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여성새로일하기센터 입구에서 김영실 관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종로새일센터

종로여성새로일하기센터 김영실 관장
정부는 결혼·육아·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를 운영 중이다. 취업을 고민하지만 막상 나설 자신이 없거나 망설여지는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가 새일센터다. 출산과 육아,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돕는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지정 종합 취업지원 기관인 이곳은 직업 상담에서부터 직업교육 취업 연계,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구직과 취업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2021년까지 새일센터를 175개소로 늘려 더 손쉽게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을 위해 ‘경력단절여성 취업정보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동안 주로 시설종사자 취업 실적 입력 등 내부용이었던 ‘e새일시스템’이 경력단절여성 취업정보서비스(saeil.mogef.go.kr)로 개편돼 직업교육훈련, 직무 실습(인턴십)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울 대학로에 있는 종로새일센터에서는 2019년 경력단절여성 136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곳은 새일센터의 역할 외에도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제 훈련,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다양한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로센터 김영실 관장에게 경력단절여성들이 이곳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관장은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 하면 가능한 일이 많다. 취업전문가인 직업상담사와 함께라면 더욱 든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로새일센터 직원들이 경력단절여성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종로새일센터

기혼·미혼 상관없이 모든 여성 취업지원
-여성새로일하기센터라면 경력단절여성들의 취업지원 기관으로 알려졌는데, 미혼 여성도 지원할 수 있나?
=경력이 단절되는 이유로는 임신, 출산, 결혼 등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경력단절여성의 대부분이 기혼이지만, 미혼 여성도 구직 상태라면 가능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에서 어려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기혼과 미혼을 포함한 여성 전문 취업지원 서비스 기관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10년 가까이 육아와 살림만 한 여성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일은 해야겠는데 뭘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경력단절 기간이 10년이라면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업을 희망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새일센터에서는 월 2회 정도 진행하는데 진로설정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일간의 자기 탐색, 진로 탐색, 진로 설계를 통해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구직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자기 탐색을 위해 직업 선호도 검사(워크넷 활용)나 직업 카드, 성격유형 검사의 한 종류인 MBTI 등을 진행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일반적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는 게 주목적이라면, 새일센터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진로를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게 1:1 취업상담을 진행하며, 취업 알선까지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종로센터에는 지역 특성상 눈에 띄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공연이나 문화 기획을 위한 전문가 교육이다.
=연극 공연이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이 서울 대학로이고, 다양한 문화유산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 종로구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와 관련한 인력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산업 수요를 반영해 공연기획자 양성 과정과 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연기획자 양성 과정은 공연 기획에 필요한 이론, 연극·무용, 뮤지컬, 음악 분야별 기획실무 학습과 현장실습으로 구성됩니다. 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은 공연 기획뿐 아니라 행사, 축제 등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기획실무자 양성을 위한 이론과 실무, 현장실습을 진행합니다.
이 밖에 소프트웨어 융합코딩 전문가 양성, 창직 진로교육&코칭 전문가, 세무사무원 양성 등의 과정도 있습니다. 여성의 희망 직무이면서 여성이 산업 현장에서 진입이 가능한 직업교육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일센터의 직업훈련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구인 구직 수요, 취업 현황 지역별 산업 등을 반영해 기획합니다. 여성이라는 공통성과 지역별 특색이 어우러져 다양한 직업훈련을 하는 것이죠. 새일센터 직업훈련은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훈련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센터의 누리집이나 e새일시스템을 보면 다양한 교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로새일센터가 진행한 ‘여성고용 우수기업 공유회에’ 기업들이 참석해 관련 정보를 듣고있다.│종로새일센터

“여성 친화 기업 발굴하려고 노력”
-새일센터에서는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업무 중심의 실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은 언제 개강해서 언제 종강하나? 취업 상담과 취업 연계 업체 발굴 등의 업무는 늘 진행되나?
=직업훈련의 운영 기간이나 시간은 과정별, 센터별로 다양합니다. 훈련 일정은 3월부터 11월까지 자유롭게 운영되고, 과정에 따라 운영 시간도 다르지만 본 센터는 200시간 내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업훈련도 최종적으로는 취업을 위해 직무 역량을 향상하는 과정입니다. 직업훈련별로 전담 직업상담사를 배정해 전담 상담사가 수강생 1:1 취업 상담을 진행하면서 구인업체 발굴도 함께 합니다. 관련 직종 기업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온·오프라인 기업정보 분석, 채용 제안서 발송, 기업 현장 방문 등 적극적인 업체 발굴도 진행합니다.
-취업을 알선하는 데 구인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여성 친화 직종의 구인이 많은 기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합니다. 여성 근로자가 많은 기업, 사무직이나 서비스직 등 여성 채용이 많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업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성 친화기업 협약도 꾸준히 진행하고, 여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나이가 많은 여성을 선호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좋은 인재를 추천하고, 본 센터에서 추천한 구직자는 괜찮다는 인식을 기업에 심어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계속적인 채용 관리를 통해서 기업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조언을 한다면.
=경력단절여성은 모든 준비가 되면 취업하겠다고 스스로 겁을 내고 취업을 주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가 넘어지고 실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취업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박유리 기자

▶종로새일센터에서 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들이 문화기획양성 과정을 듣고 있다.│종로새일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문 두드리세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2009년부터 지정·운영하고 있다. 현재 158개소의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발전센터, 여성회관, YWCA, 일자리재단, 복지관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9년 772개의 직업교육 훈련을 실시한 새일센터는 여성 인재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직종 등 새로운 분야의 훈련을 지속 발굴하고 전문 분야 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재직 여성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과 직장문화개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경력단절 예방사업'을 2017년 15개소에서 2019년 35개소로 확대 운영 중이다. 이용법 등 자세한 문의는 중앙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 홍보팀(02-2100-6359)으로 하면 된다.
종로센터에서는 2019년부터 경력단절 예방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취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퇴사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경력단절은 급여 감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9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를 보면, 경력단절 전후 월 임금 격차는 218만 5000원에서 191만 5000원으로 1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력단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해졌다.
김영실 종로센터 관장은 “여성 고용 유지, 직장문화 개선, 경력단절 예방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본 센터에서는 경력 관리나 커리어 설계를 위한 전문 상담사와 1:1 대면 상담, 노무 상담을 진행하고 직업디딤돌형 학습동아리, 재직 여성 간담회, 중간관리자 리더십 아카데미 등 재직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기업을 위한 컨설팅 등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 취업 사례 살펴보면…
김 관장이 밝힌 종로센터를 통해 취업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학교 졸업 후 결혼하고 출산·양육을 하면서 직장 경험이 전혀 없는 54세 여성이다. 종로센터에서 주얼리 전문가 양성 교육을 선택해 수료했다. 주얼리 마스터 2급, 주얼리 코디네이터 3급 등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주얼리 벼룩시장(플리마켓)에 참여해 제작 판매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진행했으나 20대가 주로 취업하는 주얼리 기업의 판매 업무 취업에 자신이 없던 상태였다. 다수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하고 기업을 설득해 동행 면접을 진행해 취업에 성공했다.
두 번째는 13년 넘게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된 1973년생 여성이다. 집단 상담으로 자신감을 찾고 전공·성향·업무 등이 자신의 상황과 맞는 문화기획자 양성 직업훈련을 발견했으나, 40대 후반 나이로는 진입이 쉽지 않고 참여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좌절했다. 그러나 원래 목표가 창업이기에 취업이 안 되면 창업하겠다는 목표로 과정에 충실히 참여했다. 긴 경력단절로 컴퓨터 능력이 조금 부족해 직업훈련에 참여하면서도 본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학습했다. 디자인 전공자로 창작·기획·공예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의 취업과 창업을 희망했고,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3개월 만에 풍선 아트 기획사 기획 및 사무 업무 담당자로 취업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결혼 후 육아로 10년 이상 경력단절된 1973년생 여성이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물류사무원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온라인 쇼핑몰 물류사무원으로 채용되었으나, 직무 능력이 떨어지고 업무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두 달 만에 퇴사하게 됐다. 의기소침하고 실망한 구직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엑셀 실무 및 사무자동화(OA)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서 여성새일인턴지원금을 연결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