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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양지바른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책장의 책들을 손끝으로 훑으며 그 시절을 상념해 본다. 버리기 아까워 먼지가 쌓이도록 한 구석에 꽂아둔 그 책들에는 십수 년 전의 기억들이 묻어 있고…. 언뜻 한 권을 뽑아드니 쌓였던 먼지와 함께 문득 책갈피에서 마른 단풍잎 한 장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런!’
치기 어린 그 시절의 몸짓이 민망하고 쑥스러워 얼른 뒤를 두리번거린다. 그 나이에는 무엇이 그렇게 아쉬워 가는 가을을 잡으려 했던 것일까? 그러나 가을은 그동안의 시차가 무색하게 지금도 여전히 쓸쓸함으로 다가왔다 허허로움을 남기고 흘러간다. 그 뒤로 떠오르는 것은 왜소하기만 한 인간의 모습.
이 즈음, 계룡산의 가을을 떠올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가을 산행은 황홀한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해 갈짓자 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사만 연발하다 돌아오게 마련이지만 계룡산의 가을만큼은 유독 여린 가슴속을 파고든다. 오랜 기도처여서일까?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휩싸인 분위기가 자꾸 마음속으로 생각의 발걸음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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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계룡산의 정취를 제대로 맛보려면 동학사를 거쳐 남매탑에서 잠시 쉬었다 관음봉에 올라 천황봉 쪽을 바라보며 전체를 조망하고 반대쪽 갑사를 거쳐 내려서거나, 역으로 갑사에서 시작해 동학사로 내려서는 식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고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 싫다면 바로 천황봉을 향해 능선길을 타도 된다.
계룡산에는 이처럼 누구나 다 아는 동학사와 갑사 그리고 약간 돌아 앉은 신원사라는 세 절집이 있다. 동학사가 엄격한 경전의 세계 혹은 절도 있는 선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갑사는 악산인 계룡산에서도 비교적 부드러운 산세에 의지해 대문 열린 여염집처럼 편안함을 준다. 그렇다면 신원사는? 이름처럼 약간은 무속적이고 신비함이 배어 있는 절집이다.
한 번의 산행으로 이 세 절집을 모두 돌아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서늘한 누군가의 손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계룡산의 가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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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