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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야채가게마다 김장용 무·배추며 양념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올해는 기생충알 김치파동으로 직접 김장을 담그겠다는 집이 늘었다고 하니 씁쓸한 가운데서도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식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네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는 김치다. 아무리 김치를 안 먹는다는 사람도 막상 밥상 위에 김치가 오르지 않으면 한 끼 식사를 제대로 때운 것 같지 않은 허전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만큼 김치는 단순한 반찬의 한 가지를 넘어 우리 민족의 DNA를 형성하는 중요한 단백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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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에서 김치는 더욱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치는 날로 먹고, 찌개로 먹고, 국으로 먹고, 찜을 해 먹는 등 한겨울 먹을거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이었다. 그런 만큼 김장은 우리네 살림살이에서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행사여서 차라리 또 한 해 겨울을 넘기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해도 좋았다.
김장은 단지 여인네들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남정네들에게도 김장은 한나절 힘깨나 써야 할 큰일이었다. 요즘에는 육것이 흔해 삶은 돼지고기 몇 점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궁시렁거리며 게으름을 떨지만, 그 시절에야 막걸리 한 사발에 발갛게 버무린 김칫속을 배춧잎으로 돌돌 말아 한 입에 넣은 다음 입가를 쓱 한 번 훔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는 그 대가로 뒤꼍 한 귀퉁이에 허리 깊이는 될 만큼 김칫독 구덩이를 많게는 여남은 개씩 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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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김칫독이 모두 차면 구덩에 묻고 그 위에 곧은 참나무를 모두세운 다음 짚으로 이엉까지 해 덮고 나면 어느새 짧은 겨울 해는 지고, 기둥에 내건 호롱불에 스러지는 어둠처럼 막걸리 몇 잔의 취기도 말끔히 가시고 말았다. 그래도 그런 날 저녁 밥상에는 얼큰한 겉절이가 그득하게 올라 오랜만에 마음과 몸이 동시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치 한 쪽만 먹어 보아도 그 집안의 내력에서부터 살림살이의 규모며 안주인의 음식 솜씨까지 훤히 알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지역마다 집안마다 각기 특색 있는 김치 맛을 볼 수 있는 시절은 이제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인가.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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