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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짧고 굵은 외마디 탄성이 터진다. 무언가 물을 차는 소리가 더 큰 파도소리를 제치고 뱃전을 울리는가 싶더니 번쩍 하고 찬란한 은빛이 집어등 불빛을 받아 반짝인다. 다음 순간 그 은빛은 공중으로 치솟으며 ‘차르르르…’ 소리라도 들릴 듯 다시 바다로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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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불빛에 비친 은빛 갈치를 구경한 적이 있는가. 막 올라온 갈치가 투명한 지느러미로 파도타기처럼 몸을 놀리면 그 자체가 한 폭의 환상적 그림이 된다. 요즘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갈치낚시 풍경화다.
여기서 갈치를 낚는 사람들은 어민이 아니라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대낮처럼 집어등을 밝힌 낚싯배 대선단은 눈길을 뗄 수 없는 ‘장관’이다. 배가 파도에 일렁일 때마다 바다에 내려앉아 마른 꽃잎처럼 부서지는 불빛. 이들 불빛의 파편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도시의 불빛과 뒤섞인다.
전남 목포시 신흥동, 이제는 신도심이 된 평화광장 앞 속칭 갓바위 앞바다에는 요즘 밤마다 불빛이 휘황하다. 영산강 하구둑이 생긴 후 배수갑문 인근의 해수 온도가 상승한데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먹잇감이 풍부해지면서 수년 전부터 가을이면 갈치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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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갈치낚시는 주로 밤에 이뤄진다. 갈치가 야행성인데다 오징어처럼 불빛을 좋아해 낚시꾼들이 유혹하기 쉽기 때문이다. 갈치낚시의 손맛은 아주 특별하다. 낚시꾼들은 미묘하다고 말한다. 혹 갈치가 서서 다닌다는 사실을 아는가? 갈치는 머리를 위로 향한 채 꼿꼿이 서서 등지느러미를 이용해 물고기치고는 좀 별스럽게 이동한다. 이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입질을 하니 손맛을 느낄 기회가 적은 편이지만, 일단 걸렸다 하면 그만큼 짜릿함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제법 알려져 주말이면 전국에서 1,000여 명의 낚시꾼이 몰릴 정도로 성황이다.
매년 10월이면 이곳에서는 ‘은빛 갈치축제’가 열린다. ‘은갈치’가 아니라 ‘은빛 갈치’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에서 잡히는 갈치는 제주 은갈치와 다른 먹갈치다. 이곳 먹갈치의 성어기는 9~10월이다. 세상에는 없는 그 빛, 그래서 천상의 빛이거나 우주의 빛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 영롱한 갈치의 은빛은 그러나 그 순간을 지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다시 올 그 은빛을 향한 기다림만 밤새 계속될 뿐….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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