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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용아, 용미야~ 아저씨들 왔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에 사는 소년가장 태용(17)이네 집에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찾아왔다.
소년가장 태용이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여동생 용미(12)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지하 단칸방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이날 태용 남매의 집을 예고없이 찾아온 ‘산타클로스’는 다름아닌 인천 연수구청 환경미화원 모임 ‘청우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1년 6개월 전, 모임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임윤수(53) 회장도 이 뜻깊은 성탄절 행사에 함께했다. 임 회장은 “태용이와 용미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밥 대신 차가운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이날 청우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평소 거리 청소를 하며 틈틈이 모은 폐지와 고철 등을 팔아 마련한 성금 20만 원을 소년가장 태용 남매의 생활지원금으로 내놓았다. 비록 많지 않은 돈이지만 그들에겐 천금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다음 날, 그들 남매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집 근처 중국집이었다. 둘이서 자장면 곱배기를 시켜 배불리 먹었다며 “아주 행복했다”고 말했다.
[B]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 돕기 앞장[/B]
“저희가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면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폐품들을 더 많이 모아 태용이네 같은 어려운 이웃들을 좀더 열심히 도울 수 있을텐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청우회 임 회장은 못내 안쓰러워했다. 사실 그 역시 평범한 환경미화원일뿐이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거리를 청소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네 서민이다. 그래도 자신의 월급 200만 원과 아내의 맞벌이 수입으로 세 남매를 대학까지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아내가 아파 집에서 쉬기 시작하면서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상황.
“그래도 저희는 따뜻한 방에서 하루 세 끼 밥은 먹으며 살지 않습니까. 한겨울에 불도 못 피우고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이웃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데요….”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이웃 걱정부터 하는 임 회장. 그가 처지가 비슷한 동료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불우이웃을 돕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04년 어느 날이었다.
“우연이었습니다. 그날도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동료 홍두수(54·청우회 총무) 씨와 여느 때처럼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한잔을 하다가 불현듯 폐품을 모아 판 돈으로 뜻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친한 친구인 홍 총무도 그 자리에서 바로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라고 동의해줘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두 사람은 다음날부터 동료들에게 “평소 거리미화작업을 하면서 줍는 폐지와 고철 등을 따로 수집하자. 그리고 그것을 판 돈으로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고 제안하는 등 설득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동참자는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났고 다시 10명, 20명을 넘어섰으며 결국 청우회 전체 회원으로 범위가 확산됐다. 지금은 회원 72명 모두가 ‘본연의 일(거리미화작업)을 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 뜻있는 일’이라며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고 있다. 인천 연수구청 박기준 환경미화 근로감독관도 이러한 불우이웃돕기 운동이 청우회의 중점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윤수 회장 등 청우회 회원들이 지난해 폐품을 팔아 모은 돈은 총 400만 원. 이 중 200만 원은 소년소녀가장 10명에게 20만 원씩 생활지원금으로 후원했다. 그리고 150만 원으로 장애인복지시설 ‘인천다비다원’에 생활용품을 보낸 데 이어 불우한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사랑과 평화의 집’에 쌀 14포대를 기증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연수구 환경미화원 전체로 확산[/B]
청우회로부터 생활용품을 기증받은 사회복지법인 인천다비다원에는 정신지체 1급 장애우 148명이 생활하고 있다.
다비다원 윤호중(69) 이사장은 “정부 지원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원생 대부분이 24시간 내내 보살펴야 할 중증 장애우들이기 때문에 일손과 생활용품이 항상 부족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기부금이나 물품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면서 “그러나 작년 말 혹한에도 불구하고 생활용품을 가득 안고 찾아온 청우회 회원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윤 이사장은 또 “힘든 일을 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참으로 고맙다”며 “답례로 다비다원에서 배출되는 각종 폐품도 모아 청우회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임윤수 청우회 회장은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서 미력하나마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다”며 “과거 힘들던 때 주위분들에게서 받은 도움을 이제 조금씩이라도 갚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고 피력하기도.
현장 작업반원으로 주로 폐지를 모으고 있는 그는 “꼭두새벽부터 일하다 보면 과속 뺑소니 음주운전차량 등이 무섭긴 하지만 작은 힘이나마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폐지를 모으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 일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저만의 일도 아닌 청우회 전체의 일로 승화된 만큼 더욱 열심히 해야죠. 땅바닥에 떨어진 폐품을 모으는 일이 쉽진 않지만 우리 회원 72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임 회장의 따뜻한 마음은 겨울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RIGHT]정수남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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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