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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호
실장은 요즘 엄청나게 바쁘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의 본격 추진에 앞서 그 당위성과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전도사’ 역할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그동안 호남고속철도 건설 예정지역과 각 부처를 오가며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틀을 만드느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 때문에 지쳐 있을 만한데도 ‘국가위상을
높이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 한가할 틈이 없다.
정 실장은 호남고속철도 건설 추진은 국민과 함께해 왔고 스스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그는 또 정부와 함께
파워 엔진을 가동해 역동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어떤 지역이나 국민도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 실장은 이어 “호남고속철도는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내년 착공 가능… 2017년까지 완공”
SOCㆍ건설경제연구라는
말이 생소한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마디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전략을
세우고 연구하는 일입니다. 도로·철도·항만 등에 관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는 곳이죠. 이런 일환으로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운
겁니다. 2004년 10월부터 호남고속철도를 언제, 어떤 노선으로, 어디를 정차역으로
할지에 대한 건설 기본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연구했습니다.”
호남고속철도 기본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사업비 최소화와
운행효과 조기 가시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출발역이 애초 수서역이 아닌
현재 경부선 수도권 시발역으로 제시됐죠. 사업도 1, 2단계로 나눠 오송-광주, 광주-목포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호남지역의 숙원사업이던 고속철도 사업이 마무리되면 낙후된
호남지역의 여객·물류문제 해소, 경부고속철과 함께 양대 고속간선 교통시설의
완공으로 국가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까.
“연구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마쳤습니다. 정부안으로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죠. 현재 공청회 등을 통해
지자체와 전문가,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호남고속철도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생각입니다. 또한 환경단체들과 환경문제도
적극 협의에 나서고 있죠. 관련부처와도 협의 중입니다.”
과거 정부사업 진행 과정과 차이점이 있다는데.
“과거 정부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할 때는 공청회만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간의 관행을 탈피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죠. 또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의견검토위원회를 조직해 더욱 엄격한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완공 시기는 언제입니까.
“2년에 걸친 기본설계를 마친 후 1년간 실시설계를
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터널을 만들 수 있는지, 암반을 뚫을 수 있는지 등 환경에
대한 검사를 하죠. 기본설계를 중간 정도 마친 상태에서 실시설계를 시작한다면 빠르면
내년쯤 실질적으로 삽을 뜰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정부는 내년 초 이번 계획을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할 방침입니다. 또한 현재 확보된 예산(550억 원)을 토대로 설계 작업에
착수해 사업추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죠. 오송에서 목포까지 단계적으로 건설해
오송에서 광주 2015년, 광주에서 목포까지 2017년까지 완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실질적인 반나절 생활권 실현”
기대효과에
관심이 많습니다.
“호남고속철도가 건설되면 국가경쟁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부축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고속철도 중심축이 구축돼 한반도의 실질적인
반나절 생활권이 실현됩니다. 개발수요가 많은 호남권에 고속간선 교통시설이 공급됨으로써
신규 수요가 창출되죠. 또한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 등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시설의 선행투자로 호남지역과 서남해권의 지역개발
활성화가 기대됩니다. 호남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고속철도 사업이 마무리되면 낙후된
호남지역 여객 및 물류문제 해소, 경부고속철과 함께 양대 고속간선 교통시설의 완공으로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효과는 어떻습니까.
“호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생산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죠. 연간 710억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할 때 투자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됩니다. 23조1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6만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하지만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안에
기업도시·혁신도시 등 국가균형발전과 관련된 경제성과 재무성을 포함시키지
않았죠. 이 점을 감안하면 추후 국가균형발전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사업성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이 점을 잘 활용한다면 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재원조달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재원조달 측면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했습니다.
현재 호남고속철도의 재무성이 낮은 편이죠. 따라서 정부가 투자를 해야 재무성을
맞출 수 있습니다. 85% 정도 정부가 투자를 하고 나머지는 철도공사 등 관련기관이
투자를 하면 재원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정부재정 지원을 맞추려면 사업 추진이
너무 빠른 게 아닙니까.
“정부재정 지원 비율을 85%로 하면 매년 66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무적·경제적 타당성만
생각한다면 호남고속철도는 2045년 이후에야 추진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건설효과와
그에 따른 기대치를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공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민자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을텐데요.
“물론 민자사업도 생각해봤죠.
하지만 여러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형평성 문제나 비용문제가
대표적이죠. 수익을 위해 국민에게 과다한 요금을 부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민
끝에 민자사업을 배제하자는 건의를 했고 정부에서 받아들여 정부사업으로 진행하게
된 겁니다. 다행히 2010년까지 대부분의 정부 국책사업이 마무리됩니다. 정부투자여건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부가 호남고속철 건설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호남의
고속철도가 왜 필요한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동안 호남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건 사실입니다.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죠. 호남은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바로 호남고속철입니다. 개발 여건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기업도시·혁신도시 등이 추진되고 있잖아요.
지역 개발과 투자 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들이 맞물려
호남고속철이 추진되어야 하는 겁니다.”
“균형발전사업과 맞물려 사업성 좋아질 것”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되는데.
“환경문제에 대해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를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입니다. 건설교통부도 같은 생각이죠.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계룡산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는데, 해결 방안은 있습니까.
“호남고속철이
계룡산에서 910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지나게 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죠. 따라서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계룡산국립공원을 우회하는 노선을 뚫을 계획입니다. 또한 고속주행이 가능하도록
해당지역은 대부분 터널로 통과토록 하고 일부 교량 등은 터널식 방음벽을 설치해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입니다.”
분기역 결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10년 이상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분기역을 결정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국토연구원에서 해결했습니다. 지역간
갈등 해소를 위해 분기역 결정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죠. 결정과정에 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모니터링하도록 했습니다. 이
결과를 전문가들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결정한 것입니다. 탈락한 지역에서 약간 반발이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향후 과제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현재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입니다.
철저하게 준비되고 작은 목소리 하나까지 반영된 호남고속철도가 건설되도록 초석을
다질 계획입니다.”
백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