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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여러분의 따스한 정성이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녹입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합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어김없이 전국에 울려 퍼진다. 올해는 12월2일부터 거리 곳곳에서 이 행사가 시작된다.
자선냄비는 개신교의 한 교파인 구세군에서 매년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까지 여는 불우이웃돕기 거리모금이다. 우리나라에 자선냄비가 들어온 것은 1936년이다. 6·25전쟁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2월의 거리를 수놓고 있다.
“자선냄비는 이웃사랑 운동입니다.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미 하나의 시민운동으로 성장했죠. 아직까지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는 구세군 교인이 주축을 이루지만, 최근에는 관공서·기업 등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3만 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구세군 서울제일영문 신재국(48) 담임사관(일반 개신교 교회의 목사에 해당)의 설명이다. 서울제일영문은 1908년 구세군이 한국에 진출해 처음으로 문을 연 교회. 한국 구세군의 모(母)교회다.
[B]“계층·남녀·노소·종교 초월한 이웃사랑”[/B]
신 사관은 제일영문 사관으로서 서울 시청역에 설치되는 자선냄비 두 곳과 서울톨게이트 등 ‘목 좋은 곳’을 담당한다. 장사에서 ‘목 좋은 곳’과는 달리 자선냄비 행사에서는 그만큼 고달픔을 감수해야 한다.
올 자선냄비는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자선냄비의 시종식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국적으로 70개 시·도, 400여 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구세군은 1998년부터 도로공사와 연계해 동서울톨게이트와 서울톨게이트 등 톨게이트에서도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올 모금 목표는 27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25억6,100만 원이 모금됐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국가 등 제도권으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불우이웃을 돕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합니다. 저소득 시민 구호, 심장병 의료지원, 복지시설 구호 및 지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원, 노숙자·실직자 재활, 결식아동·조선족 돕기 등 세칭 사회복지라고 불리는 곳에는 거의 모두 자선냄비의 사랑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전액 이런 데 사용되죠.”
198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선냄비 활동에 참여해 왔다는 신 사관. 올해도 그는 시청역에 설치된 자선냄비 곁을 매일 지킬 예정이다. 그는 “지난 24년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10년 전만 해도 부유한 사람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았어요. 한눈에 봐도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넣고 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정장을 점잖게 차려입은 사람들도 자선냄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선뜻 성금을 넣습니다. 기부자가 상당히 평준화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 사관은 “자선냄비는 계층과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종교까지 초월한 이웃사랑운동”이라며 몇 년 전 명동에서 모금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명동에서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하는데 바로 옆에 한 스님이 역시 목탁을 두드리며 탁발을 하고 계셨어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신경이 쓰였죠. 그런데 저녁 무렵 스님께서 탁발을 거두시면서 하루 종일 모금한 돈을 전부 자선냄비에 넣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죠.”
그는 “자선냄비도 모금운동인 만큼 모금이 잘될 때는 힘이 난다”고 말한다.
“두꺼운 양말에 외투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가도 10분만 서 있으면 발이 얼어옵니다. 또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계속 구호도 외쳐야 하니까 목도 금방 쉬죠. 찬바람에 입술도 트고요. 그래도 모금만 잘되면 힘든 줄 몰라요. 반대로 모금이 안되면 더 춥죠.”
신 사관은 “자선냄비는 성금을 준비해 와서 넣고 가는 사람보다 길을 가다 자선냄비를 보고, 혹은 종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지갑을 열어 성금을 넣고 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자선냄비 봉사자의 자세와 성의에 따라 그날 모금액이 많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B]“힘들수록 서로 배려하는 정신 필요”[/B]
흔히 자선냄비를 주관하는 단체로 알려진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의 빈민촌에서 시작된 개신교의 한 교파다.
“당시 영국사회는 산업혁명의 후유증으로 빈부격차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회·감리교 등 대부분의 개신교는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었죠. 교회 울타리 밖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은 교회와 국가 모두로부터 방치돼 있었죠.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드는 이들에게 주목했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빵과 옷과 집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사회봉사사업은 구세군의 출발점이자 다른 개신교와의 차이이기도 하단다.
신 사관은 “가난한 이웃의 배고픔을 채워 주고, 집을 주고, 자립을 돕는 것이 곧 구세군이 생각하는 복음”이라고 말한다. 물론 구세군도 개신교의 한 종파인 만큼 최종 목표는 영혼의 구원을 통해 전인적 구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빈민 구호가 ‘전도’에 앞선다는 것이 구세군의 모토다. 신 사관은 “자선냄비도 이 같은 구세군의 사회봉사 정신이 구현된 하나의 예”라고 설명한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난민을 돕기 위해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 정위가 오클랜드 부둣가에 솥을 걸어 놓고 모금활동을 벌인 것에서 유래했다.
신 사관은 “흔히 구세군 하면 자선냄비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구세군은 자선냄비를 통해서만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108개 국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힘들수록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죠. 제도를 탓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이웃사랑을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선냄비 종소리가 이웃을 돌아보는 소리, 현대인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 소리가 됐으면 합니다. 그 바람으로 올해도 종을 흔들 생각입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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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