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남극 전문가 홍종국 극지연구소 부소장 “코리안 루트 개척에 앞장, 2021년엔 남극 연구 세계적 수준 될 것”
남극은 수산·광물 등 무한한 자원을 보유한 대륙이다. 동시에 기후 변화 등 인류 공동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대상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제3차 남극 연구 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남극 가치에 대한 인식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남·북극을 심층 연구하는 극지연구소 홍종국 부소장을 만나 남극의 중요성과 미래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 백승구
홍종국(53)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남극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기본적으로 남극은 대륙이고 북극은 바다입니다. 남위 60도 이상을 남극권이라고 하는데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미답지(未踏地)이자 주인이 없는 무주지(無主地)이죠. 지구 기후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극은 특정 국가에 의한 개발과 영유권 주장이 제한된 특수지역이다. 국제협약에 따라 2048년까지 광물 채취·개발이 불가능하고 과학적 조사와 연구 활동만이 가능한 권역이다.
1950년대 중후반 남극의 중요성을 깨달은 세계 주요 국가들은 남극에 과학기지를 앞다퉈 건설했다. 이에 비하면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설치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인 셈. 그러나 기후 변화 등 남극 연구에 꾸준히 매진해온 결과 최근 들어 남극 지역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남극은 역량만 갖춘다면 연구 활동에 제약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남극에 대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세워 실행해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어요. 장보고기지 부근의 ‘난센 빙붕’ 붕괴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고, 남극의 척박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장보고과학기지를 세워 세계 열 번째로 남극 상주과학기지 두 개 이상을 보유한 국가가 됐지요. 2009년에 건조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쇄빙선 아라온호가 그 발판이 됐습니다.”
남극 과학기지를 운용하는 29개국 중에서 쇄빙선을 보유한 나라는 현재 18개국이다. 쇄빙선은 자국(自國) 기지에 물품을 보급하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극지 연구 후발국임에도 일찍이 쇄빙선의 필요성을 인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선박을 갖게 됐다. 아라온호는 1미터 두께의 얼음을 시속 5.5km 속도로 연속 쇄빙한다.
“아라온호가 없었다면 장보고기지를 건설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만큼 극지 연구에 쇄빙선이 중요하죠. 아라온호에는 자원 탐사가 가능한 ‘다중채널탄성파탐사시스템’을 포함해 첨단 연구 장비들이 장착돼 있는데 이런 장비를 보유한 쇄빙선은 드물어요. 이렇다 보니 외국의 연구기관들이 우리와 공동으로 연구하자는 제의도 많아요. 기후 변화 연구에 중요한 해역인 아문젠해에 쇄빙선으로 정기적인 연구를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어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위)와 2009년에 건조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쇄빙선 아라온호 ⓒ 극지연구소
극지 연구에 결정적 역할 하는 쇄빙선 아라온호
아라온호의 운용·관리를 맡고 있는 극지연구소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이지만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전체 인원은 400여 명. 극지연구소는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에 2002년에 세운 다산과학기지를 두고 있다. 17명의 월동 연구대가 있는 세종과학기지는 한국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다. 남극 환경 변화, 대기 관측, 유용생물자원 연구를 주요 임무로 한다. 연구원 16명이 활동하는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 대륙 중심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빙하, 기후 변화, 우주, 천문, 운석 등 남극 대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공동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기상, 기후, 대기, 해양 등 연구 목적상 필요한 기간에만 연구 인력이 체류하며 현장 조사를 수행한다.
홍종국 부소장은 2008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장으로 근무했다.
“기지 책임자로서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남극의 지각, 지질 구조 연구도 맡았죠. 제가 근무하던 해가 세종기지 설립 20주년이 되던 때였는데 기지 전체를 대수선하는 작업도 맡았습니다.”
북극 해저에 거대한 얼음 자국 세계 최초 발견
월동대장 임무를 무사히 마친 홍 부소장은 2009년 연말 남극 연구 활동 실적을 인정받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는 북극 현지 탐사에 몰두했다. 빙하기 때 북극 해저에 거대한 얼음이 스쳐 지나간 흔적을 발견, 관련 연구논문이 2013년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주요 논문으로 게재됐다. 그 이전까지 과학계는 빙하기 당시 북극 동시베리아해에는 두꺼운 얼음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극지 연구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동반된다. 홍 부소장의 설명이다.
“남극 연구는 고위험, 고비용, 비상업적 특성을 갖고 있죠.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고비용, 고위험 등의 이유로 그만두면 우리 다음 세대에 절대 기회가 오지 않아요. 현재 우리 정부는 5년 단위로 중장기계획을 마련해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홍 부소장은 “현재 남극을 가장 열심히 연구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라며 “제3차 남극 연구 활동 진흥 기본계획이 끝나는 2021년쯤이면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남극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남극점이 있는 대륙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코리안 루트가 바로 그 출발선이 될 겁니다. 저희 연구소가 운영하는 ‘K-루트 사업단’이 남극 대륙의 미개척 분야를 탐사하기 위한 선봉대 역할을 할 것이라 자부합니다.”
코리안 루트 개척·기후 변화 해결 등
3대 전략·7대 추진 과제 제시
남극에 ‘코리안 루트(Korean Route)’가 생길 전망이다. 정부가 남극 대륙 연구 강화를 위해 지금의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에 이르는 ‘내륙 진출로’ 개척을 추진할 예정. 해양수산부는 4월 6일 ‘제3차 남극 연구 활동 진흥 기본계획(2017~2021)’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3차 기본계획은 1차(2007~2011), 2차(2012~2016) 기본계획 기간에 구축한 연구 쇄빙선 아라온호, 장보고과학기지 등 주요 인프라와 주요 선진국과 국제협력을 통해 한층 발전된 연구 과제를 담고 있다. 계획안은 ▲국제 현안(기후 변화·생태계 보존)과 관련된 남극 연구 지평 확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연구를 위한 지원기반 선진화 ▲남극 과학 연구 및 거버넌스에 대한 리더십 제고라는 3대 전략을 정립하고, 이를 구체화한 7대 세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전략인 ‘남극 연구 지평 확대’와 관련된 추진 과제로 ▲남극 해빙(解氷)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등 전 지구적 환경 변화 예측 및 대응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 내륙 진출로(코리안 루트) 개발과 세계 최초 2500m급 빙저호 탐사 등 남극 내륙 진출을 추진한다. 이외에 ▲남극 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극지 생명자원 실용화(항생제 후보 물질, 혈액·줄기세포 냉동보존제 개발) 등 생명공학 부문과의 융복합 연구를 수행한다.
다음으로 ‘남극 연구 지원기반 선진화’ 전략 추진을 위해 ▲남극 세종기지 증축, 항공망 확보 등 연구 인프라 고도화 ▲산·학·연 협력관 건립 및 운영을 통한 전문 연구인력 양성과 남극 체험·기념행사를 통한 국민적 관심 확대 등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남극 거버넌스 리더십 제고’를 위해서는 ▲남극 관문 지역의 협력 거점 운영 활성화와 국제협력 확대를 통한 남극 연구 파트너십 강화 ▲남극특별보호구역(ASPA)·해양보호구역(MPA)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 등 남극조약체제 주요 현안에 대한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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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