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 특징은 경제사절단에 중소기업을 대거 포함시키고, 이들의 해외 진출에 디딤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클리 공감>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했던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경제사절단 참여로 얻은 성과 등을 공유해 더 많은 중소기업인이 이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번에 만난 기업은 경제사절단 참가로 재기에 성공한 코막중공업이다.
수십 년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보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따뜻한 미소로 말을 이어가는 그도 모진 시간을 이겨낸 듯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황토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코막중공업 조붕구 대표는 18년 전, 창업할 때 처음 신었던 구두를 몇 번이나 덧대어 지금까지 신고 다닌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암흑 같았던 시간, 제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바로 경제사절단이었습니다.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는 기업 간의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었죠."

▷ 코막중공업 조붕구 대표는 “앞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고 성장하는 코막중공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 잘나가던 수출기업
키코 사태로 한순간 나락에 빠져
1997년 자본금 250만 원의 1인 기업으로 시작해 8년 만에 자본금의 약 8000배인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한 기업. 건설기계장비 전문업체인 코막중공업은 고성능 유압브레이커(굴착기에 장착해 암반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수는 장비), 유압펌프, 크래셔(콘크리트 파쇄기) 등 건설장비 부품과 다목적 작업차량 미니 로더 등 소형 건설장비를 생산·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코막중공업은 창업 초기부터 영업이익률 15%에 연평균 매출 증가율도 30~5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코막중공업은 자체 특허 기술로 만든 유압브레이커 등 20여 종의 장비 및 부품과 도심형 소형 중장비 등을 세계 60여 개국에 직접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막중공업은 한때 잘나가던 수출기업이었다. 볼보 등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이 즐비한 유럽 지역에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자기 브랜드를 진출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매출 대부분을 수출로 올렸다.
그러나 불과 3년 뒤인 2008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회사 확장을 준비하던 2007년 말 거래은행의 권유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다가 약 186억 원의 손실을 내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코막중공업 조붕구 대표는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부동산 매각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 번의 실수를 사회는 받아주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상황을 마무리했지만 은행에서는 보증을 해주지 않았고, 거래처들은 미수금 상환을 미뤘다. 하청업체는 현금 결제만을 고집해 현금 유동성은 바닥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직원들은 영업 기밀을 가지고 경쟁사로 이직했다. 복제품들이 속속 생겨났고 회사가 망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거래처들은 다 등을 돌렸다. 350억 원이던 연간 매출도 50억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조붕구 대표에게 그 시간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결국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고 묵묵히 사업을 이끌어왔지만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그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것은 정부의 경제사절단이었다.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프랑스, 벨기에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하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대표에게는 수출 액수가 중요치 않았다. 등 돌린 기업들에 다시 신뢰를 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저는 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심지어 룩셈부르크에 있는 거래업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제가 직접 룩셈부르크에 네 번이나 간 적이 있는데 모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죠. 그만큼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고 나니 등 돌린 딜러들이 먼저 찾아오더군요."
2015년 5월 흑자로 전환
세계 30개국 판매망 재건
회사가 망하지 않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대표해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조 대표는 최대한 많은 업체를 만나기 위해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수많은 업체와 상담을 했다. 그 결과 키코 사태로 거래를 중단했던 업체들의 수출 문의가 이어졌고 새로운 업체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조 대표는 경제사절단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에는 건설장비 무역 미션에서 대한민국 비즈니스 사절단으로 참가했다. 2014년에도 인도와 스위스, 중앙아시아, 캐나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했다. 이렇듯 경제사절단으로 세계를 누빈 결과 곤두박질쳤던 하락세를 상승곡선으로 바꿀 수 있었다.
특히 2015년은 코막중공업에 뜻깊은 해다. 키코 사태 이후 적자를 기록한 회사가 올해 5월 다시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올해 참가한 경제사절단도 큰 몫을 했다.

▷ 한·칠레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딜러와 상담 후 활짝 웃고 있는 조붕구 대표.

▷ 한·브라질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조 대표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바이어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올해 3월 중동 순방에서는 5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다음 달인 4월에 떠난 중남미 순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우선 칠레에서는 3년간 연락이 끊겼던 딜러가 직접 찾아와 계약을 약속했고, 브라질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상담한 새로운 거래처 3곳과 약 4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거래를 하던 아르헨티나 기업도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주문해 올해만 세 번째로 물건을 선적해 보냈다. 또한 페루에 있는 현지 무역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올해 경제사절단 참가를 통해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회사의 안정을 되찾고 새로운 기업과 이전 거래처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코막중공업은 현재 30여 개국의 판매망을 재건하고 매출도 9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내실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코막중공업은 대대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우선 시스템 정비와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우리가 제조한 제품만으로 세계 곳곳에 있는 기업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무조건 하나를 잘 만드는 것에 있지 않아요. 잘 믹스하는 게 중요하죠. 서로 잘하는 것을 살려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해요. 코막중공업은 이제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좋은 하드웨어를 접목해 남들이 만들어내지 못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겁니다."

▷ 올해 3월 중동 순방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바이어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지난 9월 17일 한·중동 비즈니스 파트너십에서 중동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모습.
시스템 정비와 현지화 전략 덕분
순이익 구조로 전환
조 대표의 생각은 옳았다. 공장운영비 절감을 위해 조립생산라인을 외주 하청으로 대체한 결과 생산단가가 15% 절감돼 즉각적으로 순이익 구조로 전환됐다. 또한 제조 분야에 대거 투입됐던 인력을 신규 사업 분야에 재배치함으로써 신규 발전기 사업 진출에 힘을 실었다. 연구개발(R&D)에도 집중 투자해 제너레이터, 캠핑용 발전기 등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유럽, 북미, 남미, 중동 등 지역별 지사장 체제를 운영하면서 효율적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내년에도 세계 각국의 전시회에 참가해 많은 기업들에 코막중공업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멕시코 등 북미와 유럽,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 암반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수는 장비인 유압브레이커 토르 시리즈.

▷ 유압브레이커, 발전기 등을 제조하고 있는 코막중공업 안산공장.

▷ 이집트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코막중공업의 유압브레이커.
조 대표는 재기에 성공한 지금의 순간이 꿈만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리라 결심했고, 2014년부터 코막중공업을 운영하면서 겪은 재기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조 대표는 "1년 반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2년 반이 지나서야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놨다"며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정관리를 졸업해도 보증을 얻기가 무척 어려워요. 이 때문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은 재기하기가 쉽지 않죠.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한번 쓰러진 기업에는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요. 옆에서 토닥여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패에 직면한 오너는 너무 좌절하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이성적으로 짚고 보완한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조 대표는 현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에서 중소기업의 고충을 듣고 해법을 제시해주는 한편,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며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가 법정관리 들어갈 때 끊은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담배, 골프, 양주입니다. 사치하지 않고 올바른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고, 저희 회사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신뢰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고 성장하는 코막중공업이 되겠습니다."
글 · 박샛별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코막중공업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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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