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 마케팅 팀장이 기획한 우리나라 홍보 캠페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가 누리소통망에서 6억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해외 홍보영상 만드는 오충섭 팀장
“이 홍보 영상의 단점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김지원)
“공기업 계열일 텐데 진짜 이거 기획한 사람 누구지? 이걸 승인해준 사람도 대단하네.” (하다잔잔)
누리꾼들이 유튜브 영상에 올린 이 댓글들은 각각 1만 2000, 2만 4000번의 공감을 얻었다. 한번 보면 자꾸만 빠져 든다는 이 영상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우리나라 홍보 캠페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다. 서울·부산·전주 등 도시 6곳을 홍보한 이 영상은 누리소통망(SNS)에서 6억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정장에 고무신을 신고 머리에 갓을 쓴 무용수들이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막춤인지 현대무용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몸짓 뒤로 덕수궁, 자하문터널 등 한국 명소들이 스쳐 지나간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출연한 이 영상에 해외 팬들의 찬사가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 팬들은 기괴한 매력을 내뿜는 이 무용단에 21세기 도깨비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영상을 만든 한국관광공사 오충섭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지난 3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관한 제1회 적극행정 유공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는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대상으로 한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오 팀장을 인터뷰했다.
“코로나19 시대 입소문 콘텐츠 영상이 필요”
“코로나19 시대에는 디지털 트래픽이 많아지고 한류 스타를 활용한 광고 마케팅은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 창의적인 입소문(바이럴) 콘텐츠 영상이 필요했다. 당장 우리나라에 올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나라를 최우선 관광 목적지로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우리만의 독특한 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그동안 주로 빅뱅, 엑소, 이종석, 송중기, 윤아 등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이번 홍보 영상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점은 익숙함과 결별이다. 오 팀장은 “퓨전 국악과 리듬을 주제로 하는 B+(B 프리미엄)급의 영상을 만드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류 스타를 모델로 썼을 때보다 제작 비용이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컸다. 2020년 11월 스페인에서 개최한 2020 관광 혁신서밋에서 상을 받았다. 또 관광혁신어워드(Tourism Innovation Awards)에서 더 베스트 디지털 캠페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20 대한민국 광고 대상에서도 오디오 부문 대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광고를 목적으로 한 영상인데도 광고 이외의 자발적 조회가 총 조회 수의 11% 이상으로 집계됐다. 일반 광고보다 4~5배 높은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좋아요, 댓글, 공유 등 소비자 참여도는 물론 평균 지속 시청 시간도 80%(100초 중 80초)로 매우 높았다. 특히 댓글 반응이 폭발적이다. 6편 영상에 유튜브 댓글 수가 3만 100건으로 기록됐다. 다른 관광재단에서 제작한 글로벌 아이돌 출연 광고영상 댓글 수(약 6000건)와 비교해도 4~5배가량 높은 수치다. 다양한 매체를 포함하면 소비자 참여자 수가 200만 건에 육박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우리나라 홍보 캠페인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기 비결은 일상의 비일상화
해당 영상은 B급 감성에 프리미엄 수준의 영상미가 돋보인다. B급 감성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저질과 웃음의 경계에 있는 B급은 비난받기 쉽다. 그러나 이번 영상은 흥이 넘치고 활기차다. 비난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가 성공한 비결은 뭘까?
“당초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제안에는 한류 모델이 등장하는 우아하고 세련된 영상이었다. 역으로 대행사에 B급 감성의 크리에이티브 영상을 요청했다. 대행사에서 총 4개의 제안을 해는데 그중에서 최종 선택된 1개가 바로 이 영상이다. 공기업의 홍보영상은 항상 B프리미엄(B+)을 지향하면서 MZ세대의 ‘병맛(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에 대한 수요나 취향도 고려해야 한다. ‘공기업 광고는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선을 타야 한다’는 격언과 ‘광고는 가장 앞서가야 하지만 채택 가능해야 한다’는 말을 항상 되새기며 제작했다.”
오 팀장은
뉴미디어 브랜드인 스브스뉴스를 벤치마킹했다. 스브스뉴스의 성공 스토리에 감명 받았기 때문이다. 하대석 기자를 찾아가서 자문하고 확신을 얻었다.
이 영상의 인기 비결은 일상의 비일상이다. 스님이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데 갑자기 이상한 춤을 추는 댄스팀이 나와서 비일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이때 시청자들은 어색함과 황당함, 동시에 재미를 느낀다. 또 다른 특징은 광고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이 이렇게나 잘났다’는 식의 기획은 뻔하다. 홍보 영상이 광고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려면 최대한 광고 같지 않아야 한다. 오 팀장은 “그게 포인트”라고 화답했다.
해외 잠재 관광객 끌어들여야
“이 영상은 속칭 ‘미끼 영상’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관광객을 직접 유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잠재 관광객(누리꾼들)이 지금 당장 재미있는 B급감성의 영상을 보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오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1차 제작 영상(서울, 부산, 전주)은 창의적으로 재미있게만 구성하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부산편에는 유명 관광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2차 영상(강릉, 목포, 안동) 제작 때는 시즌2 성격이 강해서 1차 영상과 차별화 해야 했다. 막판에는 지역 브랜딩 차원에서 잡다한 콘텐츠를 많이 집어넣었다. 예를 들면 강릉은 단오제, 평창은 올림픽(컬링), 목포는 음식과 전통(전통혼례), 안동은 안동하회탈춤과 양반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로 영상 제목을 수정하는 등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20년 4월 최초 기획 단계에선 영상을 5~6월에 제작해 7월에 배포할 계획이었다.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종료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7월에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았다. 이에 당초 광고 제목이었던 ‘한국과 함께 춤을’에서 ‘한국의 흥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로 바꾸었다.
코로나19로 촬영 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다.
“촬영팀은 한번에 50~60명이 같이 이동해야 하고 예술가와 단역 배우까지 합치면 70~80명이 넘는다. 원래 계획에 있던 영상이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추가로 기획된 영상이어서 예산상 제한이 있었다. 단역 배우를 많이 뽑지 못하고 지역별 현장에서 즉석으로 섭외했다. 2차 영상을 제작한 10월에는 광고 촬영 계획을 연기한 적도 있다.”
▶한국 관광 대표 캐릭터 킹덤프렌즈│ 한국관광공사
우리나라 관광 대표 캐릭터 킹덤프렌즈 개발
디지털 시대를 맞아 국가 홍보 영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오 팀장은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서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준비한 내용과 2021년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공사는 2014년 한국관광브랜드 ‘이매진 유어 코리아’를 만든 후 2020년 디지털 시대의 획기적 전환점에서 우리나라 관광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고 새로운 우리나라 관광 대표 캐릭터인 킹덤프렌즈도 개발했다. 향후 코로나19로 세계 이동이나 관광이 어려울 것을 예상해 개발한 킹덤프렌즈 등을 활용해 해외 잠재 관광객과 디지털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브랜드 경영의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브랜딩에 캐릭터 활용이 좋은 세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첫째, 캐릭터는 스캔들을 내지 않는다. 스캔들은 스타 활용 시 가장 큰 취약점이다. 둘째, 늙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다. 셋째, 캐릭터에 대한 반감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평판 관리에 유리하다.” 디지털 소통에 관한 명언이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