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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대문보다 믿음직스러운 ‘지킴이’가 있었다. 집안의 불빛이 모두 꺼진 뒤에도 여전히 담벼락 너머로 촉수를 곤두세웠고, 낯선 길을 나설 때는 주인을 앞질러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또 지친 걸음으로 대문을 들어설 때면 사람보다 앞서 반겼다.
그 시절 우리 삶에는 사람의 그림자보다 더 친숙한 지킴이, 바로 개가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가 증명하듯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 다음에는 어김없이 ‘바둑아 놀자’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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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개는 단순히 집 지키는 짐승이 아니라 우리들 편에 선 믿음직스러운 삶의 벗이었다. 하여, 그 시절 풍경을 그린 그림이나 사진첩 속에는 어느 구석엔가 자연스럽게 토종개가 자리하고 있다. 마치 ‘삶’이라는 퍼즐의 일부분처럼 빠지면 왠지 허전한 존재가 바로 우리의 친구, 개였다. 특히 토종개는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고동락해왔다. 토종개는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가까스로 그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대표적인 종으로 진돗개와 삽살개 그리고 풍산개를 들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돗개는 용맹성과 충성심, 청결성, 귀가성, 빼어난 수렵성을 지닌 명견으로 토종개 중에서도 독보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진돗개는 원산지인 진도를 포함,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진돗개는 이제 한국의 토종개라는 고유 신분으로 세계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과 7월 세계적 애견단체인 영국 케널클럽(KC), 국제애견연맹(FCI)에 의해 세계 공인 견종으로 인정받은 바 있으며, 올해 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애견선발대회에서 ‘훌륭한 개’로 선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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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쫓는다’는 뜻을 가진 삽살개 역시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삽살개는 경북대 하지홍 교수가 중심이 되어 혈통 복원 운동을 펼친 데 힘입어 다시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늘고 있다. 삽살개는 서민들의 정서를 닮은 듯 정이 많고 온순하다. 하지만 주인을 지키려는 의지만은 다른 어떤 개에도 뒤지지 않는다. 일단 도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온순함이 용맹함으로 돌변하는 특성을 지녔다.
진돗개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지만 체구는 더 크다. 삽살개처럼 기본 성질은 온순하나 일단 적과 맞대면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동작이 빨라지고 용맹스러워 예전엔 호랑이 사냥에도 동원됐다. 풍산개는 경계심이 남다르며, 건강한 체질로 질병과 추위에 잘 견딘다. 풍산개 역시 북한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128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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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삽살개·풍산개 등 한국 토종개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주인을 비롯해 사람들에 대해 온순하지만, 적 앞에서는 그 사나움이 호랑이와 견줄 만하다. 오랫동안 우리네 역사와 함께해 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바야흐로 병술년, 개띠 해다. 그 옛날 대문 한켠에서 가족의 안녕을 지켜주던 토종개의 곰살맞은 꼬리 짓을 떠올리면 저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RIGHT]글|사진·임인학[/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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