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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이번 2005 APEC 정상회의의 의미와
성과를 분석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인지 설명해 주시죠.
“이 회의는 1989년 한국과 호주가 주도해 창설했습니다. 1993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정상회의로 격상시킨 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행사입니다. 21개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데, 올해 우리 차례가 돼 부산에서 열게 된 것입니다. 세계 4강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대통령이 의장이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국제정상회의입니다.
우리가 이 대회를 다시 유치해 의장국이 되려면 15~20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2000년 서울에서 개최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ASEM이 회원국 등 규모 면에서는 APEC보다 크지만 결정적으로 미국과 캐나다가
회원국에서 빠져 있습니다. APEC은 세계 통상질서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ASEM보다
훨씬 중요한 행사입니다. 또 미·중·일·러 등 세계 4강 정상이
한날한시 한장소에 모이는 경우는 APEC밖에 없습니다. G8회의만 해도 중국이 빠져
있고, 유엔총회도 모이는 시각이 각기 다릅니다.”
곧잘 나오는 질문이지만 APEC 개최로 부산과 한국이 얻는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계량화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우선 외국 정상과 장관
등 고위 관료를 포함해 적게 잡아도 6,000∼7,000명의 외국 손님이 7박8일 동안 부산에
머물렀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돈만 하더라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에 부산을 찾은 세계적 기업인은 더 많았습니다. 투자유치나 수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죠. 무엇보다 저널리스트들이 한 주 동안 부산의 모습을 전세계로 타전한
것이 부산으로서는 가장 큰 소득일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활용할
여러 방안을 연구했을 것 같은데요?
“연초부터 총리실 주재로 이를 어떻게
한국에 유익하게 이용할 것인가를 놓고 회의를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과 부산의
브랜드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 기조 아래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이미지와 한류(韓流)를 일으키는 문화민족이라는 두 가지에 대외 홍보
초점을 맞췄죠.”
정부의 그러한 방안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었습니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대회장을 중심으로 정상들이 드나드는 동선에 IT강국을 자랑할 만한 첨단제품들을
비치해 만지고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21명의 정상이 도착하고 출발하는 데는 한
사람당 1분씩만 잡아도 20분 정도의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에 우리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또 각종 공연과 만찬에서 한국문화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국제회의 참석자들에게는 그 나라가 어떤 곳이더라는 인상이 가장 오래 남는
법입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한국과 부산의
브랜드 가치 높여”
개최지 부산의 시설과 시민의 태도가 참석자들의
눈에는 오늘날 한국의 모습으로 비쳤겠군요?
“그렇습니다. 21개국 정상과
고위 각료, 기업인들은 부산 시민의 친절한 태도,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저력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는 세계 정상을
비롯한 외국인 참석자들의 눈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산은 개최지로서 이번 행사를 제대로 활용했습니까?
“부산은 아시아와
태평양을 바라보고 자리 잡은 항구도시입니다. 물류도시라는 관점에서 부산은 중국의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川), 싱가포르·홍콩이 경쟁 상대입니다. 부산은 분명히
이들 도시를 능가하는 물류 중심항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이뤄 내려면 항구시설
못지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합니다. 신속하게 물류를 통관할 수 있는 시스템 말입니다.”
부산이 아시아 물류 중심항으로 도약 할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부산항을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항이라는
개념으로 홍보했습니다. 물류가 가장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항구라는 것이지요.
통관시간 단축은 세계 각국의 물류를 유인하는 결정적 장점입니다. 부산항의 도약은
APEC의 의제인 ‘자유화’와 ‘원활화’ 개념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자유화는 APEC
역내 회원국이 관세를 내리고 국내시장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원활화는 항구에서 물류가 드나들 때 구비서류 간소화, 검사비용·수수료 인하,
부패 방지 등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개념입니다. 부산항이 진행하는 원활화는 자유화에
못지않게 새로운 무역 수요를 창출할 것입니다.”
논의된 사안에 구속력이 없어 ‘APEC 무용론’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APEC의 핵심 기능은 무역의 ‘자유화’와 ‘원활화’입니다. 원활화 개념을
현실에 적용해 설명하면 기업인의 이동과도 연결됩니다. APEC에서는 ABTC(APEC Business
Traveller Card)를 2만 장 발행해 회원국들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 가운데 4,000장을 받았습니다. 이 카드를 소지한 기업인은 APEC 역내국을 출입할
때 적지 않은 혜택을 보게 됩니다. 또 APEC은 회원국들이 관세, 제품 기준, 위생
기준, 환경 기준을 통일해 보자고 논의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의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무역은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런 의제들은 세계 어느 기구에서도 다루지
않는 내용입니다. 결정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럴 경우
해당국이 손해를 볼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농산물·비농산물 서비스 등에 대한 WTO 차원의 협상 테이블인 DDA 협상은
교착상태입니다. 이 협상은 사실 2004년에 끝나야 했어요. 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WTO가 침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세계
각국이 이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한 국가로
이루어진 2005 APEC 정상회의가 이 DDA 협상의 돌파구가 되도록 해야 했습니다. 2005
APEC 정상회의에서도 확인했듯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