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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 “조사는 끝났지만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조사결과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계속 긴장해야죠.”
지난 11월1일부터 15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된 2005 인구주택총조사를 진두지휘한 전신애(57)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시원하다기보다 큰일 없이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말 그대로 국가적 대사다. 예산만 1,300억 원가량 소요되는데다 조사결과는 각종 정부 통계자료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정책 수립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는 21세기 들어 처음 실시하는 조사로 그 의미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래서 통계청은 이번 조사의 역할을 ‘국가의 기본 현상을 20세기와 연결해 주며,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 청소년실업, 빈곤층, 이혼율 등 최근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B]사생활 침해 여론 극복, 조사표 99% 회수[/B]
“인구주택총조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전수조사입니다. 때문에 정책부서로부터 이런저런 질문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많았죠. 그 중 하나가 소득에 관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소득 문제는 워낙 민감해 국민의 거부감이 강하거든요. 자칫 조사 자체를 거부할 수 있어 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이산가족에 관한 질문은 넣었습니다. 통일부에서 이산가족정책을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요.”
전 국장은 “조사 항목 선정은 물론 질문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모두 자문회의 등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통계청은 이번 조사를 앞두고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뜻이다.
2005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며 가장 어려움이 컸던 부분은 일부에서 사생활 침해라는 여론이 제기됐던 것이다. 전 국장은 “2000년도 조사에서도 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보통 조사 항목을 만들 때 유엔에서 권고하는 항목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우리 실정에 필요한 항목을 추가합니다. 이산가족 문제가 그런 예죠. 반면 이혼 여부와 직업에 관한 질문은 유엔 권고 항목 중 하나입니다.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때도 있었던 항목이고요. 5년 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질문인데, 올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였죠. 그러나 이혼가족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전 과장은 “점점 더 사생활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조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 조사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사 내용을 입력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통계청은 약 99%의 조사표가 회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통계청이 자체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2005년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17%입니다. 맞벌이 가구는 33%고요. 이 둘을 합치면 50%거든요. 다시 말해 조사원이 가정방문을 했을 때 두 집 중 한 집은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컸다는 뜻입니다. 몇 번씩 방문해도 허탕치는 경우가 많았죠.”
전 국장은 “이 같은 환경에서 99%의 회수율을 보인 것은 11만여 명의 조사원과 2,000여 명의 통계청 직원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970년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한 전 국장은 지난 5월 사회통계국장으로 승진했다. 사회통계국장은 인구주택총조사를 총지휘하는 자리다. 국가 통계의 정점이 인구주택총조사여서 통계청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맡고 싶어하는 보직이다. 전 국장 역시 언젠가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맡고 싶다는 꿈을 키워 왔다. 그러나 막상 사회통계국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전 국장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남편 이정의(65) 씨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B]조사기간 중 투병 남편 세상 떠나[/B]
남편 이씨는 인구주택총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1월9일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당시 전 국장은 인구주택총조사 관련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이별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최소한 한 달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아직도 남편 이야기만 나오면 전씨는 이내 눈물을 글썽거렸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병상의 남편과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편이 투병을 시작한 이래 전 국장은 근무지인 대전에서 집이 있는 분당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 지난 5월 인구주택총조사 책임자인 사회통계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10월 들어 병세가 악화됐지만 인구주택총조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현장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루에 2곳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인구주택총조사에 참여할 것을 독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틈날 때마다 병상을 지키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숨소리가 어떤지 등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전 국장은 남편의 발인을 마친 뒤 바로 현장에 복귀했다. 장례 뒷마무리를 할 틈도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이 자리를 맡은 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편이 곁에 없는 지금은 제게 일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돼요. 사무실에 있을 때는 남편 생각이 안 나거든요. 49재를 마칠 때까지 분당에 있는 집으로 출퇴근할 생각인데, 아직도 분당행 버스에만 올라타면 눈물이 납니다. 전에는 통근해도 힘든 줄 몰랐거든요.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통계청에 몸담은 이래 한 번도 일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전 국장. 그는 ‘9급에서 국장으로 승진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에 대해서도 “내 역할을 충실히 해 왔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며 손을 내젓는 것으로 ‘겸손한 마음’을 대신했다.
“사회통계국장을 맡았을 때 인구주택총조사만큼은 누구보다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각오했어요. 국민의 인식이나 응답률, 진행속도 등으로 봤을 때는 예년과 비교해 빠지지 않는 것 같은데 결과까지 잘 나와야죠.”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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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