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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살린 디자인으로 ‘나만의 한복’ 만들어드려요” 김단아 다나한복 대표

‘이것도 한복이야?’ 갸우뚱하다가 짧은 저고리에 고름, 주름 잡힌 치마가 눈에 들어온다. ‘트렌드’를 입은 현대식 생활한복이다. 퓨전한복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복이 변신하고 있다. 세련되고 개성 넘치는 한복은 더 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새로운 패션을 리드하는 김단아 다나한복 대표를 만났다.


열일곱 살 소녀가 비행기에 올랐다. 고등학교 진학보다 세계 여행을 택했다. 바다 건너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소녀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견문을 넓혀갔다. 외국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다움’에 애착이 갔다. 이때 무엇보다 소녀를 사로잡은 것은 한복. 일본 친구가 기모노를 입고, 중국 친구가 치파오를 입고 다니는 걸 보면 더욱 그랬다. 그에 비해 한복을 입은 사람은 극히 적었다. ‘한복도 입고 다니면 예쁠 텐데…’ 여행 가방에 한복을 챙기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소녀는 스물한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에 진학하고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즐거운 일을 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여행 중 얻은 교훈이랄까.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았고 인생은 즐기기에도 짧았다. 그는 가슴속 묻어뒀던 꿈을 꺼냈다. 한복을 만들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옷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였다. 내가 입을 한복이니 예쁘고 편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한복의 형태를 따르면서 취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평범한 듯 특별한 그의 패션은 개성이 넘쳤다. 일상을 담은 개인 블로그에 의상에 대한 댓글이 늘어갔다. “예뻐요!”, “옷이 참 특이하네요”와 같은 댓글은 점점 “어디서 사셨어요?”, “얼마인가요?”, “저한테 파시면 안 돼요?” 등으로 번져갔다. 판매 제품이 아니라는 답변에도 댓글은 멈추지 않았다.

‘진짜 한번 팔아볼까? 안 팔리면 내가 입지 뭐.’ 블로그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사이즈, 원단 등을 주문받아 맞춤식 한복을 판매했다. 다나한복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단아 다나한복 대표 

개성 존중, 젊은 세대 취향 저격한 생활한복

소문은 주문으로 이어졌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블로그, SNS를 타고 알음알음 주문량이 늘었다. 다나한복은 문을 연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변변한 온라인 숍 하나 없다. 김단아 대표는 지금도 개인 블로그를 판매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매출이 점점 늘어나자 욕심이 생겼다. ‘제대로 한번 해보자.’ 그는 정식으로 창업교육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그에게 기회를 준 곳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예비학교(pre-school)였다. 3개월 짧은 시간 동안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학업과 사업이란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그에게 ‘딱’이었다.

본격 창업에 앞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다. 이제 재미삼아 만드는 단계를 넘어서야 했다. 주요 수요층인 2십대에서 3십대까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복은 불편하다’는 부류의 응답이 8십퍼센트에 가까웠다. 처음 그가 한복을 만들어 입던 마음이 떠올랐다. 무조건 편하게 만들자. 옷에 삶을 맞추는 게 아니었다. 생활 속에 옷이 들어와야 했다. 우선 세탁이 편해야 했다. 물세탁이 가능하고 구김이 덜 가는 소재를 활용했다. 그리고 속치마를 간소화해 활동에 지장이 없게 했다. 단, 곡선을 살려 한복의 멋을 갖추는 걸 잊지 않았다. 깃, 고름, 치마 주름도 가급적 반영했다.

다나한복에는 유행이 반영돼 있다. 프릴을 넣어달라는 요청, 한복 깃을 없애거나 고름에 색 포인트를 주고 싶다는 고객의 개성을 수렴한다. 소재도 다양하다. 벨벳, 트위드, 시스루 등 한복에서 쉽게 연상할 수 없는 소재를 과감히 선택한다. 일상복과 컬래버레이션도 이뤄진다. 꽃무늬, 레이스, 줄무늬 등 문양에도 경계가 없다. 저고리 대신 블라우스에 한복 치마를 입기도 한다. ‘나만의 한복’이다. 그만큼 가격대도 3만에서 3십만 원,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김 대표는 이와 같은 실험적 시도 때문에 종종 질문을 받는다. 전통을 해치는 것 아니냐, 이런 것도 한복이라고 할 수 있냐고. 그러면 오히려 반문한다.

“많은 사람이 한복을 ‘예쁘다’고는 느끼지만 ‘입고 싶다’고 선뜻 나서지 않아요. 한복의 고유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벽을 허물고 일상과 친숙해지는 게 먼저 아닐까요? 한복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것보다 생활에서 살아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각각의 묘미를 살리는 것.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전통한복을 입어 고유의 멋을 살리고, 일상에서는 유행이 반영된 편리한 생활한복으로 대중이 한복을 낯설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요즘 한복을 입고 관광지나 도심을 걷는 사람이 늘고 한복 대여업도 성행해 길에서도 한복 입은 사람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특별한 기분을 내기 위해 나들이용으로 입을 뿐, 한복의 일상화는 여전히 낯선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생활한복을 패션의 한 갈래로 바라본다. 가장 인기 좋은 스타일도 ‘한복 같지만 한복 같지 않은 스타일’이다. 튀지 않는 의상에 특별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있단다. 구매 후기도 다양하다. 출근용 오피스룩, 결혼식 하객 의상으로 입었다는 일반인부터 해외 공연 시 간편한 무대 의상으로 활용했다는 국악인, 유학 가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다는 대학생까지, 저마다의 일상이 담겨 있다.

스물다섯 살의 김단아 대표는 지금도 ‘즐거운 일을 하자’는 다짐을 새긴다. 월 매출액 3백만 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초기 3백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면 큰 발전이다. 더욱이 매출액이 조금씩 늘고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모든 옷을 손수 만든다. 주름, 박음질에 정성을 쏟는다. 손수 치마 주름을 넣고 매무새를 잡는다. 내년에는 오프라인으로 가게를 확장하고 한복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어린이용 한복도 준비 중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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