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대한민국에 세계 정상들이 모인다는데 이거 알랑가 모르겄네. APEC 2005 KOREA라고. 11월18일과 19일 부산에서 열리는데… 여러분도 한 번 빠져 보시겄습니까? 괜찮겄습니까? 자, 그럼 APEC 2005 KOREA에 한번 빠∼져 봅시다.”
이게 뭔 소리야?
지난 10월12일 국정홍보처·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준비기획단·부산시청 등 2005 APEC 정상회의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건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통화연결음으로 난데없이 ‘안어벙’으로 알려진 개그맨 안상태(28) 씨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안씨가 녹음한 20초가량의 APEC 정상회의 홍보 통화연결음은 11월19일까지 APEC 정상회의 관련 기관의 유선전화와 소속 공무원의 휴대전화에 서비스된다.
“APEC 정상회의가 이렇게 대단한 행사인 줄 몰랐어요.”
지난 10월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안씨는 APEC 홍보맨으로 나선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국정홍보처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이 통화연결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새 방송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만큼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고 안씨는 말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APEC에 대한 거리감 일거에 해소[/B]
국정홍보처는 통화연결음을 만들면서 성우를 섭외해 진지하게 가자는 안과 연예인으로 친근하게 가자는 두 가지 안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자! 한 번 빠∼져 봅시다” 등의 유행어를 만든 개그맨 안씨를 섭외해 친근하게 가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APEC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만큼 큰 행사잖아요? 그런데 APEC은 정상회의가 중심이 되는 행사여서 국민으로서는 조금 거리감이 있겠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저를 선정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국민한테 익숙한 제 유행어에 국제회의 의미를 실어 홍보하면 국민이 받아들일 때 거부감이 훨씬 적을 테니까요.”
안씨는 지난해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는 <개그 콘서트>에 출연하며 예의 “자! 한 번 빠∼져 봅시다” “마데 홈쇼핑”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단숨에 인기 개그맨의 반열에 올랐다. 젊은층은 물론 40~50대 중·장년층 팬이 많다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그만큼 ‘듣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한’ 개그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개그란 진지하고 정서적인 호소력이 있어야 해요. 어떤 한 계층만이 아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 공감을 얻어야 하니까요. 어릴 때 할아버지의 모습, 살아오면서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저에게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고생만큼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이 했다는 안씨. 그는 데뷔 전 무려 4년간 길거리 생활을 했다. 서울 응암동 달동네 3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며 대학로·지하철·경찰서·공원·찻집 등을 무대 삼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개그 퍼포먼스를 벌였던 것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미친 듯이 공연했다. 이때 받은 한 달 출연료는 30만 원. 대학로로 옮긴 후 고시원 월세 25만 원을 내고 남은 5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이 과정에서 노숙자들과도 자주 접했다. 이때 안씨는 노숙자들로부터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B]“의미 있는 나랏일 더 많이 하고 싶어”[/B]
“노숙자의 초점을 잃은 듯한 눈빛이 제 눈에는 정상으로 보이지않더라고요. 어벙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안어벙의 어벙은 노숙자의 그런 눈빛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캐릭터예요.”
대학로 소극장을 전전하던 시절 그는 남의 흉내를 잘 내 ‘인간 영사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그와 함께 공연하던 오장육부팀은 “개그맨이 못 되면 함께 죽자”며 혈서까지 썼다. 그러던 그들이 모두 기적처럼 지난해 4월 KBS 개그맨 공채 19기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가 합격하던 날 그의 고향인 충남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에는 ‘안상태 군의 KBS 19기 개그맨 합격을 축하합니다 - 밀두리 주민 일동’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리고 그는 잠깐의 단역을 거쳐 ‘안어벙’이라는 캐릭터로 완전히 ‘떠’ 버렸다.
자신의 연기를 본 사람들이 ‘활짝’웃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안씨.
“아산시 밀두리에서 태어난 촌놈인 제가 개그맨이 된 것도 신기한데, APEC 정상회의 홍보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는 “나랏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녹음에 임했는데 너무 빨리 끝나 허무했다며 그 과정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털어놓았다.
“지방에 내려가 있던 중 갑작스럽게 연락받았어요. 녹음하자고요. 서둘러 올라오기는 했는데, 녹음실에 도착하니 새벽 1시더군요.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이미 오후 1시부터 무려 13시간이나 저를 기다리고 계셨고요. 그런데 녹음이 딱 2분 만에 끝나 버린 거예요.”
안씨가 연습도 없이 단 한 번에 녹음을 끝낸 것이다. 안씨는 “하루 종일 기다리신 분들께 너무 죄송해 애드리브(즉흥 대사)를 섞어 다시 녹음하자”고 제안했지만, 녹음 테이프를 들어본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깔끔하고 좋다’며 “그냥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재주가 한껏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국가 행사 홍보물 제작에 처음 참가했지만, 앞으로는 목소리가 아닌 몸으로 직접 부닥쳐 보겠다는 안씨. 그는 “나랏일을 하는 것이 이렇게 의미 있는 것인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이나 국제회의가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리는 것 아닙니까? APEC도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기회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생기면 적극 참여하고 싶습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