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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출판' 스타트업 부크크 창업 한건희·권정민 씨

지금 청년들은 스스로를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창업에 도전해 자신의 꿈을 실현한 젊은이들도 많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귀감이 될 창업도전 스토리를 격주로 소개한다.

한건희(28) 씨는 러시아 명문대학인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MGIMO)을, 권정민(26) 씨는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휴학하고 2년 전 '주문 출판' 스타트업 부크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들인가 싶지만 그건 아니다. 한 씨는 부모가 빚이 있는 맞벌이 가정 출신이고, 권 씨는 아버지가 일용직 근로자인 서민층이다.

두 사람은 "부모님은 지금도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럴 때마다 '취업 걱정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우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니 행복하다'며 오히려 위로한다"며 웃었다.

한 씨는 어려서부터 '남이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한다. 그가 이 사업을 구상한 건 2011년께 미국의 주문 출판(POD) 서비스업체 루루닷컴을 알게 되면서였다. 주문 출판은 미리 책을 찍어놓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책을 주문하는 대로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부크크 대표

▶ 부크크 한건희 대표(오른쪽)와 권정민 이사.

 

"이거다 싶었다. 자기 책을 갖고 싶은 사람의 책을, 필요한 사람은 적더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을 저렴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 기존 출판 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이었다."

공익근무를 하며 권 씨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2014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4기에 선정됐다. 창업자금 7000만 원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저절로 사업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게 수십 가지도 넘었다. 기술적인 면부터 정신적인 부분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타트업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에겐 정말 도움이 되는 제도다."

그가 만든 주문 출판 시스템은 저자들의 비용 부담을 확 줄인 게 특징이다. 출간하고 싶은 원고가 있으면 부크크 주문 출판 플랫폼에 등록하면 된다.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기본형으로 하면 제작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무료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발급도 해준다. 그렇게 편집된 자신의 책을 부크크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면 바로 인쇄해 배송해준다. 다른 사람들도 그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책이 팔리면 인세(정가의 35%)를 정산해 저자에게 지급한다.

책을 더 잘 만들고 싶으면 자비로 부크크에 등록된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포트폴리오와 비용이 모두 공개돼 있고, 자신이 원하는 디자이너를 선택할 수 있다.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 교열 등 다 해도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 시장성을 확신했나.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웹소설 작가가 10만 명이 넘는다. 동호회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더 많다. 모두 자기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시장은 충분하다."

- 수익성은.

"전형적인 박리다매, 다품종 소량생산 사업이다. 모든 책이 단 한 권씩만 팔리면 수익성이 떨어지겠지만, 한 달에 2500권 이상만 팔리면 적자는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처음엔 개인 소장용 출판이 많았지만, 점점 판매를 목적으로 한 출판물이 늘었다. 핀란드어 학습 교재나 공상과학(SF)소설, 평론 등 수요는 있지만 그 시장이 너무 작아 기존 출판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책들이 대표적이다. '심쿵심쿵' 시리즈는 지난해 말 한 달 동안 1800권 넘게 판매됐다."

 

1년 만에 손익분기점 넘겨
새로운 출판 생태계 형성 기여

부크크에서 출간된 뒤 기성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되는 경우도 생겼다. 기성 출판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기 힘들다. 미국에서도 개인출판을 통해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원작자 스테프니 메이어, '잭 리처' 시리즈의 리 차일드 등이 발굴됐다. 우리나라도 개인출판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작가들이 발굴되는 출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2014년 11월 오픈해 1년 3개월 된 지금 월 판매량이 4000권에 육박한다. 출간 종수 700종, 총 판매량 2만 권을 넘었다. 100권을 넘긴 책도 많다. 직원도 6명으로 늘었다. 안정적으로 정착한 셈이다. 그렇다고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조잡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잘못된 점을 지적받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다시 만들어줬다.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품질을 향상시켰다."

- 가장 힘들었던 때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이 끝나고 후속 지원을 받으려다 실패했다. 월매출이 50만 원도 안 되는데 스스로 생존해야 했다. 막막했지만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그때 지원금을 받았으면 안일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도전을 안 했을 것이다. 절박함 때문에 더 열심히 아이디어를 만들고, 몸으로 뛰었다."

- 아이디어가 좋은데 투자 제안은 없었나.

"몇 달 전 12억 원에 인수하겠다, 3억 원을 펀딩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12억 원이면 2년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로 남는 장사였지만,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싶었다. 투자를 받는 건 그 돈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때 받자고 생각했다. 남의 돈을 책임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무너질 수 있으니까."

- 경영 철칙이 있다면.

"젊으니까 망하더라도 후회 없을 때까지 하고 싶은 시도는 다 해보자, 재미있게 배우자는 마음으로 일한다. 또한 실패해도 감내할 수 있을 자금만 투자한다. 빚을 크게 지면 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노력을 안 하면 기회도 안 온다."

- 요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인드를 조금만 바꿨으면 좋겠다. 하루는 취직하라는 부모님 잔소리를 들은 후 홍대 앞에 갔는데 한 청년이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대기업에 못 들어가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청년은 희망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만화 '미생2'에서 장그래 같은 직원들도 작은 회사지만 꿈을 키우며 일한다. 절망에 빠져 있기보다는 꿈을 갖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건희 · 권정민 씨가 말하는 창업 자세 5계명

1. 모든 사업이 대박 나는 건 아니다. 수백억 대박을 좇기 전에 매출 1000만 원, 1억 원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사업은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걸 구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창업 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당초 구상에서 어긋났을 때에 대비한 플랜B, 플랜C까지 준비해야 한다.

3. 노력하다 실패하면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으로 다른 사업을 시작해 재기할 수 있다. 실패한 사업을 계속 붙잡고 있거나, 망했다고 손 놓으면 그게 진짜 망한 것이다.

4. 시도해서 나쁠 건 없다. 안 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 시도를 안 하면 이뤄지는 것도 없다.

5.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최소 1, 2년 한 사이클이 돌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 반응이 오면 해볼 만한 사업이고, 성장하는 모습이 안 보이면 잘못된 사업 아이템이므로 접는 게 좋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고 도전의식과 창의정신이 넘치는 청년 CEO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2011년 개교했다. 경기 안산을 비롯해 전국 5곳에서 연간 300명을 교육하고 있으며, 실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2월 중에 6기 신청을 받는다.

문의 031-490-1278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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