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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량·소포장 ‘꿀의 고급화’ 김은지 허니하우스 대표

꽃이 피면 꿀이 나온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허니하우스’의 꿀은 진짜 꽃에서 나온다. 꽃이 활짝 피어나는 형상의 디자인으로 꿀을 포장한 것. 달달한 성공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김은지 대표는 마치 꿀을 모으는 꿀벌 같다.


허니하우스 대표_김은지

‘허니하우스’의 꿀은 꽃에서 나온다. 화사한 꽃 모양의 포장이 열리면 꿀이 나타난다.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먹어보면 달콤함의 깊이가 느껴진다. 화려함과 달콤함이 조화를 이룬 포장기술은 디자인 출원을 등록해놓은 상태다. 단순한 꿀 한 통 같지만 여기에는 아버지와 딸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질 좋은 상품을 만들고 딸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꿀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허니하우스’ 김은지(37) 대표의 아버지는 양봉업에 종사한다. 아버지는 꽃 따라 벌 따라 40여 년을 보냈다. 올곧고 깐깐한 아버지가 꿀을 만드는 과정은 고되다. 겨우내 벌을 관리하고 꽃 피는 봄이 되면 향기를 따라 길을 나선다. 벌통을 가득 실은 트럭은 밤새 달려 깨끗하고 맑은 밀원으로 향한다. 꽃이 만개한 곳에 벌통을 풀어놓으면 벌은 달콤한 꿀을 가져다준다. 벌은 휴대전화 전자파에 예민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닌다. 아버지는 불빛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홀로 별빛에 의지하며 외로움과 싸운다.

이런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꿀은 시장에서 저평가받았다. 김 대표는 아버지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꿀’ 창업을 결심했다. 사실 김 대표는 안 해본 일이 없다. 텔레마케팅, 레스토랑, 방문판매, 의류매장 등 실패를 거듭했다. ‘칠전팔기’ 정신으로 다시 창업을 결심했지만 어설프면 또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실패는 더 이상 혼자의 몫이 아니었다. 꿀을 만드는 아버지의 자존심까지 걸린 문제였다.

전 세계 어디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 만들 것

그는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사관학교(현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수업을 받으며 그동안의 창업이 왜 실패했는지 알게 됐다. 앞뒤 재지 않고 무모하게 도전한 결과였다.
“그동안 잘 모르고 창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거예요. 공부를 할수록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어요.”

사업계획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창업을 점검하며 고객의 니즈를 채우는 방법을 터득해나갔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졸업할 때 그는 창업지원금을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배움으로 무장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형태의 제품이 존재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에 뛰어들려면 차별성이 있어야 했다. 김 대표는 시장조사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시중에서 만나는 꿀은 천편일률적인 용기에 포장돼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디자인이 판매고를 좌우하는 상황이지만 꿀 시장에는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소용량·소포장으로 ‘꿀의 고급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지 않는가. 맛은 이미 보장됐으니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디자인이 필요했다.

허니하우스 꿀 포장용기

ⓒC영상미디어

몇 달간 디자인을 고민했다. 디자인 업체에서는 수차례 시안을 건네며 “부산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에요”라고 말했지만 김 대표가 바란 건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제품이었다. 아버지의 꿀이 노력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그릇에 담기길 바랐다. 국내외 상품을 벤치마킹하며 ‘허니하우스’만의 상징성을 찾아갔다. 그는 꽃에서 꿀을 얻는다는 기본에 접근했다. 이렇게 완성된 ‘허니하우스’의 꿀은 갓 피어난 꽃에서 꿀을 얻은 것 같은 모양새다.

 용기에도 변화를 줬다. 꿀은 모두 택배로 배송하는데 기존 유리병에 담긴 꿀은 소비자에게 온전히 도착하기 어려웠다. 운송 과정 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 차례 시안 변경을 거쳐 용기를 페트(PET)로 바꿨다. 뚜껑도 문제였다. 꿀을 덜다 보면 뚜껑에 꿀이 묻곤 하는데 물로 씻으면 쉽게 녹이 슬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소비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는 몇 배의 비용을 들여 쇠뚜껑을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무엇 하나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허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7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허니하우스는 아카시아(사랑), 야생화(은혜), 밤(지혜), 세 가지 꿀을 내놓았다. 꿀은 밀원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진다. 꽃의 특징이 꿀에 배어들기 때문이다. 아카시아는 가장 친숙한 꿀로 음식과 차에 많이 쓰인다. 야생화는 산에서 채취하므로 산미(山味)가 가미돼 있다. 밤꿀은 밤나무에서 채취해 달고 쓴맛이 동시에 나고 약으로 많이 쓰인다. 취향에 따라 꿀을 맛보면 되지만 ‘꿀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야생화 꿀을 찾는단다.

허니하우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1인 기업이다. 월평균 매출은 300만 원. 이마저도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매출이 나오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가치가 성장할 것이라고 자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직함으로 만든 천연 제품’이라는 데 방점을 두면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허니하우스의 꿀은 이달 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으며 꿀비누, 꿀로션 등의 상품  개발에도 주력 중이다.

“아버지와 딸이 만드는 건강한 꿀이 ‘홈 앤드 리빙’으로 생활 전반에 녹아들도록 할 거예요. 곧 선보일 천연꿀 제품도 기대해 주세요.”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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