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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걷는 모습에 보는 이들 모두가 가슴 졸인다.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그들의 발끝을 따라 관중은 숨 죽이고 시선을 옮긴다. 고요한 적막을 깨는 것은 구경꾼들도 아니요, 어릿광대의 흥을 내기 위한 말장난도 아니다. 갑자기 하늘 위로 솟는 줄광대의 재주에 환호성과 함께 적막은 사라진다. 훌쩍훌쩍 하늘 높이 뛰어오르면 마치 추임새라도 넣어주듯 구경꾼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한바탕 신나게 놀면 되는 것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와 ‘사극’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극중 주인공 광대들이 즐긴 ‘줄타기’ 붐을 고조시켰다. 워낙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놀이인 탓에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영화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직접 줄타기를 배워보겠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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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된 줄타기는 줄 위를 마치 얼음을 타듯 미끄러지듯 나가는 재주라 하여 ‘줄얼음타기’라고도 부른다. 주로 음력 4월 15일이나 단오, 추석 등 명절날에 즐겼던 놀이다. 줄타기는 서역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중국 한나라 때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으나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의 팔관회에 가무백희가 있었기에 그 속에 줄타기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줄타기는 조선시대에 두 계통으로 발전한다. 하나는 양반을 위한 놀이로, 순수하게 줄타기로만 구성돼 있어 줄광대들이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잘하면 살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재담을 늘어놓으며 시작할 만큼 광대들은 뛰어난 기량으로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의 재주를 넘는다. 보통 걸어가는 것부터 한 발로 뛰기, 걸터 앉고 드러눕기 등을 선보인다.
다른 하나는 남사당패의 줄얼음타기로 서민들을 위한 공연이다. 이때는 노래를 부르면서 줄을 타기도 하고, 좀더 흥미로운 것을 요구하는 관객들을 위해 바보짓, 곱추짓, 여자가 화장하는 시늉 등 익살스러운 재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놀이에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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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것은 바로 줄광대의 떨어질 듯 말 듯한 곡예에 있다. 보통 3m 정도의 높이에서 줄을 타는데, 바닥에는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줄 위에 올라갈 때에는 부채나 수건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을 일으키거나 또는 막으면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부채의 화려함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도 있다.
조선 성종 때의 학자 성현은 ‘구나시’에서 줄 타는 모습을 보고 ‘날아가는 제비’와 같다고 표현했다. 가느다란 외줄을 가볍게 밟아 하늘 높이 올라가는 줄광대의 모습은 마치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듯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올라가는가 하면 떨어지기도 하고, 떨어질 듯하면서도 다시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 삶의 모습이 아닌가. 마치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줄광대처럼 말이다.
[RIGHT]사진 안홍범 | 글 김정아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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