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지난 1월 11일, 충북 충주 주덕읍은 이상홍(50) 씨의 지팡이 선물로 온 마을이 따뜻해졌다. 지난 1년간 정성스레 키우고 만든 명아주 지팡이 1000여 개를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충주시 노인회에 500개를 전달한 데 이어 주덕노인회와 충주시 장애인협회에 각각 400개, 100개의 지팡이를 전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만든 명아주 지팡이를 받아 보고자 전국에서 편지가 쇄도했다. 올해로 아흔이라는 전라도의 한 할아버지는 ‘명아주 지팡이도 귀하지만, 그 지팡이에 담긴 마음을 받고 싶어 편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이상홍 씨의 지팡이가 특별한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 담긴 지팡이’라는 것. 귀한 지팡이를 공짜로 얻어보겠다는 마음보다 너무나 따뜻한 그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하는 것이 더 클 것이다.
[B]5년째 노인들에게 ‘사랑의 지팡이’선물[/B]
예로부터 집안의 어른이 80세가 되면 명아주 지팡이를 선물했다고 한다. 보통 ‘청려장’이라 불리는 이 지팡이는 신경통과 중풍에 좋고, 특히 저승길을 밝게 해준다고 해서 여느 지팡이보다 인기가 좋다. 하지만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에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노인들은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상홍 씨가 명아주 지팡이를 만들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많은 노인들에게 명아주 지팡이를 무료로 드리고 싶다는 것, 아주 단순하지만 너무나 절실했던 그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수십 년째 충북 충주시 주덕읍사무소에서 운전원으로 지내오면서 마을 노인들 중에 걷기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그의 결심에 한 몫 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명아주를 재배해 본 적이 없던 그는 대규모 명아주 재배 지역을 찾아가 농경법을 배우고자 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자금도 문제였다. 고심 끝에 이상홍 씨가 내린 결정은 ‘무조건 부닥쳐 보자’였다. 2001년 주덕읍에 있는 시유지 600평을 빌려 명아주 재배를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첫 농사 완전 실패. 다음해 이상홍 씨는 그 실패를 밑거름 삼아 또다시 도전했다. 밑거름을 주고 잡풀을 제거하고, 지주대를 설치하는 등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모두 할애하면서 정성을 들였다. 이 때문인지 명아주는 잘 커갔고, 300개의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회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 다음해 또 한 번의 농작 실패로 100여 개 밖에 얻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새로운 곳에 경작지를 넓히면서 1500개의 명아주 수확을 거뒀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 느껴 [/B]
명아주 지팡이를 만드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3월에 파종을 하고, 5월 중순부터 줄기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5~6군데 이상 지주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10월 초 수확을 한 뒤 줄기를 삶아 껍질과 옹이를 제거한다. 이후 사포로 다듬은 뒤 4~5차례 칠을 반복해야 하나의 지팡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혼자서 수백 개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하죠. 시청에 있을 때는 시에서 자체적으로 인력 지원을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읍사무소로 발령을 받고 다소 걱정도 했는데, 고향에 오니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서로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감사할 뿐이죠”라며 오히려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보통 일을 시작하면 한나절은 꼬박 걸린다. 따라서 마음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선뜻 나서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주덕읍 사람들은 이상홍 씨의 선행을 듣고 서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특히 바르게살기위원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신협주부모임 등 지역단체들은 헌신적이었다. 이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이상홍 씨는 더욱 더 하나하나 정성된 마음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지팡이를 받으신 어른들이 ‘너무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1년 동안의 고생이 모두 사라진단다. 그는 “올해는 인적 지원뿐 아니라 재정적 지원이 좀더 뒷받침됐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내년에는 3000개를 만들어 충주시뿐 아니라 전국의 지팡이를 필요로 하는 노인분들에게 모두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필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탓에 아침부터 제설작업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길가를 지나는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를 빼놓지 않는 이상홍 씨.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다 아버님, 어머님 같단다.
“그런 분들이 제가 드린 지팡이를 짚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걸으시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라며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아마 그에게 명아주 지팡이는 일회성 선물이 아닌, 1년 내내 부모님의 사랑을 감사하고자 스스로 내리치는 채찍질이 아닐까 싶다.
[RIGHT]김정아 기자 [/RIGHT]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