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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수평선 위로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불끈 솟구쳐 오른다. 그 화염을 받은 수면 위에서는 붉은 기운이 너울거린다. 이어서 밝아오는 새로운 세상.
불을 넣을 때마다 숯가마 속에서는 또 하나의 태양이 솟아오른다. 잉걸불이다. 그 불덩이는 스스로의 열기를 이기지 못해 일렁거린다. 그때마다 불덩이는 찬란하다 못해 영롱한 빛을 발한다.
빼곡히 채운 참나무가 영롱한 불덩어리로 변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숯쟁이는 가마를 연다. 그러고는 이글거리는 불덩이를 꺼내 재빨리 재를 덮는다. 이렇게 해서 나온 참숯에서는 탱 탱 쇳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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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은 예부터 사악함을 물리치고 순결함을 간직한 정갈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자칫하면 부정을 타 맛이 변하기 일쑤인 간장독에 숯덩이를 넣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내거는 금줄에도 어김없이 숯이 걸려 있었다. 체했을 때는 또 숯가루를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 개발연대, 연탄불이 꺼지면 다시 불을 옮겨 붙이기 위한 불쏘시개로나 사용되던 천덕꾸러기 시대도 거쳤지만 숯은 사실 정갈한 음식을 만들 때 불씨로 사용됐다.
숯은 검댕이 묻을세라 누구도 선뜻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깨끗함의 상징인 숯은 신화의 시대를 넘어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제 기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웰빙의 시대를 맞아 ‘환경 지킴이’라는 또 다른 역할을 얻은 것은 이 때문이다. 숯덩이를 그대로 방 한구석에 놓아 두면 공기정화기 역할을 한다. 새집 증후군을 물리치는 천적으로도 숯덩이가 새삼 각광받는다. 온갖 전자제품 옆에 두어 전자파를 막는가 하면 웬만한 정수기에는 어김없이 들어가 있는 숯이 ‘맑은 물’을 만드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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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또 숯을 꺼내고 온기가 남아 있는 빈 가마가 한증막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숯을 탄생시킨 모태 안에서 사람들은 몸 속에 쌓인 오욕을 씻어내고 욕망의 찌꺼기를 뱉어낸다.
뭐니뭐니 해도 숯의 미덕은 살신성인(殺身成仁)에 있다. 하얗게 으스러지는 백골만 남을 때까지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개끗하게 만들고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
새해, 이렇게 미덕을 간직한 숯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숯가마를 찾아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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