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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한 장면. 비 오는 날, 극중 지휘자로 나오는 최민식과 아이들이 탄광촌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 아버지들에게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는 모습. 단지 음악은 사치라 여기며 반대하던 이들도 아이들의 연주 소리에 마음이 녹아든다. 음악의 힘이 그런 것 아닐까. 그 누구할 것 없이 서로 소통하고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특별한 것. 올해로 20년째 해양경찰 관현악단을 지휘해온 한학 단장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음악’을 선택했다.
아무리 귀여운 마스코트를 써도 ‘경찰’이 주는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시민의 안전을 위한 공복이라고 외쳐도 여전히 사람들은 경찰과 거리감을 둔다. 하지만 해양경찰 관현악단은 예외다. 인천 시민들에게 이들은 위엄있는 경찰관도, 우아한 음악가도 아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하는 사랑의 메신저들이다.
1986년 10월, 해양경찰청은 경비함 취역식 등 해경의 공식 행사에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32명의 멤버로 악대를 창단했다.
한학 단장이 관현악단을 지휘하게 된 것은 창단 다음 해인 1987년. 이후 그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비롯해 장애우 축제 한마당, 양로원이나 청소년 축제 등 곳곳의 소외계층을 찾아 선율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것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어떤 이들에게는 거리감이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음악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는 한학 단장은 연평균 100회 이상의 공연 속에서도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빼놓지 않는다.
[B]20년째 소외계층 찾아 ‘음악선물’[/B]
현재 해양경찰청 관현악단은 60인조로 구성돼 있다. 이는 대규모 공연을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규모지만, 소규모 공연을 위해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에 관현악단은 6인조 동방브라스라는 밴드를 조직했다.
동방브라스는 관현악단원들 중 트럼펫 호른 트럼본 베이스 드럼 연주자를 선발해 조직한 앙상블 팀으로 클래식을 비롯해 팝송 영화음악 민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규모가 작아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에 양로원이나 고아원 방문 공연에 최적이다. 이때는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닌 율동이나 또다른 볼거리를 준비해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 외에도 현악 5중주, 호른 4중주, 트럼펫 앙상블, 클라리넷 앙상블, 타악과 사물놀이, 10인조 경음악단 등 다양한 소규모팀들을 구성해 음악을 듣고자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한학 단장은 올해를 끝으로 공직 생활을 정리한다. 더불어 공직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해양경찰 관현악단과도 헤어지게 된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보람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합동훈련을 할 경우가 있죠. 이때마다 우리 관현악단이 교민들을 위한 연주를 하는데, 잠시나마 한국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왠지 뿌듯하죠”라고 말하는 한학 단장.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롭게 지내는 노인이나 장애우들이 밝은 표정으로 관현악단과 함께 음악을 즐기고 있을 때가 가장 보람된다고 한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섬마을 순회공연 해볼 터” [/B]
관현악단원들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대부분 20~25세 정도로 하나같이 아들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26개월간의 복무기간이 끝나고 전역하게 되는 대원들을 보낼 때마다 항상 한쪽 가슴이 허전해진다. 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대원들이 들어와 그 자리에서 열심히 연주하고,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또 한 명의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한학 단장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관현악단의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오지마을이나 섬마을에 찾아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
그는 “오는 5월 중 서해 5개 섬,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의 해양경찰서를 방문해 순회연주를 하고, 가을 마지막 퇴임연주는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혼자사는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라면서 다시 힘차게 지휘봉을 휘두른다.
[RIGHT]김정아 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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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