를 열심히 파고든다면 언젠가는 1인자가 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
KAIST에 입학한 후 기초과학 수업을 듣느라 아직 본격적인 핵융합 관련 수업은 듣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이군. 그는 KAIST에 입학한 이후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다. 바로 앞서 말한 KSTAR에 참여하는 것이다. KSTAR는 1995년부터 총 3,090억 원을 들여 2007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 차원의 거대 프로젝트다. 미국·EU·일본 등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뛰어들었지만 2003년 KSTAR가 국제핵융합사업(ITER)의 시험용 설비로 채택되는 등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핵융합 실험을 하는 것으로 해당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이군은 지난 8월19일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 KAIST 장순흥 교수로부터 8월23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핵융합 기술의 현황과 미래> 세미나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실린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전화가 온 것 같다고 그는 짐작했다.
그는 이제까지 책을 통해 독학으로만 접했던 핵융합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지금까지는 관련 서적을 통해서만 정보를 접했는데, 세미나에서 교수님과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다 질문하려고요. 아직 1학년이어서 직접 실험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되겠죠.”
그의 말투는 어려 보였지만 그 다짐과 각오는 어른스럽기 그지없었다. 세계로 뻗는 한국 과학의 미래를 눈 앞에서 보는 듯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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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