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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0억 원 ㈜아모리스트 장혜진·서신비 대표

친구 사이인 장혜진과 서신비는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하기 위해 미국에서 돌연 귀국했다. 스물셋의 나이에 무모할 만큼 대담한 선택을 보여준 그들이 믿은 것은 서로의 존재였다. 벌써 5년 차 기업이 된 ‘아모리스트’는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 매출 10억 원 ㈜아모리스트 장혜진·서신비 대표

▶장혜진(좌), 서신비(우) 대표 ⓒC영상미디어

청년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잘할 수 있을까?’ 불투명한 미래에 가슴이 답답하고 밤잠을 설치는 일도 허다하다. 장혜진·서신비(28) 두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지냈다. 하지만 재미있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만은 뚜렷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한창 멋부리고 꾸미길 좋아하는 20대 초반, 한 친구가 여행 중에도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랐다 지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만 아세톤과 화장솜을 갖고 다녀야 하는 보관을 번거로워했다. ‘네일 리무버를 부담 없이 갖고 다닐 수는 없을까?’ 장혜진과 서신비는 여행 중 떠올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미국 MIT 창업경진대회에 휴대용 네일 리무버를 출품했고 덜컥 대상을 거머쥐었다. 둘은 여기에 탄력을 받아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금 지원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니 욕심이 났다.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스물세 살의 두 청년은 돌연 휴학을 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를 준비했다. 몇 주간 합숙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쓰고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한 결과는 합격으로 나타났다. 종잣돈 7000만 원을 지원받고 아이템 우수기업에 선정돼 7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은 장 씨와 서 씨는 ‘아모리스트’를 만들었다. 아이템도 좋고 자금도 든든해 성공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험이었다. 열정은 있지만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그들은 직함만 대표일 뿐 거래처와의 미팅, 결제, 납품 등 모든 것이 서툴렀다. 또 다른 난관은 가는 곳마다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장난으로 사업하지 마라”, “나이도 어린데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라” 등의 말보다 먼저 젊은 여성 사업가에게 닥쳐오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그럴수록 묵묵히 부딪쳐보기로 했다.

초도물량 5000개 하루 만에 매진 기록
1년 뒤 우여곡절 끝에 네일 리무버 ‘핸디톡’을 시판했다. 주변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었다. 독한 아세톤 냄새를 없애고 간편하게 갖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발명전시회에서 수상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네일 리무버치고는 가격이 비쌌던 것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네일 리무버의 특성을 간과했다. 그렇게 첫 제품을 접어야 했지만 대신 제품만으론 경쟁할 수 없다는 혹독한 교훈도 얻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1억 원을 대출해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겁도 났지만 자신감이 더 컸다. 무엇보다 서로가 힘이 됐다. 그들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레이나리’를 론칭했다. 주력 제품은 ‘웨어화이트’.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존 미백크림과 달리 바르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제품이었다.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 SNS로 홍보했고,  포스팅은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나갔다.

어느 날 반응이 나타났다. 주문 페이지를 보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주문이 밀려들었다. 초도물량 5000개가 24시간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두 달 넘게 매진이 반복돼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이와 함께 판매한 ‘휴대용 샤워볼’은 통풍이 되면서도 물이 새지 않아 여행객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이었다. 최근에는 ‘몬스터 슈퍼푸드 폼클랜저’를 출시했다. 여성과 달리 비누 하나로 세수와 샤워를 해결하는 남동생의 모습에서 착안한 제품으로, 가족 모두가 욕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세정제다.

소비자에게 감동 주는 기업으로 키울 것
어느덧 창업 5년 차에 접어든 아모리스트는 여전히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같은 제품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차별성 있게 만들어낸다. 이미 레드오션인 화장품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고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다. 장혜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화장품은 특허가 없어요. 제품의 반응이 좋으면 금세 유사품이 나오죠. 그래서 브랜드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 발굴해야 해요. 물론 품질은 기본이죠.”

아모리스트는 4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레이나리’는 10~20대를 겨냥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로 가격 거품을 줄이기 위해 포장을 최소화했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한 브랜드도 있다. ‘마라피키’는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을 내놓는다. 점점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반려동물의 발을 촉촉하게 해주는 ‘풋밤’은 반려동물이 핥아도 무해한 성분으로 만들어 반응이 좋다. 또 변기용 방향제 브랜드 ‘아이푸’와 디퓨저, 캔들오일을 내놓는 ‘러브캔들’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아모리스트는 상품 브랜드를 다양화하고 계속 시장을 창출해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서신비 대표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가는 걸 좋아해요. 아이템을 발굴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게 회사가 할 일이죠. 계속 경영 쇄신을 해서 감동을 주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거예요.”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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