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소장│심옥주
권기옥, 윤희순, 김마리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부르는 시민이 많아졌다.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한 결과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이하 연구소) 심옥주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 공헌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학계조차 여성 독립운동가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2009년 3월 1일 연구소를 설립해 역사 속 가려져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2018년부터는 부산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연구소 활동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 주최, 책 발간 등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를 알려온 심 소장이 이번에는 <여성독립운동가 인명사전 1, 2>(이하 <인명사전>)을 들고 왔다.
-최근 발간한 <인명사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서 뜻깊습니다. <인명사전>은 여성 독립운동가 100분의 일생, 활동, 사진 등을 담은 책입니다. 2018년과 2019년,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많았는데 훈격 여부 위주로 집중이 됐어요. 그분들 일생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관련 자료도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워서 <인명사전>을 쓰게 됐습니다.
“시민이 후원해주신 펀딩기금 도움”
-기존에 나온 자료나 책과 차이점이 있나요?
=기존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들은 학술서나 교양서로서 학술적 접근을 하거나 사건 중심으로 인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나온 <인명사전>은 독립운동 활동 특성에 따라 인물을 분류하고 그들의 일대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여성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서훈을 받았다고 해서 그분들이 어디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활동했는지까지 다 확인하긴 쉽지 않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분들의 일생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일대기를 확인하기 위해 후손을 많이 만났습니다. 목포에 강연 갔다가 여성 독립운동가가 배출된 학교를 방문하고, 그곳의 후손을 만나게 된 일도 있었고요. 조사차 제주에 갔을 때는 폭설로 일주일간 갇혀 고생한 기억도 있습니다. 이 책은 본래 2018년 하반기에 내려고 했는데 늦어졌어요. 2018년부터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고조되면서 연구소로 문의 전화가 많이 와서 본래 계획대로 책을 쓰는 게 어려워졌죠. 자료 싸움, 시간 싸움…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인물은 자료가 많아서 정리가 어려웠고, 또 어떤 인물은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정리가 쉽지 않았어요. 여러 날 밤을 새우며 썼습니다. 자료 선별이나 내용 조절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게 생각나네요.
-시민들의 후원이 더해져 나온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2018년 시민들이 후원해주신 펀딩기금 일부가 책 발간하는 데 들어갔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간 일정이 미뤄졌는데 모두 묵묵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죠. 나머지는 제 사비를 부담했습니다.
-책에 수록된 인물 중 특별히 더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여성 독립운동가들 모두 영화 같은 삶을 사셨어요. 그중에서도 한 분 꼽으라면 이애라 선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애라 선생은 3·1 만세운동에 참여한 인물로 독립운동 지원, 독립자금 모금 등의 활동뿐 아니라 애국부인회를 결성해 여성의 독립운동 참여를 독려한 인물입니다. 어느 날 일본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해 체포됐는데 등에 업힌 아기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땅에 떨어져 숨을 거뒀어요. 선생은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요. 그분 일생을 쓰던 새벽, 유난히 눈물이 나더군요.

“독립운동 역사 한 세대 바뀌는 접점”
-학교에 계시다가 여성 독립운동가 연구를 위해 연구소를 꾸리셨는데, 이렇게 쉽지 않은 일에 뛰어든 계기는 뭔가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 누군가가 ‘나’라면 해야지’라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일은 제 일생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놓이게 됐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여성 독립운동가 후손, 관련 연구자들을 만나면서 숙연함을 느꼈어요. 계속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졌고요. 힘들지만 보람도 큽니다. 특히 올해 제가 하는 일과 그 의미가 세상에 많이 알려졌는데 무엇보다 다음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서 더욱 가슴 뿌듯합니다.
-여성 독립운동가 연구를 하면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 연구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나갈 수 있게 경제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보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자들이 힘들어도 소신을 갖고 연구를 계속해나갈 수 있게 많은 분들이 길을 열어주시고 함께해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 연구자로서 감회가 더욱 새로우실 것 같아요.
=100주년. 우리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바라보는 한 세대가 바뀌는 접점에 서 있죠. 그 접점에서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알려지고, 한국 어머니들의 고군분투했던 역사가 알려지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심이 100주년에서 200주년, 1000주년으로 계속 이어지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분들은 민족의 암흑기에 어둠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빛과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을 말씀해주세요.
=<인명사전> 추가 발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여성 독립운동 연구센터 등이 국가 차원에서 건립되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김청연 기자
<여성독립운동가 인명사전 1, 2>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를 알리고 기리는 뜻을 담은 책.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의 일생, 활동, 사진, 자료 등을 수록하고 있다. 1권은 직업별 여성 독립운동가, 3·1운동의 여성 독립운동가, 임시정부의 여성 독립운동가, 기억해야 할 외국인 여성 독립운동가 50명, 2권은 광복군, 만주·중국 활동을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 학생운동 및 국내 항일운동의 여성 독립운동가, 미주 및 러시아 여성 독립운동가, 애국계몽운동, 인정받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 50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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