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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미·일·중·러 정상을 포함해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참여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외교 행사다. APEC 정상회의는 11월18일과 19일 양일간 열리지만 정상회의를 전후해 각종 각료회의와 최고경영자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회의 대표단·기업인·언론인 등 회의에 참석하는 VIP급 인사 5,000~6,000명이 18일과 19일을 전후해 부산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의 국빈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규모 손님 맞이를 위해 부산시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자원봉사 대열에 부산 시민이 대거 나선 것이다. 거리 미화는 물론 일상적 테러 감시활동까지 부산 시민 스스로 챙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여기에는 제14회 2002 부산아시안게임 등 그동안 각종 국제 행사를 치르며 다진 부산 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APEC을 한 달 앞두고 정부 준비기획단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2005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실질적으로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서재덕(67) 범시민지원협의회 홍보단장을 만났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갈매기시민봉사단을 조직해 이끌었던 서씨는 자원봉사로 잔뼈가 굵은 그야말로 유명인사다.
[B]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는 언제, 어떻게 결성됐습니까? [/B]
“부산시는 자원봉사의 도시라고 할 만큼 각종 자원봉사 단체가 많습니다. 이번 APEC을 위해 활동하는 자원봉사단체만 해도 아시아드 볼런티어, 부산시자원봉사센터, 부산시교통봉사센터 등이 있습니다. 부산시자원봉사센터는 부산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단체로 통역반 등을 운영하죠. 반면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는 ‘2005 APEC은 시민의 힘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모인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지난해 6월 결성했죠.”
[B]APEC 범시민지원협의회의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B]
“APEC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달리 정상회의가 중심인 행사입니다. 사실상 통역 자원봉사 외에는 행사기간 중 자원봉사자가 나설 일이 거의 없죠.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전까지 행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협의회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APEC 홍보와 자원봉사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한 APEC 시민대학입니다. 이 외에도 거리 홍보나 청소 자원봉사 등을 통해 개최도시 시민으로서 부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게끔 독려하죠.
D-300일부터 50일마다 APEC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었죠. 또 도로 갓길에 미화를 위해 놓은 화분의 크기가 들쑥날쑥한 것을 통일시킨다든지, 도로 표지판의 외국어 표기가 틀린 것이 있으면 구청에 건의해 고치도록 하는 등 이런 기회가 아니면 고칠 수 없는 생활의 작은 부분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요.
최근에는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서 ‘APEC 시민안전봉사대’ 요원으로서 지하철 역에서 대테러 감시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협의회가 APEC의 성공적 개최라는 특수 목적을 갖고 모인 단체이기는 합니다만, 그 뿌리를 자원봉사에 두기 때문에 APEC 관련 행사는 물론 APEC과 직접 관련이 없을지라도 자원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APEC 시민대학’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합니까?[/B]
“2002 부산아시안게임 때 만들어졌던 ‘아시아드 시민대학’을 응용한 것입니다. 기수당 200~240명 정도를 모집해 APEC과 APEC 참가국에 대한 기초 지식 및 자원봉사자가 갖춰야 할 태도 등을 교육합니다. 주로 부산외국어대 교수님들을 강사로 초빙하는데 수업의 질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까지 5기, 총 1,200여 명을 배출했고, 현재도 6기 200여 명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APEC 시민대학을 수료한 분들은 대부분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합니다. APEC 시민대학으로 APEC에 대한 부산 시민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자원봉사자의 질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죠.”
[B]앞서 말씀하신 APEC 시민안전봉사대는 어떤 활동을 합니까?[/B]
“주로 안전 감시활동을 합니다. APEC 시민대학 출신 자원봉사 요원들이 주력이죠. 출퇴근 시간에 각 지하철 역에 배치돼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현재는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조만간 7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오는 11월부터 10일간은 3,000여 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부산시와 함께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이때는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 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산 시민 전체적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겠죠.”
[B]APEC 범시민지원협의회에는 주로 어떤 분이 참여하시나요?[/B]
“40대도 몇 분 계시지만 대부분 50대 이상 60대가 가장 많습니다. 60대 어르신을 주축으로 700여 명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죠. 재미있는 점은 의외로 여유가 있는 분보다 어렵고 힘든 분들이 더 열정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분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B]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를 이끌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B]
“뻔한 말이지만 경비 문제가 가장 힘듭니다.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는 순수 민간단체로 그 어떤 외부단체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때문에 참석해서 돕고 싶은 행사가 있어도 경비 문제로 머뭇거릴 때가 적지 않아요. 또 하나는 우리는 좋은 뜻으로 행사를 돕기 위해 나갔는데, 행사장 출입이 안 된다든가 방해자 취급을 받는다든가 할 때도 있죠. 그런 경우만 없으면 다른 것은 다 견딜 만합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B]힘든 점도 많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끼니 봉사활동을 계속하실 텐데요?[/B]
“그렇죠. APEC 시민대학을 수료한 1,200여 명이 부산 시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그분들로부터 수고한다는 인사를 받을 때 앞서 말한 서러움(?)이 일순간에 가시죠. 또 예전에는 형식적으로 구색 갖추기로 대하던 기관장들이 이제는 협의회를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대우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사실 악수만 해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의례적으로 손만 잡던 기관장들이 요즘에는 제 손을 꼭 잡습니다. 그만큼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죠.”
[B]APEC을 앞두고 부산 시민에게 바라는 점은 없으십니까?[/B]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APEC의 경제효과가 수천억 원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또 APEC을 앞두고 부산시 전체가 떠들썩하니 시민들도 덩달아 APEC이 시민 개개인에게 무엇인가 큰 것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APEC 시민대학을 찾는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나 APEC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큰 것입니다. 한 예로 우선 부산시의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도로가 정비되고 공원이 생기고…. 이런 것이 APEC이 부산 시민에게 안겨준 혜택이지 다른 특별한 것은 없거든요. 다만 시민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APEC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사이에 닫혔던 문이 열리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면 혜택이겠죠.”
[B]APEC 개최까지 꼭 한 달 남았습니다. 자원봉사자의 대표로서 각오를 한마디 해주시죠?[/B]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APEC은 부산시를, 나아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런데 자칫 테러 등의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 상처는 치유하기 힘들 것입니다. 때문에 시민감시단 등의 활동을 통해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B]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는 APEC이 끝나면 해체되나요?[/B]
“물론 아닙니다. 아시아드 시민대학 출신 자원봉사자가 주축이 되어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를 만들었듯, 이 모임은 APEC이 끝난 뒤에도 존속할 것입니다. 명칭은 달라질 수 있겠죠. 그러나 부산시가 존속하는 한, 또 부산시에서 국내외 행사가 개최되는 한 협의회는 지속될 것입니다.”
[RIGHT]오효림 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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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